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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과 욕망
극동의 날(The Blade Of The Far East)- 세상에서 가장 빠른검.
제 1화.
-반드시 필요한 전력.-
2132년 3월, 뉴시티의 멘하탄.
하늘을 향해 서로 스스로가 최고라며 뽐내듯 올라선 온갖 모양의 마천루와 빌딩들은, 자연에서라면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인공적인 능선을 만들어 낸다. 바로, 스카이라인(Sky-line)이다.
22세기의 멘하탄의 스카이라인은 그 곳이 바로 세계 최고의 도시이자 UN의 수도인 뉴시티(New City)임을 증명해 주는 상징물이기도 했다. 한 때, 북반구 최고 높이를 자랑하던 ‘자유의 타워’는 이제 멘하탄에서만 17번째 자리에 랭크되어있을 뿐이었다. 상상해보라! 그 16빌딩들을.
뉴시티는 반중력자동차가 상용화 된지 불과 3년만에 세계 최초로 멘하탄 내에 바퀴 자동차의 주행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빨라도 너무 빨랐다. 전세계가 놀라는 가운데, 뉴시티는 막대한 예산을 감수하면서까지 4년 7개월에 걸쳐 멘하탄의 모든 아스팔트도로를 뜯어내고, 그 자리에 초록의 잔디와 식목을 심었다. 바로, 도시 전체가 공원화가 된 것이었다.
Go, green~! 가자, 초록으로~!
인류는 20세기의 양적성장의 필연적, 결과적 폐해로 유례없는 자연 파괴를 겪어 보았다. 하지만 지금에서 더욱 발전하고 진화한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자연의 중요성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었다. 이것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는 22세기의 초반의 인류는 더욱 영리해졌으며, 꽤나 먹고 살만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문명의 발전으로 직업의 종류는 더욱 많아졌으나, 기계 의존률은 평균적으로 85%를 넘었다. 오염은 사라지고 생산은 필요한 만큼만 대부분 자가적으로 이루어 졌다.
테슬라의 교류 전기의 생산-송,수신-동력 활용이 21세기 중엽에 와서야 상용화 되면서 지구는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겪게 되었다. 교류전기는 에너지 이동간에 발생하는 전기 마찰력이 거의 없는 등의 많은 이점들이 있었다. 또 한, 지구의 대기권 밖에서 태양에너지를 흡수하여 지구로 전송하는 기술과 지구 내부의 에너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기술들만으로도 더이상 인류는 화석연료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자연은 신비에 가까운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사실, 인류는 20세기 후반에 이미 충분히 화석연료 에너지를 사용을 하지 않아도 되는 기술력을 얻었지만 화석에너지를 생산, 공급하는 회사들의 정부에 대한 무수한 로비로인해 화석에너지 사용을 멈추지 않았던 것 뿐이었다. 못해서 안한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데도 안 한 것이었다.
가정용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한 집들은 남는 전력을 반대로 전력 공급회사에 싼 값에 되 팔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곧 화석에너지 공급회사들의 목을 조르게 된다는 사실을 처음엔 아무도 인지하지 못했다. 특히 이것은 전기, 석유 회사들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것이었다.
예를 들어, 나는 1000원짜리 토마토를 독점으로 생산 해서 판매를 하고 돈을 버는 사람인데, 세상이 좋아져서 고객들이 오히려 토마토를 재배해서 사용하고 남는 것을 나에게 100원에 판매까지 한다. 토마토 하나의 생산비용은 약 200원이니까 괜찮은 장사 같았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손님을 계속 잃게되면 점점 남아나게 되는 재고의 문제도 답이 없지만, 기존의 고객들의 물건까지 내가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가격이 무너지고, 독점의 힘을 상실하게 된다.
아뿔싸!!! 나는 왜, 처음부터 이것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토마토 ‘독점 장수’가 토마토를 팔지 못하고 사들여서 어쩌겠다는 말인가?! 이것은 장사를 하면 할 수록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지금 당장,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는 이것이 소문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니, 사람들이 절대 자가적으로 토마토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뭐가됐건 그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도록 해야만 했다.
