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 오는 아침에
주말 날씨는 야외 활동과 밀접한 연관 있다. 나는 골프장으로 나갈 일도 없고 텃밭을 가꾸지도 않음에도 주말 날씨에 관심이 많다. 들녘을 걷거나 산기슭을 오르려면 웃비가 내리면 나들이에 지장이 있다. 적은 양의 비라면 우산을 받쳐 쓰고라도 산책 산행을 감행한 경우도 없지는 않다. 봄철엔 황사가 덮치거나가 미세먼지가 짙어 나들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어 고려 대상이다.
일기예보는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접한 정보가 가장 쉽고 빠르다. 그럼에도 방송 뉴스는 기상 게스트가 스쳐 지나버리는 수 있다. 이럴 경우 다음 그 게스트가 나올 시간대까지 마냥 뉴스만 시청하고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으로 다음이나 네이버 날씨 검색창을 통해 주말 일정에 도움을 받는다. 시간대별 날씨 개황이 나오고 비가 예보되면 예상 강수량까지 거의 맞아떨어졌다.
올봄엔 예년보다 비가 잦은 편이다. 주말에도 내린 경우가 없지는 않으나 주중에는 더 자주 내렸다. 지난주에도 화요일 비가 왔는데 이번 주도 화요일 비가 예보되었다. 나는 간밤 뉴스를 접하지 못해 일기예보를 보지 않아도 인터넷 검색 주간예보에서 화요일 비가 올 거라는 소식은 알고 있었다. 평일에 비가 내리면 걸어 출퇴근하는 나로서는 비가 내리는 시간대가 무척 신경 쓰였다.
가는 봄날 이른 더위가 왔다. 한동안 성큼 여름이 온 듯 날씨가 무더웠다. 교실에선 벌써 에어컨 가동되기도 했다. 더위를 식혀줄 비가 기대된 화요일 동이 트기 전 일어났다. 새벽녘 창밖을 바라보니 구름은 끼어도 비는 오질 않았다. 인터넷으로 어느 시간대에 비가 올지 살피니 아침 아홉시부터 오후 여섯시 사이 우산이 그려져 있었다. 전국적으로 강수량이 얼마 될 것이라 내다봤다.
종이 신문을 보고 난 뒤 공중파 정규 뉴스가 시작되길 기다려 텔레비전을 켰다. 앵커의 인사에 이어 야외 현장으로 기상 게스트가 바로 연결되었다. 기상 게스트는 여의도 지하철역 입구에서 우산을 쓴 채 기상 상황을 보도했다. 새벽녘에 서울과 수도권부터 비가 와 오전 중 점차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 전했다. 화면 자막에도 충청 이남 도시들은 우산이 아닌 구름이 표시되어 있었다.
나는 평소처럼 아침 식사를 끝내고 여섯 시 반 경 출근 채비를 했다. 현관을 나서면서 우산을 챙길까도 하다가 마음을 거두었다. 학교까지 걸어갈 시간에 웃비가 내리지 않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집을 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 둔 우산이 두 개나 되었다. 그간 경험칙으로 인터넷의 강수 시간대가 거의 맞아 떨어져 학교까지 걸어가도 비를 맞지 않을 것이라는 여유를 부려보았다.
비는 오전 중 내려 저녁에는 그칠 거라 했다. 비가 늦게 개어도 일단 학교까지 가면 퇴근길은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학교에는 잘 간수하는 우산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집에 여유분으로 있는 우산을 챙기지 않고 아파트 뜰로 내려섰다. 아니나 다를까 비는 예보보다 일찍 내렸다. 구름 낀 하늘에 가느다란 빗방울이 들었다. 말 그대로 실비였다. 우산을 챙기느냐 마느냐로 잠시 망설였다.
나는 인터넷과 방송 자막의 구름 표시만 믿고 빈손으로 나섰다. 아파트 앞 버스정류소를 지날 때 빗방울은 성글었다. 계기판에는 학교 근처로 가는 버스는 십여 분 있어야 도착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걷기로 작정하고 반송중학교와 트리비앙 아파트 곁을 지났다. 창원스포츠파크 수영장 건너편에 이르자 빗방울이 제법 들었다. 나는 안 되겠다 싶어 맞은편의 가까운 버스정류소로 향했다.
정류소에 이르자 내가 탈 버스는 계기판에 아직 뜨질 않았다. 그새 빗방울은 그쳐 걸어가도 될 듯했다. 폴리텍 대학으로 향하니 비는 감질나게 내렸다. 난 건넜던 횡단보도를 되돌아 건너 버스정류소에서 학교 근처로 가는 버스를 탔다. 차창에는 빗방울이 살짝 맺혀 있었다. 학교 앞에 이르니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이 우산을 펼쳐 걸었다. 나는 실비를 가볍게 맞고 교정으로 들었다. 1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