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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생을 바꾸는 자기혁명, 몰입
서울공대지 2019 Spring No. 112
황농문 재료공학부 교수
‘어떻게 살아야 인생의 마지막 날에 후회가 없을까?’라는 물음은 고등학교 시절 이후로 내 삶의 화두話頭였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너무나 절실히 찾고 싶은 나머지 하나님을 찾게 되었다. 만약 하나님이 존재한다면 제발 어느 날 내 앞에 나타나서 “너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그래야 죽을 때 후회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해주기를 정말 간절히 원했다. 내 아내가 나와 데이트할 때 그리고 결혼 후에도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귀가 따갑게 들었다고 할 정도였다.
이 문제에 대해 다시 본격적으로 고민을 한 것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재직하면서 1989년 미국 NIST(국립표준기술원)에서 1년간의 포스트닥 과정을 보낼 때였다. 포스트닥 과정을 2개월 정도 남겨놓고 ‘후회 없는 삶’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았다. 그 동안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것은 ‘후회’의 의미를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후회’라는 것은 ‘어떤 일을 하느냐?’ 혹은 ‘어떤 직업을 갖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임을 깨달았다. 즉 결과보다는 과정의 문제인 것이다. 내가 어떤 직업을 갖든 어떤 일을 하든 내가 가진 능력을 모두 불태운다면 죽을 때 후회할 일이 없다. 그런데 내 능력의 5%도 발휘하지 못한 채 폐기 처분되는 것을 후회하는 것이다.
연구원으로서 내 삶을 불태우려면 내 두뇌를 풀가동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연구하다가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1초도 쉬지 않고 그 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오로지 그것만을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식사를 할 때, 길을 걸을 때, 운전을 할 때, 샤워를 할 때 의도적으로 이 문제만을 생각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리 속이 온통 그 문제만으로 채워진 상태가 되었다. 이 상태는 일상의 나와는 확연히 달랐다. 의식 속에 다른 생각이 없이 오로지 그 한 가지 문제만 존재하는 몰입상태가 된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마치 내가 슈퍼맨의 두뇌를 가진 것처럼 기적과 같은 아이디어가 샘솟듯이 나왔다. 기분도 좋아서 이 상태에서 몇 주일을 보내면 마치 천국에 사는 것 같았다.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하면서도 월급 받아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루 하루 생동감 넘치고 감격스럽고 내 능력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는 날이 지속되었다. 그 전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되돌아보면 한 치의 후회 없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의도적인 노력으로 슈퍼맨의 머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재료분야에서 수십 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난제들에 도전했다. 이런 난제들이 불과 1개월에서 3개월만에 해결이 되는 경험을 했다. 고도의 몰입상태에 들어갔다가 이 상태에서 빠져 나와 일상생활을 하다가 다시 고도의 몰입상태에 들어가기를 7년 동안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몰입도를 올리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변화는 대단히 유사했다.
첫째 날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아무런 진전이 없이 발버둥만 치다가 지나간다. 잡념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극도로 지루하고 우울증에 걸린 것처럼 사기가 떨어지고 자신감이 밑바닥을 긴다. 이 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거의 확신에 찬 생각이 든다. 둘째 날은 첫째 날보다는 몰입도가 올라가지만, 역시 발버둥만 치다가 별다른 진전 없이 지나간다. 그러나 셋째 날이 되면 어김없이 의식이 온통 그 문제로 꽉 찬 고도의 몰입상태에 도달한다. 이때부터는 틀림없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확신이 생긴다. 그러고는 ‘내가 이 생각을 어떻게 했지?’라고 느껴지는 기적과 같은 아이디어가 높은 빈도로 얻어진다. 이제 힘든 시간은 끝났고, 조금만 노력해도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하루하루 감격하는 삶은 계속된다.
