정선의 항골계곡...
백석봉 높은 봉우리에서 시작되어 동쪽에 위치하고 그 너머에는 단임계곡이 있어
사시사철 푸른 물이 그득하여 여름이라고는 모른다.
애시당초 항골이라고 부르게 된 연유도 차가운 계곡이다 하여
찰 寒을 써서 寒谷이라 부르다 쉬운 발음대로 항골이라 한다.
오래 전의 여름날, 휴가를 맞아 항골계곡의 지인 집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그 시원함에 여생을 보낼 땅을 찾았노라 한다.
그리고는 업무와의 인연을 끝내고 작은 집 하나 짓고 안주한다.
깊고도 긴 계곡에 들면 물에서 오르는 한기로 골 전체가 커다란 냉장고가 되어
한여름의 땀은 자취없다.
옛 지명을 더듬으니 깊고 깊은 골 안에 노루목, 용소골, 차랑골이 있어
육십년 대까지도 사람들이 살았으나 공비들이 출몰하여 모두 소개된다.
그리하여 골짜기로 드는 입구에 집들은 너덧 집씩 모이기도 하고
또는 드문드문 하여 이십여 호의 작은 마을을 이루었다.
입구라 하여도 산골은 산골이라 소나무는 숲을 이루고 물은 섬섬옥수여서
일찍이 몸아픈 이들이 하나둘 찾아든다.
요즘들어 흔한 병이 된 암이란 녀석을 이기겠다고 들어와서는
산에 나는 온갖 나물과 약초를 찾아 온 종일 산으로 다니고,
처음 올 적의 예상과 달리 오래 살기도 하고 더러는 완치되었다 한다.
그 중에는 혼자 들어와서 손수 흙집을 짓고 사는 앳된 아낙도 있다.
아침의 산책길에서 이들을 만나면 으례 차 한 잔을 내놓는고로 유심히 보니
산야초로 만든 효소라 맛도 좋고 마신 뒤 몸에 기운도 돋는 듯한 느낌이다.
몸아픈 그 네들은 이 산야초로 만든 효소를 물 대신 마시고 음식에도 쓴다 하며
집집마다 효소를 담은 항아리가 가득하다.
어쩌다 병에 담아주는 효소를 가져와서는 아껴 마시기도 하였지만
아무나 만드는 것이 아니다 생각하여 만들 생각은 못 한다.
봄이 되어 집 주변에도 민들레와 쑥이 지천이라 그냥 보내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효소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여기저기 기웃하고 지인에게도 물으니,
효소란 생각한 바와 같이 거창한 것이 아닌 발효식품이란 것을 알게 되고
발효로 인하여 설탕이 다른 성분으로 변하기에 당뇨에도 괜찮다 한다.
이틀에 걸쳐 민들레는 뿌리도 같이 캐고 나물로 하기에는 이미 쇤 쑥을 뜯어
깨끗이 씻은 다음 말리고는 설탕에 재어 서늘한 광에 둔다.
이렇게 효소를 만들어보고자 하여 민들레와 쑥, 그리고 고들빼기와 익모초를 뜯으니
나물로 먹는 양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뜯어야 한다.
작은 통 하나를 만드는데도 얼추 오 킬로는 뜯었음직하고
같은 무게의 설탕이 들어가니 십 킬로 한 통이 만들어졌다.
무려 일 년은 기다려야 하지만 발효가 잘 되기만을 기다린다.
여기에서 몸아픈 그 네들이 항아리마다 효소를 만들어 두었을 적에는
얼마나 많은 산야초들을 뜯었을까 짐작이 되고,
또 봄부터 가을까지는 온 종일 산으로 들로 오르내리느라
자신도 모르게 건강이 좋아진게다.
좋은 공기와 물 속에서 운동하여 좋아지고 효소를 복용하여 좋아지고
이른 바 좋은 일로만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다.
독초는 아니 되어도 먹을 수 있는 풀은 모두 만들 수 있다 하고
백 가지 산야초로 만들었다 하여 그 네들은 백야초 효소라 부른다.
이제 시작을 하였으니 뽕잎이 돋아나면 또 따서 만드는 등
차차 종류도 늘려야겠다.
고등학교 시절에 이슬비 내리는 길을 걸으며...로 시작되는 “봄비“라는 노래를 배워
장성한 뒤 회식자리에서 애창하는 곡이 된다.
이런저런 일에 호기심은 없어 누가 불렀는지도 모르고 그저 부르기만 하였는데
지난 주 방영된 인간극장에서 박인수 씨가 불렀다는 것을 안다.
늙고 병들어 요양원에서 살아가는 그를 헤어졌던 아내가 다시 보살펴주기로 하고
삼십 년 만에 새로이 결혼식을 올린다.
그 녀의 모습에서 천사를 본다.
두릅의 계절이 돌아왔다.
야산의 양지쪽 언덕에 자생한 두릅이 좋은 크기로 자랐기에 한 웅큼 따서 데친 맛이
어느 산해진미와도 바꿀 수 없다.
일년을 기다린 신선한 맛이고,
아침해가 높이 떠 딱새 부부는 잠시 출타하기에 들여다 본 우편함엔
새끼손톱만한 앙증스러운 알 세 개가 있다.
그리고는 종일 꼼짝않고 품고 있으니 얼마 안 있어 새끼들이 나오겠다.
무릇 생명의 탄생이란 신비로운 일...
