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Doc)
1971년 미국영화
감독 : 프랭크 페리
출연: 스테이시 키치(닥 할러데이)
페이 더너웨이(케이트 엘더)
해리스 율린(와이어트 어프)
마이클 위트니(아이크 클랜턴)
덴버 존 콜린스(키드)
서부에서 실존했던 인물인 닥 할러데이와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의 이야기는 꽤 많이
영화화 되었습니다. 닥 할러데이는 치과의사였던 총잡이로 결핵으로 시한부의 삶을
살게 되자 자포자기하여 술과 도박으로 인생을 허비하며 떠돌아 다니고 걸핏하면
총으로 사람을 쏘아 죽여서 '서부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와는 매우 친하게 지내며 우정을 쌓았는데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서부 영화의 단골 소재로 많이 이용되었습니다.
서부영화속에서 등장하는 와이어트 어프와 닥 할러데이는 많이 미화되어서
만들어졌습니다. 이들의 미화가 가장 절정인 영화는 1957년 존 스터지스 감독의
'O.K. 목장의 결투'입니다. 헐리웃의 톱 스타 버트 랭커스터와 커크 더글러스가
각각 와이어트 어프와 닥 할러데이를 연기하며 서부 영화 사상 최고의 멋진
콤비역할을 합니다. 영화도 아주 재미있고, 특히 결투장면이 길고 스릴있게
펼쳐집니다.
하지만 영화속의 미화와는 달리 닥 할러데이는 도박사이자 술독에 빠져 사는
방랑자에 살인자였고, 와이어트 어프는 야심이 많고 상술이 좋은 사람이었다는게
실제 인물의 모습일 것입니다. 영화속에서는 이들의 인성뿐만 아니라 능력또한
굉장히 과장되어 표현되었는데 존 포드 감독의 '황야의 결투'에서는 닥 할러데이가
마을 하나를 장악하고 추앙받는 인물로 묘사되고, 와이어트 어프는 아주 선량한
호인이었습니다. 와이어트 어프를 연기한 배우를 보면 '헨리 폰다' '버트 랭커스터'
'랜돌프 스코트' '제임스 스튜어트' '제임스 가너' '커트 러셀' '케빈 코스트너' 등
헐리웃의 톱 스타들이 대부분이며 닥 할러데이를 연기한 인물들도 '월터 휴스턴'
'빅터 마츄어' '커크 더글러스' '아서 케네디' '제이슨 로바츠' '발 킬머 '데니스 퀘이드'
등 유명 배우들이 많았습니다.
역대 가장 폼 안나는 닥 할러데이를 연기한 스테이시 키치
케이트와 아이크
닥과 케이트
1971년에 만들어진 '닥(Doc)'이라는 영화는 닥 할러데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의
시점에 맞추어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닥 할러이이와 와이어트 어프를 등장시킨
영화중에서는 매우 소품이며 범작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이 영화의 특징은
기존 영화들에서 매우 미화된 두 인물을 굉장히 평범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선과 악'의 대결처럼 묘사되었던 어프 일가와 클랜턴 일가의 대결을 툼스톤의
이권싸움처럼 묘사했기 때문에 비교적 중립적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우리나라 미개봉작이지만 유명배우인 버트 랭커스터 주연의 '애증의 세월'이나
페이 더너웨이 주연의 '존경하는 어머니'를 연출한 프랭크 페리 감독이 연출했고,
유명 여배우 페이 더너웨이가 출연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당시 톱 클래스의
배우인 페이 더너웨이가 이 B급 소품에 가까운 서부극에 왜 출연했는지 의문입니다.
서부를 유랑하는 닥 힐러데이(스테이시 키치)는 어느 술집에서 아이크 클랜턴
이라는 남자와 도박을 하여 그가 데리고 있던 케이트(페이 더너웨이)라는 여자를
빼앗습니다. 툼스톤으로 온 닥과 케이트는 각자 갈 길을 가고 닥은 이곳에서
절친인 연방보안관 와이어트 어프(해리스 율린)와 재회합니다. 와이어트와
아이크 일가는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로 사실상 툼스톤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는 앙숙관계입니다. 닥은 살인과 도박으로 점철된 유랑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술집에서 일하는 케이트를 데려와서 둘이 조용히 정착하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마을에서 현금수송차가 강탈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이 아이크와 가까운
링고의 소행으로 의심되자 와이어트는 아이크일가에게 현상금을 주는 대신
링고를 넘길것을 제안하고 그의 조카인 키드를 인질로 가둡니다. 그러나
닥이 보석금을 내고 키드를 풀어주자 와이어트는 아이크와의 제안을 파기하고
그들 일가를 처리할 계획을 세웁니다. 이들의 싸움에 말려들지 않고 조용히
지내려던 닥은 결국 와이어트를 위해서 다시 총을 잡습니다.
닥 할러데이와 와이어트 어프
역시 가장 멋없는 와이어트 어프가 등장한다.
대배우 페이 더너웨이가 케이트로 출연하는 것이
이례적으로 느껴지는 영화
케이트와 함께 조용히 정착하고 싶은 닥 할러데이
기존의 서부의 멋진 영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낭만주의 서부극과는 사뭇 다른
내용입니다. 영화가 발표된 71년 당시는 그럴만도 했던 것이 서부의 본연의
추악함을 조롱한 이탈리아의 '마카로니 웨스턴'이 쏟아져 나왔고, 헐리웃에서도
'와일드 번치' '솔저 블루' '작은 거인' '내일을 향해 쏴라' 등 수정주의 서부극들이
등장하면서 서부영화는 더 이상 낭만주의와 영웅을 묘사하는 소재가 아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와이어트 어프와 닥 할러데이에 대한 재평가를 하는 영화처럼 등장한
것이 바로 '닥'입니다.