이것은 언뜻, 역사적 죠크 같지만,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수는 없는 법. 인터넷과 미디어로 퍼져나가는 개개인들의 외침까지 어찌 다 가릴쏘냐. 유니넷(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인터넷)을 사용하고 숙달해가며 사람들은 점차 진실을 알아 가고, 그 결말에 인류는 한 목소리로 “고, 그린(Go, Green~!)”을 외치기 시작했다. 21세기는 회복과 질적 성장의 세기가 된다.
산업혁명 이 후 그동안 억압되고 배척되어 왔던 인류 전체의 자연에 대한 그리움과 열망이 쌓이고 쌓여 결국 기술의 발전 이 후, 인류의 외침이 되어 봇물 터지듯 세상으로 쏟아져 나왔다. 잘잘못 따질 것도 없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때가 되니 전 인류가 자연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동참했다. 역시, 그들은 항상 마지막에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는, 지구 역사상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간 종족, 호모 싸피엔스 싸피엔스였다.
종족력이란 어쩔수가 없다. 그들은 언제나처럼 마지막 위기의 상황에서, 마치 하나가 된듯 외쳤다. 바로 광대의 대통령들이 퇴임하고 지혜와 약속의 대통령들이 일어서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그 외침은 사상과 정치, 예술, 문학 등 온갖 모양으로 세상에 나타났으며 그 것은 제 2의 르네상스, 자연인본주의(Natural humanism) 개몽사상의 출현을 알렸다. 인류는 인간과 자연 즉, 우주를 함께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문화 혁명의 중심지에 바로, 뉴시티(New City)가 있었던 것이었다. 뉴시티는 지난 세기의 검은 기름때를 벗겨내고 푸르른 자연을 그자리에 심은 것이었다. 뉴시티의 도시 공원화, 그것은 상징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제, 자연과 인공물이 서로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이루는 이 도시는, 이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절경’을 만들어 낸다. 은빛 콘크리트 건물 숲 사이의 브로드웨이에는 수정처럼 맑은 계곡 물이 흐르고, 물고기와 동식물, 곤충들이 콘크리트 정글 안에서 작은 생태를 이루고 살고 있었다. 멘하탄에서 싸이렌 소리가 사라지고,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리게 되었다.
반면에, 현실은 조금 더 차가웠다. 도시 공원화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물이 사용되면서 ‘환상적인 예산(Fantastic budget:대명사-뉴시티의 도시 공원화의 예산)’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고 말았다. 뉴시티는 4면이 물인 섬이지만, 뉴시티 주변의 물은 흙이나 불순물이 많아서 ‘수정처럼 맑은 물’이란 없다. 식목에도 단순히 강물을 그냥 주는 것이 아니다. 파이프로 지속, 주기적으로 물을 주는데 불순물이 있는 물은 파이프를 서서히 막아버리기 때문에 사용할 수가 없다. 잔디에 물만 주는게 아니라 폭포도 돌리고 계곡도 돌려야 했다. 환상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환영이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역시 세계 최대의 연합국인 UN의 수도라면 그정도 예산은 겨우 어떻게든 조달 가능했다.
하늘을 나는 반중력차들은 지상 위 최소 20미터 이상 높이에 설치된 ‘공중 자동차 전용 도로’로 다녔다. 22세기에도 차가 사람이 다니는 곳으로 다녀서는 매우 곤란하다. 차와 사람은 지정된 장소에서 각각 착륙/비행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과거로부터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람도 풍경도, 언어의 의미들까지도 과거와는 꼭 같지가 않았다.
