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에게 7-80년대의 안철수와 표창원은?
2015. 12. 30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은 30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한국 정치를 1970년대 개발독재 사고와 1980년대 운동권 패러다임이 지배한다고 비판적으로 진단한 것과 관련, "안 전 대표께서는 70년대, 80년대 그렇게 열심히 사신 것 같지도 않던데 어떻게 한꺼번에 진단하시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앞 선배 세대들을 부정하면서 자기의 존재를 드러낼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김부겸의 발언은 70-80년대 박정희와 전두환의 군사독재에 맞서 투쟁하지 않았던 안철수의 비운동권 경력을 지적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김부겸의 논리라면, 며칠 전 문재인의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한 표창원은 무엇일까요?
1980년대 전두환의 시대는 사실 엄밀한 의미로 군에 의하여 권력이 유지된 시대가 아니라, 경찰력에 의하여 권력이 유지된 시대입니다. 박정희 시대에 유신개헌이나 부마항쟁에 있어서, 위수령이 발동되면서 민주화 세력을 탄압하고 친안을 유지하기 위하여 군이 동원되었지만, 전두환 독재 7년 간 군대가 동원된 적은 적어도 없습니다.
전두환은 경찰을 친위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경찰대를 설립했습니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 당시 경찰대 입학을 위한 점수가 서울대나 육사보다 높았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경찰대는 4년 간 기숙생활을 포함한 모든 교육과정의 비용은 국가에서 전액 지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경찰대 졸업생은 졸업 직후 경위 계급장을 달고 경찰이 되었습니다. 서울 일선 파출소 소장급은 경위는, 지금은 경사에서 경위로 자동 진급되는 시스템이지만, 당시 순경으로 시작한 경찰이 경위로 진급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경찰대를 졸업하고 경위로 경찰을 시작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특혜였으며, 지금 경찰청 서열 앞자리 다수는 경찰대 출신이 차지하는 시대입니다.
안철수가 1980년대 운동권 경력이 없음을 비난받아야 한다면, 1966년 생으로 전두환 독재의 친위세력이었던 경찰대에 진학하고 이후 계속 경찰에 몸담았던 표창원은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안철수는 성공한 기업가로서 국가 발전에 이바지를 했으며, 그것은 비록 논문 표절의 의혹이 있다고 하여도 표창원이 사회 안전을 위한 범죄 수사 분야에서 활약을 한 것 역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안철수는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심판하고 새누리당의 확장을 막고자 서울시장 양보라는 결단을 하였고,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의 확장 반대를 분명히 선언했고,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저지하고자 문재인에게 대선후보 양보라는 대승적 결단을 하였습니다.
이런 안철수의 반새누리당을 위한 자기 희생이 표창원의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항의 발언만 못한 것일까요?
만약 안철수의 비운동권 경력이 잘못된 것이라면, 이제 더민주당에 입당하는 표창원을 새로운 인물이라고 추켜세우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요?
안철수를 비난하는 김부겸의 1970년대와 80년대 민주화 투쟁 경력이나 지금 현재 지역주의에 도전하는 대구 출마는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김부겸 역시 과거 이회창의 공천을 받아 한나라당으로 국회에 진출하였습니다.
김부겸이 과거 전두환의 민정당과 김종필의 공화당을 잇는 한나라당에 입당하고 국회의원이 된 것은 아마도 그 역시 이제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의 화해를 위한 것이었으며, 과거 운동권적 패러다임이 이제 더 이상 그 효용성을 잃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필자는 안철수를 비난하는 안희정이나 김부겸을 보면서, 잠재적 대권후보인 이들의 마음이 급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급한 마음은 악수를 두게 만들기 마련이며, 최근 안희정의 문재인 옹호나 김부겸의 안철수 비난이 그 보편 타당성 결여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80년대 운동권 경력이 없는 안철수가 비난받아야 한다면, 같은 80년 대 전두환 친위대인 경찰대에 입학한 표창원은 도대체 어떻게 새로운 인물일까요?
이제 이런 시대착오적 이분법적 내편 네편 논리가 바로 청산되어야 할 구태이자 낡은 진보입니다.
약수거사
(若水居士의 世上談論 http://blog.daum.net/geosa3661)
첫댓글 멋진 글입니다. !!!
진심없는자? 철수님 화이팅!
날카로운 지적이십니다. 힘있는 맺음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