기존 영화들에서 무적의 총잡이였던 닥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의 닥은 이미 지치고
총잡이 생활이 싫증난 결핵환자에 불과했고, 케이트와 조용한 정착을 원하는
인물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와이어트 어프로부터 '변했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입니다. 와이어트 어프 역시 다른 영화에서와 같은 쾌남 영웅이 아니라
아이크와의 맨주먹 결투에서 무기력하게 줘터지는 모습도 보이며, 이미 연방
보안관이면서 툼스톤의 지역보안관까지 출마하여 마을의 이권을 장악하려는
욕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프 일가와 클랜턴 일가의 O.K,목장에서의 결투도
기존 영화에서 처럼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그냥 주도권을 위한 감정싸움에서
번진 결투로 묘사됩니다. 즉 와이어트 어프는 한 일가를 몰살시키다시피한
살인을 통해서 마을을 장악하고 보안관 생활을 한 셈입니다.
서부극에서 단골로 많이 영화화 되는 두 인물
닥 할러데이와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
아이크에게 처참하게 줘 터진 와이어트 어프
어느 영화에서도 와이어트가 이렇게 체면 구긴적은 없었다.
아이크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와이어트
술독에 빠져 폐인이 되어가는 닥 할러데이
정신차려요~ 닥!
기존 닥과 와이어트에 대한 이야기에서 나온것과 다른 무슨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툼스톤에서 닥과 와이어트가 만나서 우정을 나누고
O.K목장의 결투까지 이어지는 내용은 기존 영화들과 큰 줄기는 똑같습니다.
페이 더너웨이가 연기한 케이트라는 여자의 비중을 높인 것인 'O.K. 목장의
결투'와 비슷하고 두 집안의 결투 외에는 별다른 총격전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즉 닥 할러데이나 와이어트 어프의 미화를 위해서 이들이 벌이는 멋진 총솜씨
자랑같은 내용 자체가 없습니다. 낭만주의 서부극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대체
이들이 왜 빨리 총싸움을 안하고 이런 저런 수다만 떠는지 지루할 내용입니다.
두 인물에 대한 재평가까지는 좋은데 그렇다고 영화가 짜임새있는 수작은
결코 아니고 그냥 다소 진부한 서부 드라마입니다. 중간 중간 좀 엉성하고
진부한 장면들이 등장하여(가령 중국인 집에 케이트가 불을 지르는 장면 같은)
영화의 수준을 더욱 낮추는 느낌입니다. 닥과 와이어트 어프를 연기한 배우들도
기존 영화들처럼 헐리웃 톱스타가 아닌 그냥 평범한 배우들로 페이 더너웨이
같은 톱 스타 배우가 이런 배우들의 들러리 역할같은 캐릭터로 출연하는 것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결국 클랜턴 일가와의 결투에 합류하는 닥
O.K, 목장의 결투를 위해서 가는 그들
35세의 나이로 요절한 닥 할러데이
아무튼 닥 힐러데이와 와이어트 어프의 이야기중에서 두 사람을 가장 덜 미화시킨
작품이며 특히 와이어트 어프에 대한 디스가 적나라했던 것이 특징입니다.
멋진 음악도 멋진 총격전도, 서부의 낭만도 일체 없고 삶에 지쳐가는 시한부
인생의 총잡이의 마지막 총격전을 다룬 듯한 내용입니다. 영화의 엔딩에서
닥 할러데이의 영정사진같은 모습과 그가 35살까지 살았다는 내용이 나오는 것도
특징입니다. (닥 할러데이가 1852년부터 1887년까지 살았다고 나오는데 그의 출생은
1851년설도 있습니다. 뭐 크게 중요한 건 아니죠. 30대 중반에 세상을 떠났음에도 큰
유명세를 남겨서 서부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지요)
평점 : ★★ (4개 만점)
ps1 : O.K 목장의 결투는 실제로는 순식간에 끝났다고 하는데 이 영화와 존 포드의
'황야의 결투'에서 그렇게 묘사됩니다. 존 스터지스의 'O.K. 목장의 결투'는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 약 10여분간 벌어지는 것으로 처리되지요. 특히
이 영화 '닥'에서는 어프 일가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가 권총을 갖고
나온 클랜턴 일가와는 달리 어프 일가는 장총을 준비했기 때문에 더
유리했던 것으로 묘사됩니다.
ps2 : 30대 중반에 병사한 닥 할러데이와는 달리 와이어트 어프는 81세까지
장수하였습니다. 두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총을 잘 쏘았는지는 모르지만
총대결에서 살아남았기에 신출귀몰하게 손이 빠른 것으로 미화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특히 한 명은 보안관이었으니 정의 구현 총잡이로 미화되기
딱 좋지요.
ps3 : 닥 할러데이가 35세 정도 나이에 사망했지만 영화속에서는 늙수그레한
배우들이 연기한 경우도 몇 번 있었습니다. 월터 휴스턴은 50대 후반에
제이슨 로바츠는 40대 중반에 그 역할을 연기했습니다.
ps4 : 'O.K. 목장의 결투'에서의 커크 더글러스 만큼 간지나는 닥 할러데이는 아마도
나오기 힘들 것입니다.
ps5 : 닥 할러데이의 본명이 '존 H 할러데이'라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출처] 닥(Doc 71년) 전설의 총잡이 닥 할러데이 이야기|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