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93번 남았다는 건가...?
살이 타는 냄새가 난다. 그건 바로 내 심장이 타는 냄새 일거다.
그 핸드폰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의연하게 놓여있었다. 마치 다음 사람을 기다리는 영화 매표소 직원처럼 말이다. 아니 이것 봐하고 나타난게 더 맞을 듯 싶다.
며칠 전에 친구에게서 연희라는 애를 소개 받았다. 연희는 정말 괜찮았고 나를 꽤 마음에 들어한 것처럼 보였다.
“ 그럼 집에가서 전화할게. 핸드폰 번호 뭐야?”
“ 아...핸드폰....지금 고장나서....”
사실 고등학생인 나는 핸드폰이 없었다. 요즘 세상에 초딩들도 가지고 다닌다고는 하지만 워낙에 보수적인 우리 집으로서는 학생신분에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나는 서둘러 고장났다는 핑계를 대고 둘러대긴 했지만 지금 내 나이에 핸드폰 하나도 없다는 것은 엄청난 마이너스로 작용될 우려가 컸었다. 하긴 우리반에는 나랑 두 명정도 빼면은
모두 가지고 있지만.
그래서 이번 기회를 빌어 나는 내가 모아둔 돈으로 핸드폰을 장만할려고 했던 것이다.
그 낡은 모토로라처럼 생긴 핸드폰을 줍기 전까지는...
그 핸드폰은 검은색으로 모토로라 마크만 찍히지 않은 걸 보면 거의 비슷했다. 번호에 한글이 찍혀있지 않은 걸 보면 외제인 거 같기도 했다. 나는 무심코 그 핸드폰을 집으로 가져와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주인인듯한 사람에게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 ‘거참... 그럼 버린건가?’ 핸드폰의 액정에는 날짜 시간외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나는 우선 전화가 잘 되는가 걸어보기로 했다.
“ 나야 임마...”
“ 아.. 난 또 누구라고... 무슨 일이야?”
생각보다 통화음은 매끄러웠다. 끊김도 없고.. 그럼 멀쩡한 거 잖아!
“ 야.. 나 지금 집전화로 하는 거 아냐.. 형님이 드디어 마련했다는 거 아니냐.”
“ 어라? 그럼 지금 핸드폰이야? 자식.. 드디어 하나 장만했구나?”
“ 그럼 임마... 나도 이제 모바일 시대로 뛰어든 거라구...”
“ 그래? 기종은? 얼마 줬어?”
“ 아.... 그게.....”
사실대로 주웠다고 얘기할까 말하려다 그냥 둘러댔다. 그걸가지고 얼마나 놀려댈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전화하는 이 친구도 유일하게 학교에서 나랑 얘기하는 친구니까 말이다. 힘도 없고 범생이처럼 해 다니는 나는 소위 말하는 왕따다. 지금 통화하는 친구는 전학온지 얼마 안되서 나랑 친하게 된 것 뿐이니까. 그래서 나는 언제나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것이다.
“ 그래.. 어떻게, 연희랑은 잘 되 가냐?”
“ 뭐.. 그렇지 뭐. 이제 핸드폰도 생겼으니까 번호도 알려줘야지”
“ 자식.. 핸드폰 생겼다고 니가 무슨 킹카로 바뀌어 지기라도 하냐?”
“ 훗. 이놈이.. 형님한테.. 그러다가 죽는 수가 있어. 잘 될지는 두고 봐.”
“ 으이그 자식... 발끈하기는... 근데... 어? 잠시만...”
“ 왜?”
그 때였다.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것이. 나는 잠시동안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 야... 우리집에 누가 들어온 거 같은데. 부모님은 오실려면 멀었는데....”
“ 한 번 나가서 확인 해 봐.”
“ 그래... 그럼 내일 학교에서....... 어? 누구세요? 아... 아악!!!!!!”
“ 여보세요? 상명아!! 상명아!!! ”
신호가 끊어졌다. 무슨 일이 생긴게 분명했다. 나는 다시 친구집으로 전화를 했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 계속해도 안내멘트만 나올 뿐이였다. 내가 확인 해 볼 방법은 없었다. 사실 나는 그 친구의 집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나는 친구가 장난 친 것이길 바라면서 잠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 날 학교에는 엄청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 어젯밤에 상명이 집에 강도가 들었대....”
“ 강도는 잡혔대? ”
“ 그런데 강도라기 보다는 원한에 의한 범행 같다고 하던데... ”
애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 잘 못 된건가? 나는 애들에게 물어봤다.
“ 상명이는? 상명이는 어떻게 되었어? 괜찮은거야?”
“ 너 아직도 모르냐? 죽었잖아. 칼에 찔려서... 아주 수십번은 찔렸다는데?”
“ 뭐........?!!!”
그럼 그 때 그 소리는 정말로?? 나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걸 느꼈다.