최고의 나를 만나는 몰입
나의 몰입체험을 소개한 『몰입』을 출간한 이후 다양한 독자들로부터 몰입 체험 사례들을 전해 들었다. 한 영화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배우의 얼굴, 배경, 음악, 대사 등이 동시에 머리에 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몰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또 많은 교수와 연구원들이 박사과정 시절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해 몇 날 며칠 자나깨나 생각하다가 기적과 같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한 과학고등학교 학생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하나 풀기 시작했는데 풀고 나니 사흘이 지났더라고 했다. 유수 기업들의 CEO와 임원의 상당수가 오래 전부터 몰입을 체화한 삶을 살아왔다고 했다. 과학고와 카이스트를 졸업한 어느 의과대학생은 시험공부를 하다가 몰입체험을 했는데 다음은 그가 기술한 내용이다.
예과 2학년 시험 기간 때, 세포생물학 전공서적 수백 페이지에 달 하는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는데요, 며칠을 교과서 한 줄 한 줄 읽다가 시험 전날에 밤을 새워서 한꺼번에 벼락치기를 하는 도중 교수님께서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신 일들을 경험했습니다. 어찌나 비슷하던지 소름이 돋을 정도더군요.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어려웠던 책의 내용이 전부 이해가 되고 두꺼운 책이 화살 하나로 다 꿰뚫린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순간 제 아이큐가 500은 되는 것처럼 모든 것이 쉽게 느껴지고, 숨 쉬는 것 자체로도 행복한 종교적인 감정도 들었습니다.
내게 자신만의 몰입 체험을 들려준 독자들 가운데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 《사랑이 달리다》를 쓴 심윤경 작가가 있다. 그녀는 3개월간의 몰입 체험이 인생의 이정표적 사건이었다고 했다. 200자 원고지 기준 1,000매 정도의 장편소설을 쓸 때 초고까지는 6개월이 걸리고 이후 수정 및 탈고까지 1~2개월 더 걸리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몰입 상태에서는 단 3개월 만에 2,300매에 달하는 두 권짜리 장편소설을 수정까지 완벽하게 끝냈다는 것이다. 다음은 그녀가 직접 기술한 몰입 체험의 개요이다.
시간의 흐름을 완전히 잊음. 한번 시계 보면 1시, 다시 보면 4시, 그사이에 시간이 흘렀다는 걸 인식하지 못함.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름 (작업 공간이 집의 거실인데, 옆에서 가족들이 TV를 보는지 자는지 샤워하는지 그냥 모름).
이전까지 문제없었던 일상생활이 몹시 짜증스럽고 생각에만 집중하고 싶음.
정신이 다이아몬드처럼 쨍하게 한없이 투명해지는 기분.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쏟아져서 도저히 일을 놓을 수가 없음.
내 몸이 10인분의 일을 해내고 있다는 만족감.
뭐라도 해낼 수 있겠다는 도취감.
깊이 생각해서 나의 의문점과 생각의 모순점을 정리한 후 자료서적을 읽으면 머리가 바싹 마른 스펀지처럼 지식을 쫙 빨아들이는 느낌.
나는 몰입상태를 반복해서 체험함으로써 이러한 상태를 의도적인 노력으로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1초도 쉬지 않고 계속 생각하면 몰입도가 올라간다. 몰입도가 낮은 처음에는 지루하고 부정적인 감정도 들고 온갖 잡념이 밀려오지만 생각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한 몰입도가 점진적으로 올라가서 고도의 몰입상태가 된다. 이 과정은 예외가 없다. 주어진 문제를 계속 생각하면 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날까? 이를 이해해야 몰입을 체계화시킬 수 있고 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신경과학에 기반을 두고 해석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몰입 두 번째 이야기』에 소개되었는데 여기에서는 간략히 소개한다.
