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공코너
만들고 싶은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든다
혁신을 제조하는 에이팀벤처스! 고산 대표
서울공대지 2019 Spring No. 112
이번 설공코너에서는 에이팀벤처스 고산 동문을 만나 보았습니다.
글 | 기계항공공학부 3 정윤종 / 건설환경공학부 4 이광재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은 독자 여러분이라면
‘고산’이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10여 년 전 추진된 한국우주인배출사업에서 선발되었던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로 잘 알려져 계시지요.
이번 호 공상에서는 10여 년 전에는 우주에 도전하였고,
지금은 에이팀벤처스라는 스타트업으로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가고 계신
고산 대표님을 만나보았습니다.
Q1.
대표님과 에이팀벤처스에 대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A1. 안녕하세요. 저는 <에이팀벤처스>의 대표 고산이라고 합니다. 에이팀벤처스는 제조업을 IT 기술로 혁신하는 회사입니다. 저희가 실제로 하는 일은 온라인을 통해 무언가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모아 그것을 잘 만들 수 있는 업체와 연결해주는 일입니다. 무언가 만들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의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희는 중간에서 그런 분들에게 전문성을 제공해드리고, 양쪽을 연결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그 동안 오프라인에만 머물러 있던 제조업 분야를 온라인으로 가져오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 서비스의 이름은 ‘크리에이터블’입니다.
Q2.
에이팀벤처스라는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2. 제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데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싱귤래러티 유니버시티라는 창업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것이 큰 영향을 주었어요. 싱큘래러티 유니버시티는 가속하고 있는 과학기술로 10년 안에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자는 방향성 속에서 사람들이 창업을 잘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여기서 10 주 동안 물, 에너지, 식량 등 인류가 대면한 거대한 문제들을 알아보고, 다양한 벤처를 만나보면서 이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아 나가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거기서 만난 사람들의 비전과 한국의 현실이 너무나 대비되어 보이기도 하였고, 한국에도 이러한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때 저는 우주인 경험 다음에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미국에 유학을 갔던 거였거든요. 하버드에 과학기술정책 공부를 하러 가기 전에 잠시 실리콘밸리에 들렀던 거였어요. 그런데 그 10주간의 경험을 통해 제가 너무나 하고 싶은 일이 생겨버린 거에요. 마치 원효대사가 깨달음을 찾아 당나라로 가던 도중에 해골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요. (웃음)
결국 하버드에서 과학기술정책 공부를 하다가 1년 만에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와 2011년에 타이드인스티튜트라는 창업을 지원하는 비영리 법인을 만들었어요. 세운상가에 팹랩서울이라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조성해서 누구든 원하는 제품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하는 등 제조 창업을 지원하는 여러 활동을 했습니다. 타이드인스티튜트를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3D 프린터를 비롯한 여러 기계를 이용하여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것을 직접 만들어보는 이러한 시도들이 ‘메이커 무브먼트’라고 불릴 정도로 굉장히 커다란 움직임이 되었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창업을 지원하는 것보다도 제가 창업에 도전해 직접 ‘플레이어’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일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졌고요. 결국 2014년에 에이팀벤처스를 설립하여 직접 제조 창업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Q3.
3D 프린터를 개발하는 기술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에이팀벤처스에서 ‘크리에이터블’이라는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을 부탁 드려요.
A3. 처음에 에이팀벤처스를 시작할 때 생각했던 사업의 방향성은 지금과는 꽤 달랐습니다. 메이커 무브먼트에서 영감을 받아서 사업을 시작했던 만큼, 3D 프린터를 개발하고, 교육용 아두이노키트를 개발해서 출시하는 등의 일들이 처음에 저희가 계획하고 있던 방향이었어요. 처음에 3D 프린터를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6개월 정도 걸릴 프로젝트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저희가 3D 프린터를 개발해서 출시하는 데까지는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희가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은 기술 개발보다도, 개발한 제품을 일정 수준의 품질로 양산하기 위해 생산 라인을 갖추는 일과 같은 제조업과 관련된 부분이었어요. 제조업이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것임을 느꼈죠. 하지만 동시에 바로 그 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크리에이터블’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하며 회사의 방향을 제조 서비스업으로 전환하게 된 것입니다.
