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민 여러분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이 그늘막은 수년간 중구민의 요구에도 설치하지 않았지만 서울시 간부 한마디에 의해 시청 앞에 세워졌던 것입니다. 중구청의 부끄러운 행정을 반성하며 중구민을 위한 중구청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중구청 마당에 세운 표지판 내용입니다)
<중구민들께 드리는 사과문>
먼저 연일 이어지는 최악의 폭염에도 불구하고 그늘막 설치가 늦어지는데 대해 중구민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작년 2017년 폭염이 극심했으므로 이에 대비한 그늘막을 2018년도 예산에 편성하고 사업추진을 금년 1월부터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예산으로 편성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늘막 사업계획은 금년 4월말에서야 수립되었으나 그마저도 3개월이 지난 7월말 현재까지도 설치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유독 시청 앞에만 설치되었는데 그 이유는‘서울광장에 그늘막을 설치하라’는 서울시 간부의 말 한마디에 그늘막 4개를 중구청이 설치한 것입니다. 그동안 구민들이 수년째 요청해도 설치하지 않던 그늘막을 서울시 간부 말 한마디에는 일주일 만에 설치한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중구청의 부끄러운 민낯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설치될 계획을 살펴보니 중구민들이 거주하고 생활하는 곳이 우선 설치되는 장소가 아니라 시청 앞에 이어 명동입구, 을지로입구 등 시내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정작 그늘막 설치를 요청하고 이용해야 할 중구민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었습니다.
그늘막 설치조차 구청장이 나서야 하는 우리 구의 현실이 개탄스럽지만 ‘폭염은 재난이다’라는 관점으로 종합적인 폭염 대책 수립과 함께 그늘막 설치도 직접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늘막에 대한 구민 수요를 재조사한 50곳에 대해 1차로 8월10일까지 설치를 완료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곳을 조사하여 8월 말까지 완료하겠습니다.
아울러 행정절차를 무시한 채 직권을 남용한 서울시 간부와 이를 수용한 구청 관계자에 대해선 서울시에 징계를 의뢰하겠습니다.
그동안 보여진 늑장행정, 눈치행정 등 부끄러운 구정을 깊이 반성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중구청은 환골탈태하겠으며 중구민을 위한 구청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2018년 7월30일
서울시 중구청장 서양호
<중구청 직원들에게 드리는 당부의 말>
참으로 부끄럽고 답답한 노릇입니다.
이번 그늘막 사태의 담당팀장에 대해서는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를 철저히 따져 서울시에 중징계를 요청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왜? 무엇 때문에? 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한 그늘막 4개를 당장 뽑아오라고 했을까요?
그늘막 사태는 담당팀장만의 문제일까요? 그늘막 사태는 우연이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주민들의 생활과 삶은 도외시한 채 박정희 기념공간이나 만들고 구청사 리모델링에 천억이나 쏟아 붓겠다는 시대착오적이고 반시민적인 행정이 7년간 지속된 적폐행정의 결과인 것입니다.
효율만 따지는 그릇된 신자유주의 관료행태는 구청을 말 잘 듣는 소년사무관 양성소로 전락시키는 파행인사를 일상화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전 직원들의 인화단결은 오간데 없고 줄서기만 만연해 있습니다. 열심히 일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대다수 팀장들은 의욕을 상실한 채 시간 때우기식 소극행정으로 임했고 이는 결국 전 직원의 무사안일 행정으로 급속히 확산되어 구조화되었고 이번 그늘막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그늘막 사태는 이뿐입니까?
도처에 제2, 제3의 그늘막 사태가 즐비합니다. 현안 대응력을 높이자는 취지의‘과중심 업무’는 구청장 관심사업만 과속질주하게 한 채 부구청장과 국장 및 대다수 과장들을 구정의 들러리로 전락시켰습니다. 구청장 지시이행 위주의 권위주의 관료행정의 최대 피해는 고스란히 중구민의 몫이 되었습니다. 구민의 기본권인 재산권을 공공시설 신축이라는 이름으로 손쉽게 강제 집행하려는 시대착오적인 행정은 곳곳에서 구민의 원성을 사게만든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시대와 구민의 요구인 생활구정, 자치분권, 마을민주주의, 사회적경제 대신 인기영합식 토목구정은 온 동네를 공사판으로 파헤쳤을 뿐입니다. 중구민은 떠나기 시작했고 그 결과 10년 전 15만의 중구가 이제 12만 명으로 급감했는데 이것이 예전 구청장들만의 책임이라 말 할 수 있습니까?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은 어디서 무엇을 하셨습니까?
