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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여정의 시작.
“야야야, 일어나, 일어나~~ 언제까지 자고 있을거야~?”
죠가 2층 침대 위에서 자고 있던 후서의 볼을 꼬집으며 깨웠다.
“아~~아~!!!!”
죠가 볼을 하도 세게 꼬집자 소리를 지르며 깨어난 후서였다.
“조그만 녀석이 왠 코는 그렇게 고냐?!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있나 원~”
죠가 꼴사납게 분수를 모르고 후서의 코걸이를 지적했다.
후서는 죠가 깨우는 통에 잠에서 깨어났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메리, 아니, 자칭 자비의 신수인 유니콘과 대화를 마치고 있던 중이었다. 후서는 꿈속에서 메리로부터 마법의 기초를 습득했다. 나머지는 그것을 이해하고 숙달 시키는 것만 남았다.
“일어나~, 빨빨리 움직여야하니까~”
죠가 얼굴에 로션을 바르며 말했다. 반 대머리인 죠는 로션의 절반을 자신의 맨머리에 발랐다. 같은 살결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죠의 그러한 행위는 상당한 량의 로션을 소모하게 된다.
-”기억해, 그들은 생각과 꿈 외에는 모든 걸 볼 수 있어.”-
후서는 꿈에서 메리가 한 말이 떠올랐다. 대충, 상황은 파악이 되었다. 자신은 이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거기다 순진한 후서는 괜한 정의심까지 불타 올랐다.
“어…. 아 일어나야지.. 아아…, 안 그래도 일어 나려고 했어…”
시작부터 뭔가 어색한 표정의 후서였다.
“언능 씻어~, 일떨어졌으니까.”
다행히 둔감한 죠는 후서에게서 특이점을 눈치 채지는 못했다.
-”모른척 해. 죠가 뭐라고 물어도 일단은 모른 척해.”-
후서는 메리가 한 말이 떠올랐다.
“무… 무슨 일이... 있어?”
후서가 물었다.
“어~ 일해야지 일~ 우리는 일 할려고 태어나서 사는 존재들이니까~. 어떤 사람들은 일하는 걸 싫어하지만, 난 일하는게 즐거워~. 그건 우리가 생각하기 나름이지~ 어차피 해야하는 거라면, 즐겁게 해야지~ 안그래?”
죠가 흥얼흥얼 거리며 거울로 후서를 보면서 말했다.
“그니까, 언능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나 하라구.”
죠가 자신의 붉은 수염을 거울로 이리저리 보면서 말했다.
“어…. 뭐… 뭐하러 가는데…?”
후서가 침대에서 내려오면서 물었다.
“다음 돌을 찾으러 가야지~, 그게 우리가 할 일이니까~.”
죠가 말했다.
“음….”
후서는 정확히 죠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모른척 해야만 했다.
“그것보다. 잠은 잘 잤어? 어땠어? 스미소니언 성의 첫 날 밤이었는데 말이야.”
죠가 뭔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후서는 태어나서 그렇게 불편하게 잠을 자본 적이 없었을만큼 그 첫 날 밤은 끔찍했다.
“그럭저럭… 고마워 물어봐 줘서..”
후서는 꿈에서까지 들어야 했던 죠의 코골이가 생각났다. 후서는 진정으로 피곤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잠을 잘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 쪽 문을 열면 문이 두개가 나올거야. 들어가서 오른쪽은 화장실이고 정면의 방은 메리의 방이야. 자, 이해했으면 어서 씻고 나갈 준비해.”
“그럼 다음 목적지는 어디야?”
후서가 눈을 부비며 말했다.
“하하, 다음 목적지라~ 세상에서 가장 재미난 도시.”
죠가 거울을 보면서 퀴즈를 냈다.
“뉴욕? 또?”
후서가 답했다. 뉴욕보다 재미난 도시가 또 어디 있으랴.
“잉-! 틀렸어. 그건 바로 도쿄야.”
죠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아… 도쿄…. 그럼, 나도 함께 가는거야?”
후서가 물었다.
