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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2013.08.22 11:06:08
이광재 전 지사는 강원도 평창 출신으로 연세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에 처음 입문한 1988년부터 보좌진에 참가해서 노 전 대통령의 핵심참모로 활약했다. 이후 17·18대 국회의원을 거쳐 강원도지사에 당선됐으며 현재는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소 연구원 겸 객원교수를 맡고 있다.
이광재 전 지사는 이날 강연을 시작하면서 “우선 오늘의 강의는 ‘이광재가 국가원로에게 묻다’라는 인터뷰 시리즈 내용을 정리한 것을 통해 국가원로 분들이 보시는 지금의 세계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또한 제가 책으로 정리하고 있는 ‘강대국 흥망사’의 일부 내용을 통해 대한민국이 나갈 길을 말씀드리고자 하고, 마지막으로 출마하셔서 국가를 이끌어 가실 분들을 위한 이야기를 드리고자 한다”면서 강의 방향을 제시했다.
이 전 지사는 “현재 전 세계를 관통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신자유주의이다. 그러나 지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근본적 위기가 도래한 것이니 경제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라는 의견과 신자유주의가 유발하는 빈부격차 문제, 고용 없는 성장이 문제인 것은 맞지만 그 역시 자본주의 보완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1929년 시장실패가 불러온 미국의 경제 대공황 이후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반독점법’을 만들어 시장에 규제를 가했고 영국의 존 케인즈는 시장실패에 대한 정부 개입을 주장했다.
그에 따라 정부가 앞장서서 시장에 개입하면서 복지를 확충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재건 사업 등으로 경기호황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70년대 ‘오일쇼크’가 발생하고 물가는 올라가지만 경기침체는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등장한 것이 바로 지나친 복지지출을 줄여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정부의 시장 개입도 최소화해야 한다는 80년대의 영국의 대처리즘과 미국 레이거 노믹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이다.
90년대에 들어서는‘제3의 길’을 가야한다는 말들이 나오게 된다. 진보진영에서 우파적 정책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으며 보수진영은 따뜻한 보수를 앞세워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고 서로 중도파를 껴안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 전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복지를 강조한 것이 그러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며 “진보와 보수의 극단 대립보다 양자를 혼용하고 중도층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선거 결과를 좌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계경제 위기는 계속, 중국의 가능성 주목해야”
이광재 전 지사는 국가 원로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언급하며, “당분간 세계 경제는 전반적으로 위기이며 어려운 국면이 지속된다고 본다”며 세계 주요 국가들의 전망을 간략하게 예측했다.
이 전 지사는 미국에 대해서는 “경제가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실제로 회복이 되고 있다’와 ‘희망이 섞인 전망에 불과하다’고 원로들의 의견이 갈렸다”고 전했다.
우선 긍정적으로 보는 측에서는 “미국은 활발한 이민자 유입으로 젊은 인재가 풍부하고 고령화에서도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전 세계를 압도하는 군사기술이 민간의 기술영역에도 영향을 주면서 기술로도 전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다. 또한 넓은 영토의 잠재력도 충분하다”며 “이러한 점들에서 미국이 3~40년간 강대국의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고 설명했다.
반면 부정적으로 보는 측은 “미국은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인 달러의 발행국이라는 위치를 이용해서 달러 발권력에 기대 1%대의 성장률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며 “제조업의 약화와 금융업의 과다한 발달로 인한 불균형의 위기가 상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미국은 상업-제조업-금융업-금융의 위기라는 사이클에 걸린 상황”이라며 “과거 금융 강국으로 군림하다가 몰락한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의 전철을 따라 이제 미국의 몰락 차례이다”고 주장한다.
이 전 지사는 일본의 경우 “원로들의 중론은 현 아베 총리의 무제한 양적완화를 기조로 하는 아베노믹스는 실패할 가능성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특히 아베정권은 엔화를 무제한 발권하는 것으로 경제부흥을 꾀했지만, 국가 부채가 GDP(국내총생산)의 240%에 달하는 상황에서 실물경제가 뒷받침 않는 거품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또한 이 전 지사는 “일본 정부는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미-일 FTA(자유무역협정)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TPP)가입 등을 추진하고는 있다”며 “그러나 일 의회에서 큰 세력을 이루는 농촌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의원들의 반대로 추진이 힘들 것이다”고 진단했다.