22세기의 호모 싸피엔스 싸피엔스, 그들은 참을성이 더욱 부족하고 스스로는 매우 부조리적이지만 다수가 참여하는 심판에는 공정했으며, 더욱 빨리 습득하며 영리했다. 반면에 정신연령은 더욱 어려졌다. 늙지 않는다.(Forever young)
물론, 뉴시티에 바뀌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옐로우 캡(Yellow cap:뉴욕의 노란 택시들.)”과 같은 관습이나 풍습 혹은 역사와 관련된 것들은 여전히 남았다. 재미난 것은 반중력장치를 사용하는 ‘옐로우 캡’들이 실제로 ‘노란 모자’와 같은 우스꽝스러운 디자인으로 획일화 된채 재 탄생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역사적 죠크란 말인가. 하지만 믿거나 말거나 관광객들은 그런 획일화되고 유치한 것들을 더욱 좋아했다.
정말로 단 하나, 멘하탄에서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언제나 푸르고 푸른 멘하탄의 늘 푸른 하늘이었다. 은빛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새파란 코발트 블루 하늘 빛, 그것은 이 도시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 누가 감히, 이 도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20세기 후반부터 줄 곧, 전세계 인기 관광지 부동의 1위, 뉴시티였다.
억울하지만 이 또한, 역사적 사실이다.
바로 이 곳, 뉴시티의 멘하탄에서 트리플 엑스의 본선전이 열리게 된다. 물론, 건물들을 부쉬거나 사람들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되니 선수들과 로보컴들은 따로 마련된 경기장을 이용한다.
경기장은 지름이 약 160미터인 육각형의 여러개의 대형 인공섬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위치는 네개의 섬인, 멘하탄(Manhattan),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자유의 섬(Liberty island), 그리고 그 두 섬 사이의 양쪽에 각각 엘리스 섬(Ellis island)과 가버놀스 섬(Governor`s island)의 중앙 수상 위에 위치했다. 벌집의 모양과 같은 육각형의 인공섬들은 각각 분리되거나 결합할 수 있었기에 매번 다른 형태의 경기장이 나올 수 있었다. 경기장의 디자인은 스스로를 3인칭으로 부르는 A.I인 크루통의 몫이었다.
트리플 엑스(XxX)의 예선전이 끝이나고 딱, 3일 후인 오늘, 뉴시티에서 본선전이 열린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세계평화 25주년 U5 정상회담이 뉴시티에서 이루어진다. 그 장소는 미드타운에 위치한 유엔의 본부인 ‘승리의 쌍탑(TTT: Twin Towers of Triumph)’.
2012년 1월,
후서는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꿈을 꾼다. 아니, 그것은 후서의 붓, 타오구가 보여주는 미래에 관한 정보였다. 많은 장면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그것들이 다 무엇인지 채 알아차릴수도 없었다.
가이아로부터 정화가 끝난 로렐라이는 후서의 타오구의 끝에 있는 여덟 면 중의 한 면에 박힘으로써 타오구에 속하게 되었다. 비행기 안에서 후서는 메리와 죠가 시키는 대로 자신의 머릿 맡에 타오구를 두고 잠을 잤다.
그들은 연방수사국(F.B.I)이 제공하는 전용기를 타고 도쿄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러는 편이 여러모로 간편하고 용이했다. 그들이 탄 전용기는 레이건 공항의 특별게이트를 이용했기에 비행기 탑승에 별도의 기다림이 없었다. 전용기의 편리함이야 말이 필요하겠는가. 필요한 옷가지나 용품들은 이미 다 구비 되어 있었기에 쇼핑이 따로 필요없었다. 그런 그들이 전용기를 이용하는 실제 이유는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그들이 너무나 위험한 존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타오구의 돌인 로렐라이는 목소리로 사람을 홀리는 능력을 가졌다. 하지만 상급돌인 로렐라이가 자신의 본체인 타오구에 구속되면, 타오구의 특수 능력 하나가 발현된다. 바로, 미래를 관측하는 능력이었다. 그것은 천문학을 바탕으로 한 미래를 읽는 능력이었다. 다만 통제가 매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도 역시, 그 능력은 자그마치 미래를 읽는 능력. 가장 탐나는 능력인 것이다.
다음 중 하나를 고르시오.
1번, 뜨거운 화염을 쏘는 능력.
2번, 투명해지는 능력.
3번. 잠시간 주변 시간을 멈추는 능력.
