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전기료 고지서 겁난다”… 4인가구 1만1200원 오를듯
전기료 인상… 작년보다 25% 급등
난방비 폭탄 이어 서민 부담 가중
공공요금 상승에 1월 물가 5.2%⬆
지난달 31일 서울시내 한 오피스텔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끼워져 있다. 최근 난방비, 전기료 등 공공요금이 크게 오르면서 1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2% 올라 3개월 만에 상승 폭이 확대됐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28.3% 급등했다. 뉴스1
“난방비로 허리가 휘는데 새해부터 전기요금까지 오른다니 이달 고지서 열어보기가 두렵다.”
서울 강서구 아파트에 사는 김모 씨는 지난달 전기, 가스요금을 합친 관리비 고지서의 앞자리가 바뀌었다. 지난해 1월 19만2000원에서 올 초 29만6000원으로 뛴 것. 이 중 난방비가 같은 기간 15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66.7% 급등했다. 전기요금은 4만2000원에서 4만6000원으로 9.5% 올랐다. 김 씨는 “올 1월부터 kWh(킬로와트시)당 전기요금이 10% 가까이 오른다는 관리사무소 공지를 퇴근길에 보고서 잠이 안 오더라”라고 말했다.
올 1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달 고지될 전기요금이 4인 가구 기준으로 1년 전보다 평균 1만1200원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겨울 한파로 난방비도 치솟아 1월 물가 상승률이 9개월째 5%대를 넘겼다. 지난달 수출 감소로 새해 벽두부터 최악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공공요금발 물가 상승으로 내수마저 꺾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달 사용분 전기요금은 4인 가구(겨울철 월평균 사용량 304kWh) 기준 5만6550원으로 1년 전보다 1만1200원(24.7%) 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kWh당 전기요금이 지난해 세 차례(4, 7, 10월)에 걸쳐 19.3원 오른 데 이어 올 1월부터 추가로 13.1원이 인상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1년 전보다 28.3% 급등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지난해보다 5.2% 올랐다. 전달에 비해 상승 폭이 0.2%포인트 확대된 것이다.
전기-가스-수도요금 사상 최대 28% 올라… 1월 물가 5.2% 상승
경유 16%-등유 38% 상승폭 커
빵 15%-커피 18% 생필품도 껑충
상반기 버스-택시료 등 인상 대기
“1분기 5%대 고물가 이어질 것”
지난해 7월을 정점으로 상승 폭이 줄던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상승세로 돌아선 데에는 공공요금 인상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 수입가격 급등에 따른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 것. 올 상반기(1∼6월) 버스, 택시료 등 기타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를 예정이어서 정부는 적어도 1분기(1∼3월)까지는 5%대의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 5.2% 올랐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6.3%)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다 지난달에는 전달보다 0.2%포인트 올랐다. 물가 상승 폭이 전달보다 확대된 건 지난해 9월 5.6%에서 10월 5.7%로 오른 이후 3개월 만이다.
지난달 물가 상승의 주범은 공공요금이었다. 특히 전기요금은 올 1월에만 지난해 연간 인상 폭(19.3원)의 약 70%(13.1원)가 한꺼번에 올랐다. 도시가스는 1년 전보다 36.2%, 지역난방비는 34.0% 각각 뛰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지난해보다 28.3%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물가 상승률에서 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는 지난해 7월 0.49%포인트에서 지난달 0.94%포인트로 높아졌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의 약 5분의 1을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끌어올린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458개 품목 중 389개(85%)가 지난해보다 올랐다. 이 중 공업제품은 6.0% 올랐다. 특히 경유(15.6%)와 등유(37.7%)의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항공 수요 등이 많아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7∼12월)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휘발유 물가는 4.3% 내렸다.
생계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공식품도 10.3% 올라 전달과 상승률이 같았다. 이는 2009년 4월(11.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빵(14.8%), 스낵과자(14.0%), 커피(17.5%) 등 생필품에 해당하는 품목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1.1% 상승에 그쳤다. 이 중 농산물은 0.2% 하락해 전달(―1.6%)에 이어 감소세였다. 하지만 채소류는 한파의 영향 등으로 5.5% 올랐다. 오이(25.8%)와 파(22.8%), 양파(33.0%) 등의 상승률이 특히 높았다.
닭고기(18.5%) 등 축산물은 0.6%, 고등어(12.8%) 오징어(15.6%) 등의 수산물은 7.8% 각각 올랐다.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외식 물가가 소폭 떨어지면서 전달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 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6.1% 올라 전달(5.7%)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식품, 외식 가격이 오른 데다 설 성수기 수요가 집중되며 가격 상승 폭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농산물과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해 전반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5.0% 올라 전달(4.8%)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이는 2009년 5월(5.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5% 안팎의 고물가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앞으로도 공공요금 인상이 대기하고 있고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히 높다”며 “올 1분기를 서서히 지나면 아마 4%대 물가 상승률을 보게 될 것이고 하반기에는 3%대 물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김형민 기자, 세종=조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