“이 친구, 아직 잠이 덜 깼나… 넌 무조건 가는거야. 다른 선택 따위는 애초에 없어. 아님 감방 가던가~. 미국 감방 괜찮아~. 넌 독방에서 푸~~욱 썩을 테니까 말야~”
죠가 웃으면서 말했지만, 후서는 그것이 허풍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다른 선택권이 없다는 것 역시도 잘 알고 있었다.
“뭐야, 이녀석은 아직 씻지도 않았어?”
안 쪽의 문으로부터 이미 말끔하게 단장하고 나온 메리가 말했다. 조금 전까지만해도 후서와 꿈에서 만났던 메리가 어떻게 저토록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인지 후서로써는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온몸에서 기름기가 나와 머리는 이미 기름으로 떡이졌고, 온 몸이 옷과 맞닿아 끈적끈적 했는데.
“아아~ 느리다.., 느려~”
죠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밥먹으러 가자구~ 난 배고파서 죽겠으니까, 나 먼저 간다~”
메리가 말하며 먼저 방을 나섰다.
“야, 빨리 씻어, 나도 배고프니까~”
죠도 메리와 먼저 식사를 하러 가고 싶었지만, 가이아로부터 후서를 잘 보필하라는 명령이 있었기 때문에 후서 곁을 떠날 수 없었던 것이었다.
후서는 메리와 앋실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었지만 여전히 상황이 다 믿겨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법의 기초를 습득한 후서는 세상의 이치를 달리 이해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후서는 상황을 어떻게든 받아들여가고 있는 중이었다.
후서는 샤워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면서도 메리가 가르쳐 준 마법의 기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차차 복습해 나갔다.
기초마법 3장.
-세상의 모든 일은 상황과 조건에 의해 일어난다.-
비가오는 조건을 갖추게 되면 비가 오고,
바람이 불 조건을 갖추게 되면 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는 조건을 갖추어지면 낙엽이 지게된다.
이것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야 더 큰 마법을 쓸 수 있다. 때문에 후서는 그것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그들의 여정이 시작 되었다.
-“몇번이나 시간을 되돌린다해도 우리는 정확히 같은 걸 선택할거야, 버나드. 그러니 스스로 후회 하거나 원망하지 말거라.”-
버나드는 문득, 과거에 어머니가 종종 하시던 말이 생각이 났다.
-“걱정마세요, 어머니. 전 후회할 일을 아예 만들지 않을테니까요. 그런 것이라면 정말 자신이 있어요.”-
어릴적부터 자신의 의사가 확고한 버나드는 늘 그렇게 답했다.
뻥-!!!
그 때, 어디선가 포격이 떨어졌다. 이건 총성이 아니라 대포의 소리였다.
나폴레옹 이 후 정확히 99년간 이렇다 할 전쟁이 없었고, 막 현대식 무기가 나오기 시작한 그 때의 대포는, 아직 그 어느 나라도 실제로 전투에 사용해본 적이 없는 근대식 살상무기였다.
근대식 대포는 너무나 강력했기에 그것을 사용한다는 것은 기사도의 정신을 버린다는 것을 의미했다. 반경 수십미터의 살상효과와 무서운 건물 파괴력 등, 그 파워는 기존의 기사도가 남아있던 전투방식과는 시대가 다른 무기였던 것이다.
그것을 사전 예고도 없이 사용하다니, 절대 국제적 비난을 면하지 못하리라.
버나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버나드가 정말 화가 난 이유는 다른 것에 있었다. 바로 믿음에 대한 배신이었다.
바로 방금 전에 서로 무슨 일이 있어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 않았던가!! 상부에서 그 어떤 명령이 떨어져도 자신들이 서로 공격만 하지 않으면 참호전은 군량만을 소모하게 되는 휴전이 되고 마는 것. 버나드는 바로 방금 전에 한센과 그것을 토론하고 서로 약속하고 돌아왔다. 적에게 어머니로부터 받은 반지 목걸이도 약속의 증표로 주고 왔다.
그런 독일 군이 총이 아니라 대포를 먼저 쏘다니 버나드는 믿을수가 없었다. 이 비겁한 야만인들!!