“ 너 인제 그럼 누구랑 노냐? 상명이도 안됐지만 너도 이제 막막하겠다... 흐흐흐”
동원이가 말한다. 나는 언제나 저 자식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친구 상명이의 죽음 보다 앞으로 동원이가 다시 괴롭힐 때 말려줄 사람이 없다는 게 더 겁이 났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뉴스에서 그 사건이 나오는 걸 보게 되었다. 어제밤 10시 20분경이라고했다. 분명 그 시간에는 나랑 통화를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 때 핸드폰의 액정을 봤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자 핸드폰 생각이 나서 내 방으로 갔다. 역시 주인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는 없었다.
분명히 그랬다.
내가 죽는 수가 있어...라고 말을 한 후에 강도에게 당한 것이다. 그리고 그 말 뒤의 이상한 기분도 느꼈던 것이다. 나는 이상한 기분을 떨치려 침대에 누웠다. 액정에서 들어오는 초록색의 불빛. 마치 악마의 눈빛을 연상시키는 기분이 들었다. 생각의 결론은 점점 이상한 쪽으로 치닫고 있었다. 내가 그 말을 했기 때문에 상명이가 죽은 거라고....
계속해서 죄책감을 느끼던 나는 한 가지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동원이 집에 전화를 걸어
‘ 넌 죽어! ’ 라고 한 마디만 하고 끊는 것이다. 만약 된다해도 나는 그놈을 죽이고 싶었던 적은 한 두 번이 아니니까. 나는 바로 비상연락망을 꺼내서 동원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간 후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 넌 죽는다....!!”
“ 뭐? 누구....”
나는 서둘러 핸드폰 플립을 닫았다. 웬지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이렇게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괜찮을 듯 싶었다. 어차피 발신자 추적을 해도 내가 가지고 있는지 모를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다음날 놀라운 사실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교실에서 동원이의 빈자리를 보면서 애들이 웅성대고 있는 사이 담임이 들어왔다.
“ 조용! 조용히 해! 한 반에 두 명이나 사고가 나서 분위기가 좋지 않다. 어제 동원이네 집에서 가스가 폭발해서 동원이를 포함해서 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셨다고 한다. 여러분도 오늘부터 집에 가스를 확실히 점검할 수 있도록 해라.”
그건 정말이었다. 그 핸드폰은 전화로 한마디만 하면 그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는 악마의 도구였던 것이다. 가족 모두가 죽은 건 동원이에게 안 됐지만 그 동안 내가 당했던 걸 생각하면 충분한 응징이었던 것이다. 예상대로 학교 수업은 일찍 마치고 나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내 방 책상위에는 여전히 그 검은색 핸드폰이 기분 나쁜 웃음을 보이며 놓여있었다.
상황이 역전 된걸까? 언제나 약자의 틈에서 시달렸던 나는 이러한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으니까 그동안 나를 괴롭혀 왔던 사람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다 죽여주마. 내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이었는지 똑똑히 보라구.....!
나는 두 통의 전화를 걸었다. 한 사람은 언제나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우리반 담탱이.그리고 내가 동원이에게 괴롭힘 당할 때 옆에서 언제나 비웃던 주영이. 이 년은 꼴에 자기가 이쁘다고 아는 멍청이다. 전화는 간단 명료하게 끊었다. 한 마디만 하면 되니까...
다음날 나는 예상대로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담임은 내 전화를 받았을 때 운전 중이었고, 곧 바로 중앙선을 넘어온 화물트럭과 충돌한 뒤 바로 뒤의 승합차랑 충돌해서 두 차량 사이에 끼인 채로 죽었다. 그리고 주영이는 내 전화를 받을 때 샤워중이었고, 기분이 나빠진채 드라이어기의 플러그를 꼽다가 감전을 당했다. 물론 물기로 충만한 손은 220볼트에도 심장이 멈출때까지 플러그랑 떨어지지가 않았고 꽤 오랜시간동안 전기가 통하는 고통을 맛 보았을 것이다.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은 나에게 없었다. 그저 통쾌했던 것이다. 아무런 무기가 없던 자가 매일같이 칼로 위협을 당하다가 우연히 총을 손에 넣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당연히 그 놈을 쏘는 것이다. 나는 착실히 주변의 나를 괴롭혔던 놈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어느정도의 숙청이 끝난 뒤에 나는 어떤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이 걸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그렇다. 세상에는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널려 있는 것이다. 원한에 의한 살인. 언제나 뉴스의 사건소식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곧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언제나 혼자였던 나에게 유일한 탈출구는 바로 인터넷이었다. 인터넷상에서는 내가 범생인지, 왕따인지 아무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나는 인터넷에서 쌓아둔 실력을 발휘, 홈 페이지를 개설했다. 바로 대리살인 사이트였다.