Q4.
‘크리에이터블’이라는 서비스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A4. 크리에이터블 서비스도 처음에는 단순히 산업용 3D 프린터로 원하는 사람들에게 3D 프린팅을 해주는 서비스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제조와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영역이 온라인으로 서비스 가능한 영역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현재는 CNC, 금형 사출, 주조 등의 다양한 영역들을 저희의 서비스 카테고리에 추가해 나가고 있습니다.
결국 저희가 지향하는 바는 누군가 만들고 싶은 것이 있다면 크리에이터블 서비스를 통해서 시제품부터 대량 생산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두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제조업체만 연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설계하는 것이 좋을지, 어떠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 어떠한 생산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등 제조와 관련된 전문성 또한 제공해주고 있지요. 크리에이터블 서비스가 제조와 관련된 전문성을 제공하고 고객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에만 힘써서 각자가 갖고 있는 강점에만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크리에이터블은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굉장히 도움이 되는 서비스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제조업이 위기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조선업, 자동차 산업 등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 후방에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도 같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죠. 실제로 제조설비들의 30% 정도는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크리에이터블 서비스가 무언가 만들고 싶어 하는 수요를 모아 제조업체들에게 좋은 고객을 연결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조업체들 입장에서는 고객을 다각화할 좋은 기회이지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조 생태계를 건전하고 견고하게 재구성하고, 우리나라의 제조업이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겠죠. 크리에이터블은 거시적으로는 이러한 가치들을 추구하는 서비스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Q5.
많은 분들이 고산 하면 우주인으로의 모습을 많이 기억하고 있는데요, 우주인 경험이 대표님께는 어떠한 영향을 끼쳤나요?
A5. 우주인으로서의 경험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선발된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스스로 애국자라든가, 사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우주인이 되지 않았다면, 원하는 공부를 하면서 유유자적하게 취미를 즐기며 살았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 경험을 계기로 국가와 국가 간의 뚜렷한 경계와 경쟁 관계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국민들께 빚을 졌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무언가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했고, 창업을 지원하는 비영리 법인을 설립하였던 것이죠. 지금 하는 일 또한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그렇지 않았다면 저 스스로 이 일을 시작하기가 조금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Q6.
마지막으로 공상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 드립니다.
A6. 제가 그 동안 삶을 살아온 방식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지그재그’인 것 같아요. 외국어고등학교를 나와서 원자핵공학과에 입학했다가, 수학을 전공하러 대학에 다시 입학하였고, 대학원에서는 인지과학을 공부한 다음에, 삼성에서 연구를 하다가 우주인이 되었고, 갑자기 스파이로 오해를 받기도 하고 (웃음) 하버드에 정책공부를 하러 갔다가 1년 만에 돌아와서 지금은 스타트업을 하고 있어요. 미래를 미리 내다보고 목표를 설정하는 경우에는 노력을 많이 하면 어느 정도 근처까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먼 목표를 설정하기보다 내 주위를 계속 탐색하다 보면 그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방향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제가 살아온 방식은 매 순간순간 이러한 새로운 방향들을 선택한 결과였어요. 요즘에는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하잖아요. 5년 후의 미래도 예상하기 어렵죠. 저는 5년 전에 제가 이런 일을 하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저는 제가 살아온 방식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생각이고요.
독자 여러분께 조언하고 싶은 바도 비슷해요. 고등학교 시기에는 진로 고민을 정말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진로 고민은 평생 할 거에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 너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좋아 보이는 길이 있으면 한 번 가보기를 추천할게요. 그 후에는 더 많은 것들이 보일 거고, 또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지요. 세상엔 정말 다양한 길들이 있거든요. 매 순간순간 그렇게 선택을 이어나가다 보면 자신만의 멋진 삶의 궤적을 만들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