주어진 문제를 생각하면 관련된 뇌세포와 시냅스가 활성화된다. 이러한 활동이 계속 지속되면 활성화된 뇌세포와 시냅스의 양이 계속 증가한다. 시냅스는 컴퓨터처럼 계산을 수행하고 감정을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따라서 관련 활성화된 시냅스의 양이
증가된다는 것은 관련 활동의 기량이 올라가고 흥미가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의도적인 노력으로 문제와 관련된 두뇌를 고도로 고양시킬 수 있고 행복한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의도적인 노력으로 몰입상태가 되는 것은 얼룩말이 사자에게 쫓길 때 경험하는 수동적인 몰입과 게임이나 스포츠를 할 때 경험하는 능동적인 몰입과는 구별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를 ‘의도적인 몰입’이라고 부른다. 의도적인 몰입은 다양한 상황에서 잘 적용된다. 이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서 확인하였다.
의도적인 몰입의 활용
나는 많은 수험생들로부터 자신들이 수험공부에 몰입하는 방법에 관해 조언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는 의도적인 몰입의 개념이 실제 치열한 경쟁에서도 잘 적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나는 수험생들에게 몰입도를 올리기 위한 실천사항을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실천한 후 1주일마다 나에게 그 경과를 알려주면 잘못된 부분과 잘된 부분을 지적해준다. 수험공부에 몰입을 적용하기 위한 자세한 내용은 『공부하는 힘』에 소개되어 있지만 중요한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6~8 시간의 부족하지 않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낮에 공부하다가 졸리면 앉은 채 선잠을 잔다. 선잠은 하루에 5번도 좋고 10번도 좋다. 선잠을 자고 나면 몰입도가 불연속적으로 올라간다. 몸의 긴장을 풀고 이완된 상태에서 생각하고 집중을 한다. 나는 이러한 방식을 슬로우싱킹slow thinking이라고 부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에 대한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 시간이 아닌 자투리 시간에도 공부에 대한 생각을 이어가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몰입도가 올라가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이러한 부작용을 없애주기 위해서 매일 숨이 차고 땀을 흠뻑 흘릴 수 있는 운동을 30~40분 해주어야 한다. 매일 여러 과목을 바꾸어가는 방식으로는 몰입효과가 떨어지므로 한 과목을 지속적으로 공부하여야 한다. 해당 과목의 전 범위가 끝낼 때까지 지속한 후 다른 과목으로 넘어가되 각 과목을 최소한 3번 이상 반복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야 한다. 그리고 이해위주로 천천히 생각하고 하나하나 소화해가면서 공부해야 한다.
의도적인 몰입을 통한 행복한 최선
몰입도가 올라가면 공통적인 특징 두 가지가 나타난다. 하나는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량이 높아져 학습효율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수험공부에 의도적인 몰입을 적용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6년간 사법고시 생활을 이어오다 세 번째로 응시한 2차 시험에서 아까운 점수로 낙방했던 학생의 사례이다. 다음은 그가 몰입을 시도하면서 나에게 보내온 메일 중 몰입 기록에 관한 내용이다.
사법고시 준비생의 몰입 사례 I
몰입 4주차: 몰입한 지 31일째입니다. 휴식을 안 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휴식 없이 계속 공부해오는데도 지겹지도 않고 오히려 행복하기까지 합니다.
몰입 9주차: 교수님 최근에 올림픽이 있었죠. 4년 전 지난번 올림픽 때 그때도 고시생이었음에도 올림픽 경기를 열심히 챙겨 봤었습니다. 특히 김연아 선수의 피겨 경기는 며칠 전부터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도 납니다. 근데 이번 올림픽은 개막하는 줄도 몰랐습니다. 취업이 잘된 지인들의 근황을 접해도 예전처럼 동요하지 않고 신기하게도 지금의 제가 가장 행복한 사람 같이 느껴집니다.
몰입 10주차: 몰입도가 약간씩 더 올라가는 듯합니다. 공부하면서 항상 ‘하고 싶은 일’이 많았기에 죄의식을 느끼면서 그 일들을 하고 결국 후회만 쌓아왔는데, 지금은 시험이 끝나도 새로운 몰입 대상을 찾을 것 같습니다. 몰입을 통한 인생관의 변화에 대해 이제 좀 알 것 같습니다.
