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분식회계 사건의 본질은 ‘회계 처리’ 문제다. 그러나, 참여연대 및 여당 인사들은 이 사건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부당성과 연결시켰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2015년 9월, 삼성에피스 회계처리 변경은 2015년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은 2016년 11월에 이루어졌다. 시점만 봐도 삼바의 회계논란과 삼성물산으로의 합병 이슈는 별개의 사안이다.
그러나 전혀 관련이 없던 두 사안은, 과거의 결정을 두 번이나 뒤집는 금융당국의 입장 번복으로, 회계 처리 ‘소급적용’이라는 방법을 통해 연결되었다. 회계 처리가 잘못되었다는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의 판단이 나오자마자, 이 사건은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부당하게 이루어졌다는 ‘삼성 때리기’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당장 검찰은 삼바뿐 아니라 삼성물산까지 압수수색했다. 참여연대 및 여당 일부 의원, 친여(親與) 언론들은 이 사건을 고의적인 회계조작을 통해 기업가치를 부풀리고 그 과정에서 이재용 회장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사건으로 몰아가고 있다.
<과연 이 사건을 분식회계로 볼 수 있는가?>
분식회계란 부실한 재무상태를 숨기기 위해 회계 장부를 조작하는 행위이다. 부채를 적게 하거나, 현금 자산이 없음에도 많아 보이게 조작하는 것, 매출을 부풀리는 것 등이다. 분식회계를 할 때는 뚜렷한 목적이 있다. 재무 건전성이 좋아 보이도록 조작해서 대출을 받아내거나, 주가를 올리는 일 등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작된 재무제표를 근거로 수천억의 대출을 받았고, 이로 인해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피해를 입었다. 2002년 최악의 회계 부정사건으로 불리는 엔론 사태는 겉으로는 건실한 에너지 기업으로 보였던 엔론社가, 실제로는 유령 자회사를 만들어 막대한 부채를 자회사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엔론사는 파산했고, 회계 자문을 맡았던 컨설팅그룹 ‘아서 앤더슨’도 해체되었다.
현재 방송사와 친여 성향의 언론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대우조선해양과 엔론사에 빗대며 이 사건을 부도덕한 회계 조작 사건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는 자산, 매출, 영업이익, R&D지출 등 회계장부 상의 지표를 고의로 부풀리거나 누락한 사실이 없다. 과거 분식회계 사건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단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처리해야 하는지, 아니면 지분법상의 관계회사로 회계 처리 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다. 이 사건을 한 줄로 정의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종속회사에서 지분법상 관계회사로 변경한 2015년 회계 변경의 적정성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는 에피스가 설립된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연결종속회사로 회계 처리했고, 2015년 12월 지분법상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11월 14일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은 다음과 같다. 삼바가 2012년~2014년까지 자회사인 에피스를 지분법으로 회계 처리하지 않고 연결대상으로 처리한 것에 대해 2012년~2013년은 과실, 2014년은 중과실로 의결하였고, 이러한 오류를 시정하지 않은 채 2015년부터 지분법을 적용하며 공정가치로 평가하여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은 고의적 회계기준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과징금 80억 원, 대표이사 해임권고 및 재무제표 재작성”이 조치사항으로 추가되었다.
<삼바 사태 일지>
2011년 4월 :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설립
2012년 2월 : 삼성바이오가 미국의 바이오젠사와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 지분율 : 삼성바이오 85%, 바이오젠 15%
- 이사회 구성 총 5명 중 4명은 삼성바이오가, 나머지 1명은 바이오젠이 각각 선임권 가짐
- 바이오젠은 에피스 주식을 최대 50%-1주까지 살 수 있는 콜옵션 보유
2015년 4월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 산정(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 지분 45.65% 보유)
2015년 9월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2015년 10월 :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국내 판매 승인 획득
2015년 11월 : 엔브렐 유럽 판매승인 획득
2015년 12월 :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판매 승인 획득
⇒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판매승인 획득으로 기업가치가 급격히 증가
⇒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 커짐
2015년 12월 : 에피스 회계처리 변경 (연결종속회사 ⇒ 지분법 관계회사)
2016년 11월 : 삼성바이오 코스피 상장
2016넌 12월 : 참여연대, 삼성바이오 회계변경 적절성 금감원 질의, 당시 문제없음 결론
- 참여연대의 요구로 열린 IFRS 질의회신 연석회의는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림. 같은 해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금감원의 위탁을 받아 실시한 감리 결과도 동일했다.