뻥~!!!
이번엔 독일군의 진영에 포격이 떨어졌다. 한센은 버나드와 한치도 틀리지 않은 생각을 했다. 이 세상에 이런 소리와 파괴력을 낼 수 있는 무기는 오직 최신식 대포뿐이었다. 방금 전에 한 약속을 이렇게 쉽게 어기다니, 이 거짓말쟁이 영국인들!!
‘아니야, 뭔가 실수가 있었을 거야.’
‘아니야, 그가 그럴리가 없어!’
한센도 버나드도 다시 한번 상황을 생각해보았다.
한센의 목에는 버나드가 믿음의 증표로 준 반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정말이지 줄것이 없었던 한센은 한사코 거절했지만, 전쟁이 끝나면 반드시 찾으러 갈 것이라며 믿음의 증표로 적에게 남긴 버나드의 신사적 예의였다. 그런 한센과 버나드가 대포를 쏘도록 했을 리가 없다고 그들은 다시 생각했다.
뻥-, 뻥-, 뻥-
곧, 세 발의 포격이 뒤따랐다. 뭐가 됐던 간에 이건 전투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현대식 대포 앞에서 총과 말은 소용이 없었다.
뻥-, 뻥-, 뻥- 뻥-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꼴 좋다 이 쓰레기들. 미워, 미워, 밉다구!!! 이 한심하고 순수하지 않은 것 들!! 모두들 사라져버려라~!!”
어두운 언덕 위에 양손을 들고 있는 한 독일 병사, 그의 이름은 히스터. 바로 버나드에게 마법의 청금석 목걸이 ‘화투오(화타)’를 주고간 녀석이었다. 그리고 그의 오른 쪽에는 꼬리가 두개인 어떤 포유류가 스스로 빛을 발하며 공중에 둥둥 떠 있었는데, 그것의 다리는 토끼와 닮았고, 몸과 얼굴은 여우와 닮아 있었다.
사실, 독일인도 아닌 오스트리아의 청년인 히스터는, 본인의 할아버지가 유대인이면서도, 어째서인지 그는 독일민족 외에는 순수하지 못하다는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처음부터 만들어진 것이라는 뜻이다. 어떻게 유대인의 피가 섞인 오스트리아인이 스스로 독인민족 중심화를 주창한단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지만, 공교롭게도 역사와 후세의 사람들은 그것을 곧이 곧대로 믿게 된다.
양손에 하얀 가죽 장갑을 착용한 그가 손까락으로 스냅을 주자 작은 불꽃이 일어났다.
-팟, 팟, 팟, 팟-
그의 손까락의 움직임과 함께 여기 저기에서 포탄이 터져나갔다.
뻥, 뻥, 뻥, 뻥,
모두들 포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초월한 분노의 돌인 ‘훠야오(화약)’의 힘이었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 해 볼~까~”
히스터가 말을 하며 두 손을 들어 올려 마구잡이로 손까락의 스넵을 주며 불꽃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공중에 떠 있던 여우와 같던 동물이 두 꼬리를 치켜세우며 온 몸에 불이 붙어 타 오르기 시작했다.
문제는 심각했다.
양측의 그 누구도 실전에서 근대식 대포의 위력을 본 적이 없었다. 어두운 새벽녘에 포격이 떨어지자 전장은 그야 말로 혼비백산이 되었다. 거기다, 어찌 된 일인지 적은 참호에 정확히 포격을 명중했다. 참호에 정확히 떨어지는 포격의 위력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보통 대포와 같은 포격무기는 참호전에 취약하기 마련이다. 땅을 파고 길게 통로처럼 만들어지는 참호는 총이건 대포건 먼거리에서 쏘는 종류의 것들에 대한 파괴력을 거의 무효화 시켜버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땅이 대부분의 공격을 받고 흡수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대포가 참호에 정확히 떨어지게 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참호에 떨어진 포격의 힘은 통로를 타고 분사되기에 더욱 더 큰 데미지를 입히게 된다. 병사들은 참호에 집중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설사 참호속에서 운 좋게 살아 남더라도 폭탄성쇼크로 인한 회복 불가능의 정신적 데미지를 받게된다.