그는 의도적인 몰입을 실천하여 행복한 상태에서 사법시험준비를 했고 결국 합격했다. 이 학생은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사내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두 번째 사례는 앞에서 소개된 학생이 합격한 사법시험에 떨어졌던 학생이다. 이 학생은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몰입도를 충분히 높여 행복한 상태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다음은 이 학생이 보내온 메일의 일부이다.
사법고시 준비생의 몰입 사례 II
몰입 24주차: 밥을 먹으면서도 길을 걸어가면서도 온전히 공부 생각만 할 수 있었고, 역시나 그 힘든 마음은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너무 즐거웠어요. 정말이지 교수님이 말씀하신 ‘1초도 빠짐없이 생각하기’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공부가 정말 잘됐습니다. 꿀 같았어요. 항상 제 발목을 잡던 골칫덩어리 상법은 열심히 몰입한 덕분인지 실력이 쑥쑥 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즈음은 제가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고시생인지, 합격생인지 모를 정도로 행복합니다.
이 학생이 사법시험을 치른 2015년에는 정원이 150명이었는데 3차 면접 후 석차20등으로 합격했다고 한다.
세 번째 사례는 4년간 변리사 시험에 떨어졌던 학생이다. 그는 상담을 받아도 고쳐지지 않은 게임중독자였는데 몰입을 하면서 공부중독자로 바뀌었다고 한다. 다음은 그가 보내온 메일의 일부이다.
변리사 시험 준비생의 몰입 사례
몰입 16주차: 지금 저는 일주일째 특허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주 재미있습니다. 화요일에는 대법원 판례의 의미를 깨우쳐 그것을 답안에 표출하는 연습을 하다가 신나고 재미있어서 저도 모르게 웃기까지 했습니다. 약점을 보강하는 건 그것대로 재미있고, 잘하는 부분은 논리가 술술 나와 또 재미있습니다. 전에는 ‘시험 끝나고 어디 놀러 갈까? 누구 만날까?’ 하는 생각만 했었는데 이제는 ‘시험 끝나면 무슨 공부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다 어른’ 98회, ‘천재성을 깨워줄 몰입의 힘’ 편에 소개된 몰입 주인공 3인 (사진 출처: tvN)
그는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이후에도 계속 자신이 하는 일에 몰입을 적용하여 나날이 성장하는 삶을 살고 있다. 상기의 사례는 얼마 전 tvN에서 방송된 ‘어쩌다 어른’ 98회, ‘천재성을 깨워줄 몰입의 힘’ 편에 소개되기도 했다. 위 사진은 해당 프로그램에서 캡쳐
한 것이다.
의도적인 몰입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면 몰입도가 몇 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나타난다. 몰입도가 올라가면서 몰입의 효과가 나타나고 이러한 상태가 계속된다. 그러면 그 동안 경험하지 못한 최상의 삶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위하여 자신의 삶을 불태우고 있는 자신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감을 경험한다. 치열한 삶을 살고 있지만 남부럽지 않은 행복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한 최선이 되고 지속 가능한 최선이 되는 것이다. 종래에 행복을 추구하
던 방식으로는 경험하기 힘든 깊은 행복감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삶을 살면서 삶이 더 깊어지고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되고 행복에 대한 생각도 바뀌면서 삶에 대한 가치관도 바뀐다. 가치관이 바뀐다는 것은 사람이 바뀐다는 것이고 이전과는 180도 바뀐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진행 중인 사례
몰입도가 올라가면서 점진적으로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서 삶의 가치관까지 바뀌게 되는지에 대해서 보다 자세하게 소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하여 현재 대학을 휴학하고 변리사 시험 준비에 몰입을 적용하고 있는 학생의 첫 주부터 20주까지 사례의 핵심적인 부분을 소개한다.