2017년 4월 : 금융감독원, 삼성바이오 특별감리 착수
2018년 5월 : 금융감독원, 특별감리 결과 ‘회계처리 위반’ 사전 통보
o 1차 감리 결과
- 2012~2014년 회계처리는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사안. 단 2015년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한 회계 처리는 잘못됐다고 판단.
o 2차 감리 결과
- 2012년부터 현재까지 에피스를 모두 지분법 상 관계회사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 결론적으로 금감원은 3차례 모두 다른 판단을 내림.
2018년 6월 :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2018년 7월 : 증권선물위원회, 금감원에 재감리 명령
2018년 10월 : 금감원, 재감리 결과 보고/ 증선위, 재감리 1차 회의
2018년 11월 : 증권선물위원회, 2차 회의 재감리 결과 발표(14일)
삼성바이오, 행정소송 제기(27일)
<연결종속회사 VS 지분법상 관계회사>
(연결)종속회사는 모기업이 자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보유한다. 자회사의 매출과 영업손익, 자산, 부채 등은 모기업 재무제표 작성시 합산한다. 지분법상 관계회사는 쉽게 말해 투자를 받은 기업, 즉 피투자 기업이다. 관계회사의 자산 부채 매출 등은 투자기업에 합산하지 않는다. 다만 영업손익은 보유 지분에 비례해 투자기업의 실적에 반영한다.
에피스는 설립 이후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의 종속회사로 회계 처리되었다. 제약산업의 특성상 새로운 신약을 개발해서 판매하기까지 수년의 기간 동안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에피스는 설립 초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에피스의 적자는 그대로 삼성바이오의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된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014년까지의 ‘종속회사’ 회계 처리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데, 삼성바이오 및 많은 회계 전문가들은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에피스 설립 당시 삼바 지분은 85%이고 이사회 구성도 삼바 4명(대표이사 지명권 포함), 바이오젠 1명으로 구성되었다. 바이오젠도 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지배력은 바이오로직스가 행사하고 있다’고 매년 공시해왔다. 따라서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해 온 삼바가 에피스를 연결 자회사로 처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만약 증선위 결정대로 처음부터 자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설립 초기 에피스에서 발생했던 적자는 삼성바이오의 재무제표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삼성바이오의 장부상 실적은 오히려 좋아진다. 85%의 지분을 가진 자회사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회계 장부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 이것이 ‘분식회계’ 아니던가?
증선위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실질적인 권리’로 봐야 하기 때문에, 삼바와 바이오젠이 ‘공동지배’하는 ‘관계회사’로 처리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적자가 나는 상태에서 누가 콜옵션을 행사하는가? 바이오젠은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신생기업인 ‘삼성바이오’에 돈을 묻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삼바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없는데 미리 15%에 불과한 지분을 ‘50%-1개 주식’으로 간주해 공동 지배하는 관계 회사로 처리하라는 것이 오히려 억지스럽다.
<2015년 12월, 에피스의 지분법상 관계회사 처리가 편법인가?>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5년 10월, 12월에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엔브렐’과 ‘레미케이드’가 잇따라 한국 및 유럽에서 판매 승인을 받으며, 상황이 반전된다. 기업의 미래가치가 급격히 올라간 것이다.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인 ‘베니팔리’와 ‘플릭사비’의 상용화로 에피스의 실적 또한 급증했다. 2015년 매출 239억 원에서 2016년 1474억 원, 2017년 3148억 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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