유럽의 경우 침체가 계속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른 나라의 재정위기가 프랑스, 독일로 전이 되는 상황이며, 일단 통화의 통합은 이루었지만 각 나라별 재정은 주권문제여서 국가별 성장 격차를 해결 할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지사는 중국의 잠재력에 주목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서구권 학자들이 국민소득 1만 불을 기점으로 중국 내부의 민주화 요구가 거세질 것이며, 그것으로 위기가 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그러나 긴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 이후 100년간의 침체기가 있었을 뿐이지 수천년간 강대국의 위치를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중국에서 10억 이상의 자산가가 1억 2천만 명”이라며 “그 숫자는 더 증가할 수 있고, 중국은 지금 이상의 폭발적인 소비 시장이 될 것이다”면서 한-중 FTA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지사는 러시아의 경우 “유럽경제위기 때문에 에너지 판매처가 줄어들었고 중동의 유럽진출로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은 동방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북한을 관통하는 가스관에 집중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원전에 반대하는 여론이 증가추세에 있는 한국과 일본에서 실제로 원전 추가 건설이 어려워질 경우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거대한 시장이 창출된다”며 “러시아가 시베리아 철도나 가스전송관 등에 집중하면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경제 성장률 5%대는 유지해야, 외국인 노동자 포용 필요”
이광재 전 강원도 지사는 이러한 국가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 대해서 “경제 성장률이 2%대로 침체해 있는 상황은 큰 위기”라며 “참여정부 시절 3% 성장률에도 매해 30만개의 일자리가 날라갔다”고 밝혔다.
이어서 “현재의 고령화 속도를 생각하면 10년 동안 5%대의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지 못하면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며 “현재 경제민주화 논의로 성장을 등한시 하는 측면도 있지만 안정된 경제 성장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지사는 “현재 국가 부채가 GDP의 100%에 달하고 있고, 가계 부채도 천조원에 가깝다”며 “국가와 개인이 가난해진 상황이고, 대한민국 기업들 중에 세계에 경쟁력 있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이며 그 회사들 중 하나라도 흔들리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성장은 결국 노동과 자본이며 거기에 플러스 알파( 창의력, 교육, 기술 등)라고 볼 수 있다”며 “미국이 이민자 우대정책을 펼쳐 세계 최강국이 된 것처럼, 우리도 ‘단일민족신화’를 버리고 우수한 외국인 노동자를 우리 사회에 융합시키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했다.
이 전 지사는 “역사에 나타난 도시와 국가의 흥망으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역사에서 강자는 이민족에 대한 포용력과 관용이 있었다”면서 로마제국과 미국의 성공을 예로 들었다.
이 전 지사는 “특히 미국은 이민자를 확보하기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최선을 다했고, 그들을 통해 기술력과 노동력을 확보했다”며 “그 이민자의 후예들 가운데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나오는 등 국가발전의 초석을 이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한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교육 허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현재 우리나라에 와있는 동남아 노동자들은 자국 내에서는 엘리트에 속하며, 다른 나라에서 성공을 꿈꾸고 도전할 만큼 진취적이며 행동력이 있는 인물들이다”고 강조하며 그들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어서 이 전 지사는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라며 “세계의 역사를 보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차이는 바로 기술의 차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이 도구를 만들지만, 도구가 인간을 지배한다”며 “기술의 발전 양상에 항상 주의하고 기술과 금융(자본)을 결합시켜 산업의 원동력으로 해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지사는 “기술이 금융과 만나야 강해지지만, 금융 산업은 보조적이어야 한다”며 “독일이 강한 이유는 금융을 부가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기술을 중시하기 때문”이라며 금융산업의 과다한 발전에는 경계했다.
