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폴라 라훌라 스님의 《부처님의 가르침》What the Buddha Taught 은 수많은 초기불교 개론서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책입니다.
폴 드미에뷔이 파리대학 교수의 평처럼, 이 책은 “가장 오래된 경전에 보이는 불교 교리의 기초 원리가 모든 이에게 전해지도록 명석하게 풀이”해 낸 명저입니다.
실제로 라훌라 스님은 프랑스에서 노란색 가사를 걸치고 서양의 대기를 호흡하며, 서구적 방식의 시각으로 자기 종교에 대한 보편적 성찰을 모색하며 8년을 생활한 끝에 이 거룩한 결실을 빚어냈습니다.
팔리 경전은 물론 대승불교에 대해서도 해박한 스님이 부처님의 생애와 사상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함으로써, 책이 처음 출판된 지난 1959년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돼 불교 입문자들의 필독서로 읽혀지고 있습니다.
저자의 서문처럼 이 책은 “붓다의 가르침을 깊이 있게 공부하려는 독자”를 겨냥한 만큼, 입문서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깊은 통찰을 품고 있습니다.
이 책을 펼쳐 들었을 때의 충격은 지적인 유희를 넘어 삶의 바닥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듯한 서늘함이었습니다.
라훌라 스님이 전하는 초기불교의 가르침은 비관주의도, 맹신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인생의 아픔과 불완전성, 즉 ‘둑카(Dukkha)’를 회피 없이 직시하는 냉철한 현실주의였습니다.
우리가 ‘나’라고 굳게 붙잡고 있는 오온(五蘊)의 구조, 즉 집착하려고 하는 다섯 가지 모임이 곧 둑카라는 구절과 그 오온의 구조 속에서 내면의 무지를 직시하는 자각은, 제 삶의 지반을 다시 확인하는 진단이었습니다.
"인간은 신의 자식이 아니라 스스로의 주인이며, 스스로의 이성과 실천으로 고통을 건너야 한다."
그 당당하고 실용적인 선언은 묵직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오온의 구조 속에서 내면의 무지를 직시하는 온전한 자각은, 자연스럽게 고통받는 민중의 짐을 덜어주고자 하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실천으로 이어졌습니다.
왜 라훌라 스님이 책상을 넘어 현실의 부조리와 맞서 싸우는 사회적 실천에 투신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결연한 태도의 근원을 비로소 깊이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라훌라 스님이 제시한 고통의 거울 앞에 선 순간, 원효 성사가 밝혀낸 '삼세육추'라는 심오한 바다가 장엄하게 밀려왔습니다.
라훌라 스님의 가르침이 지금 여기에서 느끼는 삶의 불완전성과 존재의 실상을 낱낱이 해부하는 서늘한 메스이자 거울이었다면, 해동소의 삼세육추는 그 고통이 내 마음 안에서 어떻게 미세한 무명의 바람을 타고 주객으로 갈라져(삼세), 거친 집착과 윤회의 감옥으로 증폭되는지(육추) 그 발생의 비밀을 정밀하게 그려낸 놀라운 설계도였습니다.
오온의 마지막 고리인 ‘식(識)’과 ‘의(意)’가 끊임없이 분별을 만들어내는 번뇌의 공장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한 현상의 차원을 넘어 본래 청정한 진여(일심)의 자리에서 파생된 ‘마음의 작용(用)’이라는 대승의 통찰은 지적 전율을 일으켰습니다.
거친 파도(용)를 억누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파도가 일어난 본래의 바다(체)로 회귀하여 번뇌와 보리가 둘이 아님을 자각하는 대전환이었습니다.
초기불교의 냉철한 현실 진단과 대승불교의 심오한 존재론적 환원이 머릿속에서 하나의 거대한 입체로 맞물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인간이 겪는 고통의 구조부터 그 고통이 뿌리내린 마음의 심연, 그리고 다시 근원의 평안으로 돌아가는 길까지 이 장엄하고도 정교한 불교의 사상적 지도 앞에, 밀려오는 감동과 환희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지식의 확장이 아니라, 제 존재 전체를 뒤흔드는 깊은 각성의 밤이었습니다.
그 압도적인 사상의 회오리 속에서, 모든 여정의 출발점이자 가장 단단한 뼈대가 되어주었던 것은 다름 아닌 해동소의 ‘삼세육추’였습니다.
그리고 월폴라 라훌라 스님이 전하는 서슬 퍼런 실상의 진단을 마주하고서야, 그 삼세육추라는 거대한 심층의 사상이 얼마나 탄탄한 현실의 발판 위에 세워진 위대한 체계인지 그 진가를 새삼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고통의 실상을 낱낱이 해부하는 라훌라 스님의 그 뜨겁고도 냉철한 메스 위로, 마침내 마음의 근원을 향한 원효성사의 심오한 바다가 장엄하게 겹쳐졌습니다.
전율의 밤을 지나 제 안의 깊은 울림을 준 월폴라 라훌라 스님의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서, 고통의 실상과 해탈로 향하는 핵심 대목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대승기신론 해동소 전문도량 원효센터 1부 회원 The west 합장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_()_🙏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