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문 Ⅱ-79]‘국중박國中博’과 이순신전
‘국중박’이라는 약칭과 오래된 신조어‘핫플’을 아시겠지요? 국중박은 국립중앙박물관, 핫플은 핫 플레이스(hot place. 요즘 잘 나가는 뜨는 곳)이다. 최근 열 살짜리 손자가 알려줬다. 핫플은 10년 전쯤 처음 유행할 때 알았지만, 국중박은 처음 들었다. 가히 기가 막힐 일이다. 그런데, 그 국중박의 관람객수가 2025년 한 해 세계 4위에 진입했다고 한다. 정말 놀랐고 믿어지지가 않아 제미나이를 찾았다. 빛의 속도로 “우천형님, 이제는 어깨를 겨룬다는 수준을 넘어 전세계 Top 5 안에 확실히 안착했어요”라는 답변이다. 와우-, 럴수, 럴수, 이럴 수가? 리얼리? 우리 박물관이 메트로폴리탄미술관(The Met) 관객수보다 많단 말야. 지난해 8월 직접 가본 영국박물관과 비슷하고, 내셔널갤러리보다 많다는 게 말이 돼? 그런데 사실이란다. 650만명. 루브르박물관 900만, 바티칸박물관 683만, 영국박물관 650만명에 이으며, 역대 최고 기록으로 아시아의 자존심으로 자리잡았다는 데이터를 보았다.
아아-, 백범 선생이 오직 바라는 것이 ‘문화강국’이 “거의” 실현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은근히 자랑스러웠다. 어깨가 으쓱해졌다. 이제 문화의 힘이 지구촌에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을 나의 생전에 실제 보고 있지 않은가. 3월 21일 BTS의 “아리랑” 신작 발표를 광화문에서 무료로 한다니까, 한 마디로 세계가 미쳐 돌아가는 듯 하지 않은가. 그 역사적인 광경을 보려고 인근 호텔의 1일 숙박료가 500만원이라는 뉴스를 보고 혀를 기쁘게 찼다.
마침 <우리들의 이순신> 전시회가 3월3일까지 열린다해 ‘나홀로 관람’의 시간을 가졌다. 솔직히 대한국인으로서 행복했다. 행복이 뭐 별 것인가? 좋은 책 한 권도, 영화 한 편도 우리를 얼마든지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그게 문학이고 예술인 것을. 2층 <사유의 방>을 가보셨는가? ‘반가사유상’ 국보 두 점을 보면서 2천년 전 조상들의 예술감각에 경의를 표했다. 오른쪽 손가락을 도톰한 뺨에 살짝 대고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이 외람되게도 섹시하지 않으신가?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며 어떻게 구원할지를 생각하는 부처 미륵보살을 형상화한 것이라지만 속물인 나는 솔직히 그렇게 보인다. 얇은 옷감 사이로 드러나는 신체의 곡선은 또 얼마나 자연스럽고 만져보지 않아도 부드럽기가 짝이 없을 듯하다. 오래 전부터 ‘동양의 모나리자’로 알려진 온화한 미소는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고 있지 않은가. ‘사유의 방’은 어느 큐레이터의 작품인지 모르나 ‘매불쇼’보다 훨씬 더 압도적이다.