감자와 옥수수도 싹이 났다.
몇 년에 걸쳐 해마다 심었지만 내 손으로 심었어도 싹이 난다는 사실이
처음인 양 지금도 신기하다.
이웃영감님은 그 때마다,
“심었으니 나는게지 무에가 그리도 신기할꼬...”
그래도,
그래도...
신기하다.
첫댓글 어제 백석봉에 올랐던 터라 글의 내용이 눈앞에 파노라마로 생생히 펼쳐집니다.
특히 3분을 버티지 못하고 발목이 마비되든 항골의 차가운 물은 아직도...
화목 장만,텃밭 가꾸기에 이제 효소 만든는 일이 하나 더 추가 되었네요.
좋은 효소 많이 만드셔서 오래토록 건강하시고 즐거운 삶이 되시길 바랍니다.
만나뵈어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님의 일정 때문에 아우라지를 비롯 여기저기 못 보여드려 아쉽습니다.
다음을 기약하지요.
참으로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지요.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데 늘, 삶의 무게에 나자신이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갑습니다.
어쩜 그리 살아가는 이야기 글이 정겨운지요. 잘 읽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니 이제서야 그 고마움을 절실히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실감나는 글 감사히 잘봤습니다.^^*...
공감하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몸이 좋아진 사람은 정선이 성지가 될 것입니다.
우편함에 알이 작은 알이면, 뻐꾸기 알은 없는가 본데 그러면 어짜스까이? 정선나그네님 얘기 꺼리가 줄어드는데,
그러면, 뻐꾸기 한 마리 집어넣을까나...ㅎ
자연은
우리에게
무한의
베품을
오늘도
행복하소서
님도 행복하소서...
글 관심있는 내용이라 잘 읽었습니다.
저 역시 효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귀농하신분들의 글을 읽어보면 채소에도 산야초 효소를 뿌린다고 적혔더군요.
글 감사합니다.
몸에도 좋고 농사에도 좋다니 효소에 대하여 공부 계속해야겠습니다.
효소가 참 좋다는얘긴 저도 들었고 태백산에서 만든것도 먹어 봤어요. 정말 맛있던데요. 이제 시골 약초 박사가 될 준비를 하시는것 같습니다. 많이 만들어 두세요. 좋은일을 하게 될 수도 있으리라 믿어요.늘 건강하시고 복된 나날이 되세요.
네, 잘 계시지요? 앞으로 많이 만들려 하는데
워낙 많은 분량이 필요하여 재료 준비가 쉽지 않네요.
산야초가 만병통치 라고 하데요,,,,부지런히 야초 체취 하시어 많이 제조하시기 바랍니다,,
혹여,,,정선 갈일 있으면 저도 한컵 맛이라도 보고 싶어서,,,,ㅎㅎㅎ
약초도 괜찮다고 하더이다,,,도라지 두릅 산나무열매,,,등등,,,먹을수 있는 건 다 괜찮다 들었나이다,,,,
맞아요. 발효가 된 다음에 설탕이 과당으로 변하여 몸에 좋다 합니다.
그리고 말씀대로 먹을 수 있는 풀은 모두 된다 하니 많이 만들께요. ㅎ
님에 글을 읽으면 정선을 여행 하는듯 편안해짐니다... 항상 님의 산골 생활에 푸~욱 빠져 고단한 하루가 될때 쉬어가는 글방이 되었네여.. 효소더 많이 만들어서 늘건강한 생활되시어 저같은 사람이 쉬어갈수있는 산골생활 많이 들려 주세여...^^
산골 이야기에 식상하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감사합니다.
감자, 옥수수에 이제는 산야초 효소까지요?! ㅎ~
옥수수 쪄 달래러 가야지~~~ㅎㅎㅎ
효소차도 한 잔 덤으로 주실거고~ㅋㅋㅋ
항골계곡에 발 담그려면 뜨거운 여름날이라야 되겠고~ㅎㅎㅎ
앗차, 그 때는 두릅은 없겠고나...ㅋㅋ
그럼, 뭐. 그때 나는 나물이 또 있것지~ㅋㅋ
에구~ 제가 오랜만에 와서는 먹는 타령만 늘어놓네요.ㅎㅎㅎ
철이 없어서 그러니께네 쪼매 봐주시드래요~ㅎㅎ
환절기에 모쪼록 건강하세요~^^
ㅎㅎ 님께서도 내내 건안하시길...
산골이야기 읽다 지루할까봐.. 봄비 박인수님 이야기..까지..
약초캐다 정말 건강해 지겠네요.. 성질급한사람은 효소되기 이전에
암,, 고칠거 같은데요.. 넘 오버했나요??
맞아요. 하도 많이 오르락내리락 하여 효소가 익기도 전에 병이 낫는다는...ㅎ
정선은 아직도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지요,서울 관악산쪽엔 이제는여름을 느낄정도고 나무잎이 많이커서 그늘이 필요한 시기이네요,정선소식 감사합니다.
그래도 낮에는 조금만 일해도 땀이 납니다. 감사하다 하시니 감사하지요.ㅎ
음악이 흘러나올것 같은 평화로움...효소 이야기는 계속 기다려 집니다. 숙성될때까지 1년을 기다려야 하는것 처럼..
잘 지내지요? 또 언제나 올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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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지 않더라도 자연에 묻히면 모든 것이 이뻐 보인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