4번. 미래를 보는 능력.
5번. 하늘을 나는 능력.
이건, 무조건 생각할 것 없이 4번이다. 적도 피할 수 있고, 잡을 수도 있고, 무효화 시킬수도 있으며, 로또를 살 수도 있다. 로.또. 그렇다, 미래를 본다는 것은, 뭐가됐든 당해낼게 없어진다. 당연히 가이아의 주인도, 메리도, 모두들 타오구의 주인인 후서에게 로렐라이를 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이었다. 12도구 중 조화와 생명 그리고 비밀을 관장하는 도구인 타오구는 솔로몬의 도구를 모으는 자에게 있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후서가 보고 있는 장면은 뉴욕시... 하지만 척보기에도 그것은 미래의 모습이었다. 후서는 미래의 다운타운의 하늘에 떠있었다. 자동차와 노란 모자들이 날아다니고, 본적 없는 높은 빌딩들, 그리고 도시 전체가 공원화 된 뉴욕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그 때, 갑자기 장면이 바뀌면서 후서는 동물들이 싸우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놀랍게도 그 동물들은 불과 얼음, 광선 등 온갖 초자연적인 힘을 써서 서로 격렬히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멘하탄의 미드타운 쪽에서는 두 개의 높은 빌딩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장면이 바뀌면서 작은 노란 앵무새 한 마리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더니 자신보다 수 백배나 크고 긴 화염을 입에서 내뿜으며 주변의 수 많은 동물들과 괴물들을 불태워 버렸다. 몇몇은 살아남았지만 많은 수가 불타 버렸다. 작은 노란 앵무새는 엄청난 화염을 뿌리며 날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보였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어느 샌가 작은 노란 새는 알 수 없는 둥근 빛에 갇혀서 공중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듯 했다.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그 노란 새를 커다란 아이스바와 같은 무기로 내려치는 독수리의 형상의 한 괴물이 보였다.
또 다시 장면이 바뀌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 가운데에 후서가 알만한 인물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철썩, 철썩, 철썩!-
또 장면이 바뀌고 있었는데, 그 때 죠가 후서의 뺨을 사정 없이 세 차례나 때린 것이었다.
“아아아아, 왜~~~?!”
후서가 소리쳤다.
후서는 자다가 이게 왠 날벼락인가 했다. 하지만, 죠의 뺨세례가 없었더라면 하마터면 후서는 로렐라이의 힘에 그대로 홀릴 뻔 했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로렐라이에게 한번 홀린 마음은 결코 되돌아올 수 없다. 그것이 그 주인이라도 말이다.
“코 좀 골지 말라구~~!” 죠가 무심경하게 말하면서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인간은 스스로를 보지 못한다.
후서는 혼자 궁시렁대다가 하마터면 자신이 본 것을 발설할 뻔 했다.
후서는 타오구로 무엇인가를 보아도 일단은 누구에게도 말로 설명 할 수가 없었다. 상대는 과거까지도 찾아서 보고 들을 수 있는 첸리엔의 힘을 가진 가이아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첸리엔은 마음과 꿈, 그리고 미래는 읽을 수 없었다.
신수인 메리는 가이아 속에 갇혀 있는 인디언 소녀 앋실라의 존재를 알아 보았다. 부족의 보호마법이 어떤식으로든 앋실라의 영혼을 소녀의 몸의 한 구석에 묶어 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앋실라의 목소리나 외침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바람의 신수인 메리 뿐이었다. 메리는 그런 앋실라에게 자신의 고유 마법을 걸어 작은 다이아몬드와 연결 시켰다. 그 마법이 걸린 다이아몬드는 ‘유네스(Juness)의 다이아몬드’라고 부르며 누구든 그것을 터치하는 동안은 앋실라와 교신이 가능했던 것이었다.
메리는 그 유네스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를 끼고 있었기에 언제든지 첸리엔에게 들키지 않고도 앋실라와 대화 할 수가 있었다.