중구청 직원 여러분,
지금은 말끔하게 정돈되었지만 정돈 되기 전 우리구청 후문의 재활용분류장에 가본 적이 있습니까? 쓰레기 더미 속에서 의자도 작업대도 없이 버려진 때에 찌든 방석을 접어 겨우 깔고 앉아 여러분들이 먹고, 마시고, 쓰고 버린 휴지와 컵과 쓰레기들을 분류하시는 우리어머님 연세의 중구청 직원분들을 본 적이 있습니까? 재활용 분류라는 허울 속에 쓰레기처럼 구겨지고 버리려진 그분들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저를 보고 되려‘이렇게 더러운곳에 뭐하러 오셨냐’며 미안해하시는 그분들과 저와 여러분은 어떻게 같은 구청직원이라며 편안히 의자에 앉아 근무 할 수 있습니까?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 인간은 본시 자기의 능력에 따라 사는 것이니 그들의 팔자라고만 치부해야 하는 것입니까?
비단 구청을 청소하는 직원들만이 아닙니다. 구민을 위해 복무하는 공복의 연장인 공무관, 청원경찰, 공무직, 무기계약직, 기간제 근로자, 용역 근로자들은 오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이란 미명하에 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된 인력은 충원이 끊긴지 오래고 복지와 처우는 커녕 변변한 목장갑과 토시조차 제때에 지급되지 않는 인간이하의 대우를 받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수동적으로 방치된 공공근로사업, 힘없는 주차관리원을 함부로 자르는 시설관리공단은 문제가 없습니까? 한해 수십억의 주민 혈세를 쏟아 붓는 적자운영을 하면서도 심각한 문제의식이 없는 충무아트센터, 방문하는 구민만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운영하는데 그치고 있는 수동적인 센터들. 산적한 중구청의 과제를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입니까?
존경하는 중구청 직원여러분,
2018년 7월 30일을 오늘을 잊지 말자고 호소드립니다. 오늘은 중구청 직원 모두가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처음 임용 받아 국민의 공복이 되고자 다짐하며 가슴 설레던 그 날로 돌아갑시다.
저부터 약속하겠습니다. 저는 당선된 날부터 중구청 인사에 참으로 많은 압력과 청탁이 있었지만 단 한건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인사의 원칙과 전략만 제시했을 뿐이고 인사안조차 일체 인사 담당자에게 맡겼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어떤 외압이나 청탁에도 중구청 인사의 독립성은 반드시 지켜나가고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나아가 국장 책임업무제가 정착되면 사무관 이상을 제외한 인사권도 국장님들에게 돌려 드릴 계획입니다. 저의 인사원칙은 구청장 사람, 제가 소속한 정당의 사람이 아닌 적임자 우선이라는 ‘적재적소’원칙을 솔선수범하여 관철할 것입니다. 이 원칙은 중구청 직원 안사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산하단체는 물론 통장에 이르기까지 제가 임명권을 행사하는 모든 곳에서 일관되게 지켜 나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준비되어야 합니다. 휴가기간 이후에 하반기에 전직원이 참여하는 생활구정을 위한 비전스쿨과 과별 업무계획 수립을 위한 비전포럼을 진행한 이후로 미루어 둔 구청의 조직개편과 산하기관에 대한 개혁작업을 지금 즉시 착수 하겠습니다. 특히 소위 정원 외 상근인력으로 차별받아온 청원경찰, 환경미화원, 공무직, 무기계약직, 기간제근로자, 용역근로자에 대한 처우개선 및 고용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겠습니다.
중구청 직원 여러분들께도 당부 드립니다.
첫째, 공직자로서 공직수행에 기본적 자세와 태도를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되는 직원들은 스스로 공직을 떠나야 마땅 할 것입니다. 구민이 용서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둘째, 현 중구청 문제의 근원인 파행인사의 당사자들은 시-구간, 구-구간 교류에 자발적으로 나서 주십시오. 현재 필요한 것은 개인의 구구한 변명이 필요한 때가 아니라 인사정상화라는 조직을 먼저 생각하는 선공후사라는 공직자로서의 결단입니다.
셋째, 그늘막 사태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듯이 나태하고 무사안일에 빠져있는 현 중구청은 비정상입니다. 따라서 중구청이 정상화 될 때까지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감사를 일상화 하겠습니다. 또다시 그늘막 사태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시에는 개개인에게도 상응하는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입니다.
끝으로 오늘 임명장을 받는 신임 공직자들에게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이 그늘막 표지판 앞에서 여러분들에게 임명장을 드린 의미를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