현재 변리사 시험 준비생의 몰입 사례
몰입 1주차: 선잠 효과 최곱니다. 누워서 자는 거랑 정말 달랐습니다. 엎드려서 자니까 알람을 딱히 안 맞춰도 20분 정도면 일어나졌습니다. 근데 그
후에 정말 머리가 맑아지고, 잡념이 사라져서 공부하는 것들이 훨씬 선명
하게 느껴졌습니다.
몰입 5주차: ‘몰입’으로 세 과목째 공부하다 보니 깨달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처음 상표법을 공부할 때는 ‘다른 과목에 비해 상표가 재미있는 법이구나’ 생각을 했고, 화학을 공부할 때는 ‘역시 물리나 생물보단 화학이 재미있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디자인 보호법까지 재미있는 걸 보고 ‘아 이게 몰입의 효과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삶에서 해야 할 일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하셨죠? 이제야 그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몰입은 세상에 있는 모든 일들을 재미있는 경험으로 바꿔주는 마법인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뭘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였는데, 이전까지의 저는 선택을 잘못해서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하고 있다고 여기며 불행해 했던 것 같습니다.
10월을 마무리 하면서 한 달간 제가 쓴 일기들을 읽어보았습니다. 같은 사람 맞나 싶을 만큼 많이 변했더군요. ^^; 교수님의 말씀처럼 정말로 가치관이 변했고, 삶에 임하는 태도가 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몰입 8주차: 요즘은 기분 나쁜 일이 잘 없습니다. 항상 약간 활기찬 상태입니다. 헬스장에 가도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게 되고, 부모님과도 거의 웃으면서 대화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은 행복감이 넘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ㅎㅎ; (이건 제 스스로도 좀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시간에 만족하게 되니까 굳이 저를 돋보이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허영심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말에 집중하게 되고, 맞장구 쳐주게 됩니다. 부모님과 밥 먹으면서 대화하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몰입 10주차: 오늘까지 8일째 특허법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특허법 때문에 여름에 두 달 넘게 슬럼프에 빠졌고, 공부를 그만둬야겠다 생각을 했었는데 몰입으로 제대로 공부하니까 재미있습니다. 되게 불친절한(?) 과목인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출원인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보호해주려고 애쓰는 한편, 과도한 권리가 산업발전을 저해하지 못하도록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얼마나 세심하게 조문을 짜놓았는지 그 섬세함이 감동적일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난 여름에 이 법을 왜 못 따라 갔는지도 알았습니다. 특허법은 거미줄 같은 과목이어서, 각 단원간의 유기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면 뒷부분 내용을 알 수가 없는 구조였습니다. 하루에 여러 과목을 토막으로 공부했던 제가 따라갈 수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반면에 앞의 모든 내용을 충분히 곱씹으면서 공부했더니 가속도가 붙는 게 느껴지고, 법조문이 입체적으로 보여서 제 공부방식이 강력한 힘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몰입 11주차: 누군가의 노력을 따라 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과정을 놓치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어야 인생이 꽉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껏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충만한 행복감을 요새는 꽤 자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최선의 노력과 행복이 병존할 수 있음을 절감합니다.