홈페이지는 거의 게시판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어차피 인터페이스라든지 인터랙션적인 플래시같은 것은 아무소용이 없으니까 말이다. 게시판을 끌어올 때 주민등록생성기를 이용했고 각 PC방을 전전하며 제작했기 때문에 아이피추적에 걸릴리도 없었다. 완전히 유령사이트인 것이다. 사이트를 개설 후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가입되어 있는 아이디로 다음까페의 각종 게시판에 홍보글을 띄웠다. “누군가 죽이고 싶을만큼 밉습니까?”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물론 게시판 내용에는 내 홈페이지를 링크를 시켜놨다.
얼마지나지 않아 게시판에는 누구를 죽이고 싶다라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거의가 현실도피형 글이었다.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풀겠다는 그런 글 말이다. 나는 좀 더 차분히 기다려 보기로 했다. 어느 순간인가 그 죽이고 싶은 대상의 전화번호가 올라오고 나는 몇 통의 전화를 걸었다. 간단한 일이었다. 당연히 바로 그날 내가 전화를 건 대상들은 각종 사고로 죽었고 나는 나에게 살인을 청부한 사람에게 수수료를 청구했다. 5만원이었다.
사람 목숨치고는 너무 싸다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소문으로 알려지려면 이렇게 해야 되는 것이 당연하다. 나의 추측대로 얼마 후 수많은 사람들이 대리 살인을 청부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하루의 몇 통의 전화를 걸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나의 구좌에는 금액이 내가 알 수 없을 정도로 쌓이고 대금을 내지 않은 사람은 내가 직접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나의 사이트에는 암묵적인 룰이 생기기 시작했다. 구구절절한 사연없이 대상의 핸드폰번호와 청부한 사람의 연락처 및 이름만 기록되고 수수료는 실행이 끝난 뒤 바로 다음날에 입금 되었다. 수요가 넘치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정말로 죽이고 싶은 사람이 많았다. 모든 사람들은 이런 가식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왔던 것이다.
마음속에는 철저한 살의를 품은 채....
이제 내 사이트의 한 건당 수수료는 100만원이 넘었다. 하지만 죽여달라는 사람은 넘친다. 연일 뉴스에는 이상하게 죽는 사람이 넘친다고 했다. 교통사고, 추락, 화재, 가스, 강도, 심지어는 지나가는 개한테 물려죽은 사람도 있다고 했다. 세상에는 둘러보면 모두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살인도구들 뿐인 것이다.
어느 때부터인지 몰라도 나는 서서히 감각을 잃기 시작했다. 내가 죽였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나는 그저 핸드폰을 들고 번호를 누르고 한 마디만 하면 되는 것이다. 마치 신용카드로 1000만원이 넘게 긁을 때처럼 말이다. 일정수준이 지나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죄책감? 그런 건 처음에 상명이가 죽었을 때 뿐이다. 내 통장에 잔고가 얼마있는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나도 어느정도의 선을 긋는다. 이 핸드폰으로 일반전화로 전화를 하게되면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 또한 모두 당한다. 따라서 나는 핸드폰으로만 전화를 하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 핸드폰이 없는 사람이야 애들이랑 노인 뿐이니까. 그래서 나는 일종의 이런 것에서 나의 밑바닥 저편에 있는 불길한 기운들을 지운다.
어린애랑 노인은 죽일 수 없으니까....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른다. 어차피 세상은 언제나 연속되는 사고가 터지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죽어가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 죽는 사람이 내가 전화를 걸어서 죽게 되는지 아니면 순전히 자신의 과실이나 운으로 죽는 건지 나는 알 수 없다. 지금 나는 감각을 잃어버린지 오래되었다.
내가 전화를 거는 사람은 모두가 천하의 악인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에게 의뢰를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말이다.
문제는 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다.
나는 시간을 두고 하루동안 그 전화로 세 번을 전화한다. 안 받을 경우에 말이다. 세번이 지나도 안 받는 사람은 나는 배제한다. 따라서 재수가 좋으면 살 수도 있는 것이다.
내 전화를 받지 않길 바란다.
일단 받게 되면
그걸로 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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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썼던 글인데요... 2부로 나눠서 올릴게여...
심야택시에서 격려의 리플 고맙습니다.. 2부의 내용은 어떨까여~~~^^;;
첫댓글 와~ 어찌 이리 기발한 생각을... ^^ 다음편이 무지 궁금해 지네요~ 얼른 올려주세요 ^^
2부 빨리 올려주세여..
우와;ㅁ; 잼있네요+ㅁ+ 어서어서 2부올리세요/ㅅ//
좀 더 살을 붙이다 보니 3부로 나누어 지는 군요... 죄송...^^;;
/ㅅ/ 잼써요`-`;
우와~~~~~~잼나요
헉-_-읽다가 전화가 왔는데 그냥 안받았어요. 무서워ㅠㅠ
정말 전화받기가 무서워 진다는; 앞으로 주위사람들한테 잘 대해야 겠단 생각이..^^; 맨 처음에 두 문장은 불길한 일에 대한 복선인가요? 제한횟수가 있는걸까*_*.. 건필하시고, 다음편 기다릴께요!
건필하세요 ^-^ 다음편이 무지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