단, 유네스의 다이아몬드는 세상에 한 개 이상 존재 할 수가 없었다. 새로운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기존을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데, 외로운 앋실라는 결코 그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가이아가 보는 모든 것을 들키지 않으면서도 함께 볼 수 있는 앋실라는 메리에게 있어서도 꼭 필요한 존재였다.
그렇다고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첸리엔은 가시광선과 일정 주파수 대의 소리, 즉 시청각적인 것만 보고 들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후서와 메리는 깜깜한 밤이나 빛이 없는 곳에서라면 얼마든지 반지를 교환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비록 후서와 메리는 서로 반지를 교환하며 정보를 ‘앋실라를 통해서 공유한다’라는 다소 부정확하고 위험할 수도 있는, 하지만 그들로써는 최선인 방법을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또 한, 첸리엔을 엿 볼 수 있는 것은 앋실라 뿐만이 아니었다. 첸리엔과 같은 가이아의 돌이자 프라이드의 돌인 ‘할라’ 역시도 소리 없이 몰래 첸리엔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가이아에게 생명력이 잡혀있는 죠는 감히 가이아를 엿보지 않을 뿐이었다. 사실, 죠는 가이아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 자신의 목숨과 맞바꾼 그 은혜가 있는 한 죠는 절대적으로 가이아의 편이었다.
후서는 자신이 본것이 단순한 개꿈이었는지 미래였는지는 장담할 수 없었지만, 일단은 그것을 앋실라를 통해서 메리에게 전해야 했다.
하루에 잠을 고작 1~2시간 정도 잘 뿐인 메리는 항상 후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메리는 후서가 잠을 자는 동안 타오구의 붓 끝에서 가시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파란 나비 한 마리가 나와 후서에게로 날아드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바로 로렐라이의 실체였다. 메리는 후서가 무엇을 본 것인지 알고 싶었지만 참고 기다려야 했다. 자비의 신수는 참을성이 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말이다.
자존심과 분노.(Pride & Wrath)
도쿄의 도쉬마 우체국 근방에 위치한 중견 패션 무역 사무소.
서른 후반의 오타 사부로 부장은 요즘의 젊은 인재들에 비하면 초라한 자신의 ‘제로 스팩’이 늘 자격지심의 요인이었다. 하지만 사내원들간 중요한 것은 월급(salary), 그리고 직위(place). 오타는 세일즈부의 부장이다.
그는 매번 당당하게 ‘학위가 중요한게 아니라 실력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하지만, 사실, 벽에 못도 하나 제대로 박을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주 가끔씩이지만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운동신경과 감각이 제로인 듯 한 사람.
작고 외소한 체구에, 운동 신경 제로, 매일 신문을 읽지만 기초 상식 절대 부족, 장애 수준의 E.Q와 평균 이하의 I.Q, 그리고 평소 입이 가벼운 등의 매우 안타까운 천성의 소유자였다. 친구도 없고, 취미도 없고, 주량은 맥주 한 모금, 절대 짠돌이 오타 사부로 과장, 그는 회사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전력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타는 회사에서 가장 오래된 중신 간부였다. 다들 힘들다고 그만두고 회사를 떠날 때도 오타는 혼자 꿋꿋이 남아 있었다. 사실, 남고 싶어서 남은게 아니라, 여기서 나가봐야 더 나은 곳으로 갈 수도 없어 남은 것 뿐이었지만, 그것은 훗 날에 와서 충분히 미화되었다. 가장 오래 되다보니 굵직한 단골 고객들은 죄다 오타의 차지였고, 때문에 별다른 노력 없이도 그의 세일즈는 상대적으로 잘 나왔다. 그런 세일즈 부서는 바로 오타의 성(castle)이었다.
지난 해인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일본의 경제는 아직도 진정되지 않았다. 중국의 공장으로부터 하청 물건을 제작, 판매하는 오타의 회사는 엔고현상과 국제 자제비 상승과 맞물려서 생산비가 예년에 비해 70%이상 늘었지만,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세일즈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다.
