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우리는 가족이잖아!
2022년 12월 26일 월요일
음력 壬寅年 섣달 초나흗날
요즘 연일 이어지는 한파는 참으로 혹독한 추위다.
수은주가 영하 22도를 기록한 또 하루를 시작한다.
정말이지 춥다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온다. 그래도
하늘은 양심이 있는지 다행히 바람은 보내지 않아
체감온도는 떨어지게 하지는 않았다. TV뉴스에는
이런 한파와 폭설은 우리 고장, 우리나라에서 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가까운 일본의 어느 지역은
2m에 가까운 폭설이 내렸다고 하고 태평양 건너
미국은 전지역이 폭설과 한파 뿐만아니라 심지어
때아닌 이 겨울에 폭우까지 쏟아져 난리법석이다.
아무래도 촌부 생각에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지구의 극심한 몸살이 아닌가 싶다. 도대체 한파는
언제쯤이나 풀리려나? 에고~ 춥다, 추워~~~
크리스마스인 어제 아침나절, 아내가 처제를 불러
뭐 맛있는 걸 해먹어야 하는데 그냥 호떡이나 해서
먹자고 했다. 마트에서 파는 호떡 믹스에 몇 가지
견과류를 다져서 황설탕과 함께 소를 넣어 굽기로
했다. 아내와 함께 호떡 재료준비를 해주고 나와서
이서방과 함께 거실에서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매가 호떡을 잘 만들고 있겠지 하고 기다리는데
갑자기 처제의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
있는가 싶어 물었더니 아침에 김밥 싸던 이야기를
하며 먼저 가버린 처남과 지난달 작고하신 엄마를
생각하며 울컥했단다. 마음이 여리고 착한 심성을
가진 세자매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글썽인다.
아내와 처제가 구워준 호떡을 맛있게 잘 먹고나서
아무래도 분위기를 바꿔줄 필요가 있겠구나 싶어
"크리스마스 휴일인데 드라이브 삼아 진부에 다녀
올까? 나간 김에 월정사에 들려 새해 달력도 얻어
오고 맛있는 것도 먹고 오면 어떨까? 그렇게 하자!"
라고 했더니 때마침 진부에 새로 생긴 다이소에서
살 것 있다며 모두들 좋아했다. 한동안 심한 추위와
폭설로 바깥에 나가는 것이 어렵고 마땅찮았다.
우리는 이따금씩 조금 멀긴 하지만 진부를 거쳐서
오대산 월정사, 때론 그 윗쪽 상원사까지 드라이브
삼아 다녀오기도 하고, 진부 장골목에 있는 짬뽕을
잘하는 음식점에서 해물짬뽕을 먹으러 다녀온다.
어제는 크리스마스이지만 크리스찬이 아닌 우리는
월정사를 다녀왔다. 처제가 크리스마스인데 절에
간다는 것이 좀 그렇다고 했지만 어차피 둘째네는
카톨릭이고 아내와 촌부는 불자인데 그런 것까지
가릴 필요가 없잖느냐고 말했다. 우리는 월정사의
신도라서 해마다 달력을 가져오곤 하는데 어차피
진부까지 나갔으니 부처님도 뵙고 달력도 가져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다녀온 것이다.
휴일이라 그런지 월정사에는 관광객인지 신도인지
잘 모르지만 가족단위 사람들이 제법 많아 보였다.
그렇게 아내와 둘이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을 뵙고
나와 종무소 원주실에 들려 달력을 2부 얻어왔다.
진부 읍내에 있는 다이소로 발길을 옮겨 구경 삼아
둘러보며 쇼핑을 했다. 보는 것마다 사고는 싶은데
아내가 말렸다. 예상보다 많이 샀다. 필요하니까...
둘째네는 우리보다 더 많이 산 것 같다. 사실 다이소
생활용품은 여느 마트보다 물건도 다양하면서 또
값이 저렴하다. 그래서 과소비를 하게 된다.
쇼핑을 마치고 집에 와서 조금 쉬었다가 저녁무렵
외식을 하기로 하여 인근 음식점으로 가서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왔다. 얼마전 마을 대동회 참석을
했을때 받은 식권을 사용한 것이다. 버섯불고기에
폭탄계란찜에 소주까지... 집으로 오면서 처제에게
"이제 기분 좀 풀리셨나?" 했더니 처제가 말하기를
"형부 덕분에 드라이브 잘하고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어 기분이 확 풀렸네요." 라고 하여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는 가족이잖아!" 라고... 그랬더니
아내가 "영주 막내네가 좀 걸리네!" 라고 말했다.
원래 과묵한 이서방도 흐뭇했었는지 빙그레 웃고
있었다. 이렇게 산골가족의 크리스마스는 둘째네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첫댓글
눈내린 월정사
운치가 있습니다~
즐거운 가족 나들이의 모습이 그려 집니다
산골 촌부님네의 성탄절이 멋지네요.
그렇지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고
행복이 넘치면서 슬픔은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진정으로 아름답고 보기 좋아 보입니다.
성탄절 즐거운 시간을 보냈군요. 어제도 걸었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