뻥~, 뻥뻥, 뻥-, 뻥~~, 뻥뻥뻥, 뻥-, 뻥-, 뻥~, 뻥~~.
적은 기다리지도 않고 포격을 사정없이 쏟아 부었다.
모두들 우왕좌왕 했다. 어디서 날아드는 지도 모르는 귀신같은 포격에 의해 사람들이 불 앞의 개미처럼 죽어나갔으니, 그 곳은 말그대로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포격은 한센과 미카엘, 그리고 론이 있는 후방의 작전실 쪽으로도 떨어지고 있었다. 미카엘은 자신도 두려웠지만 반사적으로 어린 론을 먼저 보호하려 했다.
그 때, 그들이 있는 곳의 2미터 거리에 포격이 떨어졌다. 펑!!
삥-
하는 소리가 모두의 귀에서 들려왔다. 고막이 순간적인 공기 압력에 의해 나간 탓이었다.
포격에 의해 작전실 전체가 흔들리니 전등도 따라 흔들렸고, 그와 맞춰서 모두의 체내에서는 급격한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시작되었다. 그것은 인간의 생존본능에 의한 것이었다. 포탄은 계속해서 떨어졌지만, 이명 이 외에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고통도 느낄 수 없었으며, 순간적으로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는 것만 같았다.
아드레날린으로 인해서 온몸의 신경세포가 최대치로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단 하나의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었다.
순간, 한센의 눈에는 모든 것이 슬로우모션으로 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예 모든 것이 그냥 멈춰버렸다. 한센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말그대로 멈춘 것이었다.
한센은 믿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멈추자 한센의 눈에는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우선, 전등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빛의 아지랑이가 보이기까지 했다. 모든 것들이 멈추었지만 빛은 아주 천천히 전등으로부터 온갖 아지랑이를 피우며 뿜어져 나왔고, 아지랑이들이 사물에 부딧히자 빛의 아지랑이가 닿는 부분들이 진한 색채로 바뀌며 사물들의 색을 나타내고 있었다. 빛의 아지랑이는 눈에 보였지만 색이 없었고, 색이된 빛은 볼수 있었지만 색의 아지랑이는 없었다.
한센은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인가. 세상이 멈추다니.
그 때, 한 중년의 검은 안경을 착용한 남자가 아무렇지 않게 작전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22세기의 세계로부터 온 해피와 크리스마스 그리고 쎄싸미(참깨)였다.
“으아~악!!!”
어지간하면 잘 놀라지 않는 한센은 오줌을 지릴뻔 했다. 하지만 한센은 자신보다 훨씬 더 놀라서 뒤로 나자빠지는 상대를 보았다.
“아~효… 깜짝이야. 넌 왜 움직이는 거냐?!”
뒤로 나자빠졌다가 일어난 해피가 한손으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면서 말을 했다. 하지만 한센에게 그 말이 들리지는 않았다. 해피의 다른 한 손에는 붉은 넥타이 쎄싸미가 감겨져 위로 양쪽 다리를 바짝 세우고 있있다.
“아….당신은 누… 누구요?”
한센이 해피에게 독일어로 물었다. 그 때 즈음 조금 전에 해피가 한 말이 한센에게 천천히 들려왔다.
“아니, 그것 보다 넌 어떻게 움직이는 거냐니까? 이봐 에쓰, 이거 기술 똑바로 건거 맞어?” 해피가 말했다.
“어…., 이상하네… 진짜 쟤는 왜 움직이는 거지? 내 스톱와치가 안 먹히네….? 뭐지??”
붉은 넥타이 쎄싸미가 말했다.
검은 쎄싸미는 중력을, 붉은 쎄싸미는 시간을 다루는 기술들을 사용하는데, 지금 그가 사용한 것은 시간을 정지하는 ‘스톱와치’였다.