내수 경제도 문제였지만 사회의 변화가 너무 빨라진 것도 큰 문제였다. 어느새 변화의 속도가 생산의 속도보다 빨라진 것이었다. 기존의 방식대로 물건을 제작하면 재고가 쌓일 수 밖에 없다. 거기다 악제가 겹치면서 여기저기 망하는 동종업계 회사들이 나오며 창고털이를 하는 통에, 시장가격은 계속 떨어졌다. 조건(condition)이 바뀌면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장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된 것이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업주들은 매우 드물었고, 오직 그들만이 몰락하는 일본의 경기 속에서도 세일즈가 늘었다. 오타의 회사는 그에 속하지 않는 대다수의 회사들 중 하나였다.
시국이 이러한데, 오타는 오늘도 무려 2시간 40분짜리 아침 회의동안 헛소리에 가까운 자기 자랑만 2시간을 30분을 넘게 떠들었다. 사장이 참석하지 않는 회의는 늘상 이모양이었다. 오타는 처음 시작만 매상 부진으로 시작할 뿐이었다. 채 1분을 넘기지 못하고 매번 근거없는 자신의 무용담으로 귀결되는 그의 회의는 모두에게 있어 충분히 지루한 것. 하지만 듣는 관점에 따라서 게그 폭탄이 될 수도 있는 그의 자랑은 자칫 방심하고 듣다가 엄숙한 미팅 중에 빵하고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복병이 되는 수가 있었다. 그러한 것은 결코 일본인의 예의가 아니다! 강력한 그의 자랑질은 그저 무시로 일관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인원들의 눈을 보면, 말을 하고있는 오타를 한번 쳐다봐주는 사람도 없다.
그 비지니스의 상태(condition)는 회의의 레벨을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오타를 제외한 5명 중, 그 누구도 회의 중에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고, 질문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준비해온 자료란 애초에 없으며 회의 참석자 중 노트와 펜을 모두 지참한 사람도 역시, 한 명도 없었다. 그것은 다시 말해, 회의에 목적이 없는 것과도 같았다. 대체 그들은 무슨 회의를 한단 말인가?
“다~~들,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서 그런거야~, 알겠나요?! 10년 전만해도 난 일주일에 점심을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굶어가면서 일했다구. 밥먹을 시간이 어딨어?! 손님들한테 전화하랴, 유행을 읽고 그걸 또 다시 디자인팀에게 알려줘야지, 공장 관리도 해야지, 통관 세관 다 내가 작성하고 받았는데… 참… 그 때는 나 혼자서 한 열 명 역할을 했었지.. 뭐 지금도 세 네사람 분의 일을 하는 나지만 말이야~ 하하하”
신기한 것은, 매일 아침마다 신문을 읽으면서도 회의 중에 그가 고작 하는 이야기는 저 정도… 이것은 점심 먹고나서 이쑤실 때나 할 법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사실, 오타가 신참일 때 한 것이라고는 배달과 잔신부름 정도 밖에 없었다. 물론, 그가 오랜기간 회사에서 한 일들에 대한 공은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더 많은 연봉을 가져가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도 못하는 디자인 쏘스를 10년 전에 그가 디자인팀에 전달했을지 만무했다. 별로 어렵지도 않은 세관서류라도 기본적인 컴퓨터조차 못하는 오타에게는 지금도 일절 무리인 업무였다. 물론, 공장과 같은 생산라인은 해당 담당자 외에는 생산라인과 접촉 할 일이 전혀 없다.
‘오타는 숨쉬는 소리만 빼고는 다 거짓말’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사내원들간에 나돌았다. 그는 보이지 않게 충분히 무시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타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거나 믿지 않아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타가 거짓 자기자랑을 떠벌리는 것은, 자기 자랑을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면 행복감이 찾아들기 때문이었다. 늘 무시당하고, 꼴찌의 삶을 살아온 오타에게 그것은 짜릿하기까지 했다. 오타의 인생에서 몇 안되는 짜릿한 행복감, 그것이 오타가 사람들 앞에서 거짓 자랑을 하는 진짜 이유였다.