<우리들의 이순신>전을 말하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안중근 의사처럼 ‘불멸의 영웅’이시다. 不滅이란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는다는 뜻. 청사(靑史)에 기리 빛날 위인 중의 위인. 세계기록유산 <난중일기>를 남겨서가 아니다. 나는 충무공이야말로 “된 사람” “든 사람” “난 사람”의 전형(모범)이라고 생각한다. 복제본이 아닌 친필본 난중일기를 본다는 것은 행운 중의 행운, 그러니 그 기회를 어찌 놓치겠는가. 충무공 탄신 480주년, 광복 80주년, 국중박 용산개관 20주년을 기념해 기획했다는데, 2년도 넘게 고생한 큐레이터(유새롬)는 문화훈장감이다. 애썼다. 총 258건 369점의 방대한 유물을 어찌 다 감상할 수 있을까? 물경 3만5천원의 도록을 구입한 이유이다. 기획의 컨셉은 ‘영웅 이순신’보다 ‘인간 이순신’에 집중한 듯하다. 규율을 어긴 부하들을 신상필벌(信賞必罰)하고도 홀로 울었던 그는 봄비에 떨어지는 꽃을 보고 7년에 걸쳐 쓴 일기에 ‘화우(花雨. 꽃비)’라고 쓴 서정적인 인간이었다. 이제 머지않아 이 땅에도 벚꽃이 떨어지는 花雨가 내릴 것이다. 그때 장군님을 생각할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우시는 장군의 효심을 생각하고, 한산섬 깊은 밤에 애(창자)를 끓는 장군의 고독과 충성스런 마음을 생각해 보자.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이 오죽했으면 “천지를 다스리는 능력과 찢어진 하늘을 꿰매고 흐린 태양을 목욕시키는 공로가 있었다”고 했을까? 천지를 다스리는 능력은 경천위지(經天緯地)이고, 하늘을 꿰매고 태양을 목욕시키는 것은 보천욕일(補天浴日)이다. 진린은 처음 만나 감히 충무공을 개무시했지만, 그의 인품에 반해, 이런 찬사를 남겼다. 누적관객 30만이 넘고 설연휴 10만이 넘었다니, 우리는 준수한 문화민족이다. BTS가 이번에 세계를 한 바퀴 돌고나면 KOREA의 위상이 더 몇 배 달라질 것은 물어보나마다다. K-문자, 한글(훈민정음)의 열풍이 불고 있지 않은가. 자, 보아라. K-음악을 필두로 K-문학(노벨문학상), K-푸드, K-방역에 이어 “K-정치”도 수출할 판이지않은가. 한밤중 내란을 막아낸 K-깨시민들은 2026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었다.
국중관이 이렇게 힙하게 된 것은 '뮷즈'라는 브랜드 때문이기도 하다. 얼마 전 큰아들이 소주잔 3개를 선물했는데, 신기한 것은 소주잔에 그려진 선비의 얼굴이 술을 따르면 붉어지는 것이다. 계영배처럼 과음을 경계하는 듯한 이 굿즈(goods)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기 어려울 정도로 잘 팔린다는 것. 거의 전설적인 스테디셀러는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인데 품절이 잦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것 역시 좋은 일.
“우리 것이 좋은 거시여”라던 명창 박동진 선생의 메아리는 헛되지 않았다. 우리 것이 세계적이라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는 쌔고 샜다. 백범 선생님의 그토록 원하시던 ‘우리 문화의 힘’이 각 방면에서 전세계에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 아니 좋은 일인가. 이제 'K-통일(South-North Korea Unification)'만이 남은 민족적 숙제이거늘, 이때 날아온 가장 비극적인 뉴스는 무엇인가. 슬프다. 가슴이 너무 먹먹하게 아프다. ‘제왕학’만을 배운 저 어린 놈 김정은의 망언을 보아라. “동족(同族)이라는 개념은 완전히 물 건너갔다”며 남한이 “적대적 국가”임을 천명한 ‘미친 발언’은 무엇인가. 미친 짓이다. 광기(狂氣)이다. 머지않아 인과응보(因果應報)를 받을 것은 기정사실일 터. 지하에서 백범 선생이, 안중근 의사가, 함석헌 선생이, 장준하 선생이, 문익환 목사가, 백기완 선생이 통곡할 일이 벌어졌다. 아-, 이 노릇을 어이할 것인가. 20년만에 통일부장관으로 복귀한 정치인이여! 벼라별 수를 다 써서라도 남북한 관계회복에 힘을 쓰셔라. 문화강국 코리아, 이제 그것만이 남았다. 장준하 선생은 말씀하셨다. “모든 통일은 좋은 가. 그렇다. 모든 통일은 좋다”이 아침, 미국과 이란은 기어이 무력전쟁으로 치달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