시간을 멈춘다는 것은 이 세상(Dimension; 세상, 우주, 차원)의 모든 에너지의 움직임을 멈추는 것인데, 당연히 그것이 가능한 존재는 없다. 쎄싸미의 기술은 자신의 주변 8미터 안의 모든 에너지의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거의 정지에 가깝도록 느리게 만드는 기술이었다.
때문에 8미터 안 쪽 공간의 에너지의 움직임은 멈추게 되지만 그 밖은 여전히 시간이 흘러간다.
붉은 쎄싸미가 해피의 팔목에 감겨 가리키고 있는 것은 싸쎄미가 스톱와치를 사용가능한 시간 즉, 충전 에너지의 남은량이었다. 넥타이의 굵은 다리는 시침, 얇은 다리는 분침 역할을 했다. 보아하니 약 3분 정도 남았다.
-피욱-
해피는 자신의 앞주머니의 볼펜으로 한센에게 마취제를 쏘았다. 쓸데 없는 일에 아까운 붉은 쎄싸미의 스톱 와치를 낭비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쎄싸미의 스톱와치는 에너지만 있으면 언제든 쓸 수 있는 에너지 충전타입이기에 쿨다운 따위는 없다. 다만, 1초를 멈추기 위해서는 10만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1초를 멈추기 위해서는 하루 하고도 3시간 이상의 시간이 요구되어졌다.
낭비할 시간 따위는 없다.
해피는 서둘러 론에게 다가가 론의 머리 위에 싸쎄미가 감겨있는 손을 올려 놓았다. 그러자 곧 론이 살아난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론의 육체는 여전히 아드레날린의 최고치였기에 깨어남과 동시에 극한 심장박동수와 호흡을 하며 눈물, 콧물, 땀까지 흘렸다.
하지만 론은 놀라기보다 어찌된 것인지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조금씩이지만 심장박동수가 내려가면서 호흡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론은 그제서야 바닥에 쓰러진 한센을 보고 그에게 다가갔다. 상황을 모르는 론에게는 한 순간 갑자기 수상한 남자가 눈앞에 나타났고 한센은 갑자기 바닥에 쓰러져 있으며, 빛은 오로라처럼 온갖 아지랑이를 피우고 있었다.
“그는 기절한 것 뿐이야. 자, 이곳은 곧 난장판이 될 꺼니까, 우린 어서 피해야 해.”
해피가 론의 귀에다 대고 말하며 론의 손목을 붙잡았다. 하지만 론은 영어를 이해하지 못했다.
“누구에요 대체~?! 이것 놓아요~!!”
하지만 론은 강하게 저항하며 독일어로 소리를 질렀다. 론은 해피의 손을 빠져나갔다. 해피는 론에게 마취제를 쏠 수가 없었다. 론은 차원의 강을 건너야 했는데 본인의 의식이 없이는 차원의 강을 건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해피! 시간이 없어. 스톱워치도 이제 40여초 뿐이야. 이러다가 다 죽는다구.”
붉은 싸쎄미가 말했다. 붉은 쎄싸미의 두 다리는 이미 12시 방향으로 향해 있었다.
“알고 있어. 칫!”
참으로 곤란한 상황이 벌어졌다.
“다…. 당신들은 대체 누구요?”
그 때, 의식이 없어야 했을 한센이 의식을 서서히 차리면서 영어로 말했다.
그것을 보고 론이 다시 한센에게로 달려갔다. 해피와 쎄싸미는 한센이 스스로 일어나자 놀랐지만 지금은 그것에 놀라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에쓰, 스톱와치의 자동소멸이 작동되면 바로 저쪽으로가서 문을 열 준비해.”
해피가 나직히 말했다.
“응, 알았어. 꼰대.(old man)”
해피의 뜻을 이미 알아차린 쎄싸미가 대답했다.
“스톱와치 자동소멸 카운트다운, 24”
스톱와치는 24초가 남게 되면 자동으로 소멸하게 된다. 이 때, 쎄싸미는 스톱와치의 자세를 풀어도 기술은 자동소멸 시간인 24초 동안 유지된다.
그에 재빨리 붉은 쎄싸미는 검은 쎄싸미로 변하면서 뱀처럼 땅으로 내려가, 곧장 한센을 향해 미끌어져갔다. 한센의 앞에서 동그란 원을 만드는 검은 쎄사미.