오타가 모두의 앞에서 자랑을 할 때면 그의 몸 속에서 세르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나온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오타의 이야기가 사실이건 거짓이건 오타에게는 상관이 없다. 자신이 모두들 앞에서 '멋진 오타'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 만은 실제였기 때문이었다. 그의 몸에서 세르토닌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과는 상관없는 믿음이 작용한 것이었다.
행복감을 주고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등의 능력을 지닌 호르몬인 세로토닌은 그 자체로도 오타에게 행복감을 주지만, 세르토닌은 그와 관련된 다른 매력적인 능력을 지닌 호르몬들의 분비를 자극할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것들이 바로 도파민과 엔돌핀이었다.
비록 극미량의 엔돌핀이지만 세르토닌의 각성 효과와 맞물려 오타는 거의 황홀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엔돌핀에는 강한 중독성이 있다.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사람들 앞에서는 자꾸만 미화된 자신의 무용담을 떠들게 되는 것이었다. 듣는 사람은 고역일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타의 문제는 보이는 것보다도 컸다. 왜냐면 그는 회사에 인재를 못 들이게 하는 수문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잘난 상사 밑에 못난 하사는 있어도, 못난 상사 밑에 잘난 하사는 잘 없다. 그 이유는 못난 상사가 잘난 하사를 가만히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오타는 자신보다 능력좋고 잘난 후임자가 회사에 들어오면 온갖 권모 술수를 써서 버티지 못하고 그만 두게 만들었다. 오타에게 그것은 결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스스로도 매번 말하듯 ‘정말, 잘난 것 하나 없는 그’에게 시도 때도 없이 괴롭힘 당하고, 놀림 당하고, 무시당하다 보면 자괴감이란 생각보다 빨리 찾아 온다. 절대 잘난 하사가 그의 밑에서 6개월을 버틸 수가 없는 이유였다. 때문에 ‘얼마든지 그 정도급 회사 취직’은 가능 할 것 같은 인재들은 남아 있지 않게 되어버린 오타의 성이 구축 된 것이었다.
오타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는 자신보다 잘난 애들이 세상에서 가장 싫다. 잘난 애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오타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기 때문이었다. 물론, 오타는 모른다. 왜 자신이 그들을 싫어하는 것인지. 아니, 오타는 자신이 그들을 싫어하고 있는 것조차 잘 모른다. 그는 절대 바보이다.
그런 오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놀랍게도 남을 무시하고, 괴롭히고, 조롱하는 것이었다. 하필이면 그는 여기에서 엄청난 재능을 발휘 한다. 누가 신은 공평하다 했던가. 하지만 그런 그가 최근 복병 하나를 만났다. 바로, 신입 세일즈맨인 하루꼬양이었다. 오타는 자신의 성을 위협하는 상대라면 그것이 여자라도 게의치 않았다.
하루코는 도쿄대 졸업에, 죠지 워싱턴대에서 영어공부까지 했다. 지각 한 번 안하고, 또 착하긴 왜 그렇게 착하고 겸손한가. 하루코는 요즘 젊은 애들 답지 않게 삭삭한데다, 예의범절까지 바르니 손님들과도 금방 얼굴을 터나가기 시작했다. 뭐 하나 책잡을 것이 있어야 할텐데, 하루코는 빈틈이라고는 주지 않았다.
기껏해야, "여자가 왜 세일즈맨"이냐거나, "왜 대기업이나 더 나은 곳 가지않고 이런 작은 회사 다니냐?" 정도인데, 하루코는 무리없이 오타의 공격들을 막아낸다. 하루코는 당췌 도발도, 함정도 먹히지 않는 것이었다. 거기다 모양새가 다들 하루꼬를 감싸고 보호하는 분위기까지 맴돌았다.
오타의 마음에 화가 쌓여 갔다. 오타는 놀랍게도 대상을 미워하기 시작한다.
-될 성 싶은 나무는 싹부터 제거해야해-
오타는 자신의 본능이 자신에게 속삭이는 것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