이광재 전 지사는 기술 발전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경제 고도성장의 배경에는 교육이 있었다”며 특히 영·유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 초등교육을 의무로 하는데, 그 밑 단계인 영·유아 과정을 의무로 안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며 “아이의 지능은 초등학교 이전에 발달이 끝나고, 언어개발은 13세 때 쯤에 끝난다”고 밝혔다.
이 전 지사는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의 질을 강조하며 “현재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보육 유치원 교사를 보육 공무원으로 바꿔야 한다”며 “그들의 자질을 향상시켜 부모들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게 해야 한다. 무상보육보다 중요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외국어 교육을 TV방송을 통해서 쉽게 시키는 방법이나, 대학과 지역사회를 연계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면서 부모들의 교육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지사는 “개인의 월급이 올라봐야 사교육비가 오르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교육은 개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가 장래를 위한 핵심문제”라며 교육 부문에 국가의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북한, 경제 발전의 열쇠”
이 전 지사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관점보다는 경제적인 관점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을 관통해서 유럽과 연결되는 철도를 열어 신 실크로드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러시아와 가스 수송관을 연결해야 한다”며 “그러면 우리의 에너지 비용을 10%이상 절약이 가능하다. 또한 북한에 수수료 명분으로 가스를 일정량 제공해 북한의 자립을 돕고 정상국가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철강이 과다 생산되고 있어 포스코가 어렵다”며 “이 위기 상황을 타파하는 것은 티타늄과 같은 신소재가 돌파구가 될 수 있고, 북한이 세계 2위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마그네사이트와 같은 지하자원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지사는 “우리 민족은 일본을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인구가 2배인데도 국민소득이 3만 불을 넘고, 경제성장률도 2%대를 유지한다”며 “이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돌파구는 바로 북한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지사는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우리가 이 거대한 우주에서 인간으로 태어나서 여기 이 자리에 모인 것은 어떠한 소명이 있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생각을 항상 갖도록 하자”고 말했다.
그는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사람의 의지이며, 사람은 자신이 한번 결정한 의지나 생각에 목숨을 내걸 수도 있는 동물”이라며 “좋은 생각에 미쳐서 행동하고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전 지사는 “남북이 통일되면 인구가 8천만이 되고, 북한 땅에는 7000조에 해당되는 엄청난 지하자원이 있다. 이것을 통해 우리민족은 일어설 수 있다”며 “통일이 아니더라도 인구 1억을 향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윗세대가 노력했던 것을 이어받아 우리가 발전시켜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며 “가난이 대물림 안 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데 기여해줬으면 한다”고 이날 자리를 함께한 수강생들에게 주문했다.
한편 이광재 전 강원도 지사는 어느 수강생이 ‘꿈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자 “어렸을 때는 가난에서 벗어나고 일본을 이기는 것, 젊었을 때는 노무현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 이후에는 통일에 기여하는 대통령이었다”며 “당장은 인생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며 지금 집필하고 있는 책을 완성하는 것이 눈앞의 꿈이다”고 웃었다.
이 전 지사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 남북문제를 푸는 거대한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금강산 일부 공동 개최 등을 통해 거대시장이 열릴 수도 있는 민족 도약의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평창 올림픽 개막식 연설은 현임인 박근혜 대통령이 하고, 폐막식 연설은 2017년에 당선될 차기 대통령이 한다”며 “거기서 연설을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 전 지사는 “예전에 인천의 송영길, 충청남도의 안희정, 경상남도의 김두관, 부산의 김영춘, 대구의 김부겸 등을 만날 때마다 그냥 정치인이 아닌 꿈을 가진 정치인이 되자고 말했었다”며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비슷한 연령대의 정치인들이 모여 대통령 후보 경선을 하면 국론분열 없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해 말하곤 했다”고 밝혔다.
이 전 지사는 “제가 아니더라도 그들 중 누군가가 큰 꿈을 이뤘으면 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문제를 잘 풀어줬으면 한다”며 “과거 미국의 닉슨은 그 스스로가 철저한 반공주의자여서 오히려 당시 미중수교를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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