몰입 14주차: 서울에서 모의고사 치르고 내려오기 전에 3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서 대학 동기들을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제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더니 재미있는 생각들을 많이 들은 것 같습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생의 목표에 관한 것이었는데, 한 친구가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고 일과 여가의 ‘라이프 밸런스’를 즐기면서 사는 게 꿈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제 주변 대부분의 친구들의 꿈이 이런 것 같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저 역시 이런 삶을 간절히 원했으니까요! 도대체 이유가 뭘까 궁금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저의 꿈은 10억을 모으는 것입니다’ 라던가, 스티브 잡스가 ‘저는 돈을 열심히 모아서 일을 그만두고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다면 분명 이질감이 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우리들은 그런 목표를 서슴없이 꿈이라고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차이가 그들과 같은 특별한 삶을 만드는 건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몰입 16주차: 시험이 이제 딱 4주 남았는데, 하루 하루가 너무 순식간이라 금방 시험을 치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난 모의고사를 기점으로 많은 좋은 습관을 만들었고, 시간의 효율성도 높아져서 지금처럼 30일을 더 보내고 시험을 친다면 후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후회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까지 꽉 채운 하루 속에서 차원이 다른 성취감과 행복을 느껴왔는데, 겨우 시험의 결과로 이 모든 과정을 부정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와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몰입 19주차: 시험을 일주일 앞두니까 문득 지난 1년간 어떻게 살아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수님과 이렇게 매주 소통을 하게 된 계기가 공부를 그만두려던 방황 때문이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제가 바뀌니까 저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바뀌었고, 세상도 달라진 것 같습니다. 더 구체적인 감상은 시험이 끝난 뒤에 자세히(?) 하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너무나도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입니다! 이 생각만큼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몰입 20주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쁩니다. 결과는 다행히 좋게 나왔습니다. 하지만 결과 이전에 이미 모든 보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어젯밤에 누웠을 때, 지난 5개월 동안의 노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습니다. 정말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이보다 더할 순 없었겠다. 다행이다’ 하는 마음에 눈물이 났습니다. 행복했습니다.
1차는 객관식이라 정답이 오후 5시에 발표가 되었습니다. 산재법 92.5, 민법 95, 자연과학 55로 총 평균 80.8점을 받았습니다. 매년 커트라인이 75~77점이니 무난하게 합격할 것 같습니다. 어제까지도 민법 모의고사가 75점이었고, 산재법도 80점대였는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게 큰 힘을 발휘한 것 같습니다.
기뻐할 여유는 오늘까지인 것 같습니다. 2차 시험까지 160일 정도가 남았습니다. 작년과 올해 합격한 1200명의 응시생 중 단 200명만이 최종합격이며, 이 인원에는 허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즉 모두가 최선을 다해 덤비기 때문에 쟁쟁한 실력을 갖추고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매우 촉박해서 이틀 정도 신중하게 계획을 세우고 바로 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이 메일들을 보면 이 학생은 몰입을 통하여 신들린 듯이 공부에 올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내용만 보면 이것이 몰입의 효과인지 아니면 이 학생이 원래 열심히 공부했었기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원래 이 학생이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지는 못했다. 이는 이 학생이 2018년 9월 27일 처음 내게 보낸 메일로부터 알 수 있는데 이를 소개한다.
이번 변리사 시험을 준비하면서는 꼭 몰입하는 공부를 성취해보고 싶었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무기력해지는 것 같고, 지속 가능한 최선이라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지 이제는 의문마저 듭니다. ‘공부를 그만 둘까?’ 기로에 서있는 지금에 와서야 용기를 내서 교수님께 두서없이 메일을 보냅니다. 어떻게 해야 무기력해지지 않고 공부를 습관처럼 할 수 있을까요. 정말 짧게라도 좋으니 조언 부탁 드립니다 교수님.
이러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하여 몰입은 행복한 최선임과 동시에 최선을 다하는 올바른 방식임을 알 수 있다. 이 사례에서도 일부 드러나지만 몰입은 수행의 효과가 있다. 몰입에 의한 행복한 마음이 지속되면, 주위에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고, 선한 마음을 갖고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고, 물질적인 탐욕을 버리고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치관이 바뀐다. 이는 몰입이 불교 조계종의 간화선의 참선수행, 성리학의 ‘경敬‘과 조선시대 선비들의 정좌수행과 유사점이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여기서 소개한 4명의 주인공이 공유한 몰입 경험담은 의도적으로 의식의 내용을 통제함으로써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몰입할 수 있고, 그 결과 최상의 삶을 구현할 수 있고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몰입은 인생을 바꾸는 자기혁명이고 인생의 완성도를 올리는 방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