“카운트 다운 9초!”
넥타이는 짜랑짜랑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검은 쎄싸미가 기다릴 것도 없이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다. 스톱와치 소멸시간까지는 단 19초. 그것은 곧, 문이 열리고서도 지체할 틈 따위는 없다는 의미였다. 스톱와치 밖에서는 이미 히스터가 한 지점에서만 폭발이 일어나지 않자 수십발의 폭발을 쏘아붙히고 있었다.
다시 말해, 스톱와치가 풀리는 순간에 쌓여있던 모든 폭발력이 터지게 된다.
검은 쎄싸미의 몸에선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라와 검은색 구형체를 만들어 갔다. 검은색은 빛의 아지랑이를 그저 흡수할 뿐이었다.
-7초-
-6초-
스톱와치의 공간 안에서 소리의 전달속도는 빛의 움직임보다도 느렸기에 소리의 전달은 개판이었다. 때문에 해피는 론의 귀에다 대고 직접 말을 한 것이었다.
론과 한센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고 있었다. 넥타이의 색깔이 변하며 스스로 움직이더니 카운트 다운까지 한다. 넥타이와 거리가 가까운 한센은 카운트 다운을 이미 들었지만 상대적으로 약간의 거리가 있던 해피는 아직 카운트다운 9초도 듣지 못했다. 그들의 거리는 고작 2.5미터. 해피는 스스로의 감으로 카운트 다운을 했다.
한센과 론은 당장 저 카운트 다운의 끝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걱정되고 궁금했다.
-5초-
그 때, 해피의 셔츠 안에서 뭔가 붉고 노란 것이 하나 솟아 나오더니 날개를 펼쳤다. 그것은 썬 카뉴어(Sun-conure:모란앵무) 망고였다. 새가 입을 열었지만 망고의 소리는 아직 론과 한센에게 들리진 않았다.
망고는 푸더덕 날아서 론의 머리 위해 앉았다.
“빠------악--------”
그 때, 조금 전 망고가 지른 소리가 천천히 전달되어 론에게 들여왔다.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의 큰 소리였다.
“0, 차원의 강. 웜홀 오픈 준비 완료”
쎄싸미가 말했다.
“열어라 쎄싸미!(열려라 참깨)”
그 때, 어느새 론에게 다가와 론을 자신의 큰 팔로 잡아 앉으며 나타난 해피가 론을 안은채로 소리쳤다.
해피는 론을 안은 채로 쎄싸미의 검은 구 안으로 들어가며 자신의 열쇄를 검은 구체안으로 찔러 넣었고, 그렇게 그들은 차원을 강으로 빠져들었다. 그렇게 해서 론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한센의 눈에는 갑자기 사내와 론이 검은 구체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으로만 보였다. 그리고 그 구체는 서서히 사라졌지만 넥타이는 이미 그 속에 없었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미카엘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마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조용한 정막감만이 잠시간 흘렀다.
부우쉬~!!
타임와치가 중앙지점으로 모이며 순식간에 소멸했다.
그 때, 수십발에 달하는 훠야오의 매서운 공격이 독일군의 작전지휘실로 떨어졌다.
퍼버버버벙 펑펑펑펑펑.
그 폭발소리는 광기어린 히스터를 더욱 자극하였고,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 히스터는 지쳐서 더이상 공격을 할 수 없을 때까지 계속해서 불꽃을 일으켰다. 그는 매우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마법력도 강력했다. 결국, 땅이 울리고 대기는 천둥소리를 자아냈다.
기록에 의하면 그날밤 그 전투에서 양측 군 중 살아남은 인원은 0명. 하지만 그 전투의 기록은 상부로 올라간 후 역사속에서 그 자취를 감췄다.
비공식적으로 이 전투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단 두 사람. 그 두 사람은 훗 날, 땔래야 땔 수 없는 숙적관계가 된다.
그들의 전쟁이 막 시작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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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레누스의 아이들 편 끝, >>> 마법과 욕망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