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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정 대표는 유럽·미주 바이어들로부터 “한국에 이런 재미있는 디자인이 있는 줄은 몰랐다는 얘기를 듣고 뿌듯했다”고 한다. 박민선 대표도 “우리 디자인에 자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고 덧붙였다.
“저희 모토가 ‘아시안 시크(Asian chic)’예요. ‘동양적이면서 글로벌한 현대 여성’의 이미지라고 할까요? 동양 문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어요. 이제 시작 단계라 시장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홍콩패션위크를 통해 저희가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박민선)
해외에서 호평받은 랭앤루의 주요 아이템은 저지 소재의 원피스. 구김이 적고 신축성이 좋아 편안하고 실용적인 원단으로 알려져 있으며, 화려한 컬러와 프린트를 입혀 여성미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많은 소재 중 특별히 저지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묻자 두 사람은 “우리가 입고 싶었던 옷”이라며 웃었다.
“저지 원피스를 워낙 좋아해 외국에 나가면 한두 벌씩 사오곤 했어요. 우리나라 여성들이 몸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걸 꺼려해서인지 국내에서는 다양한 저지 원피스를 볼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자고 한 거죠. 거리에 나가면 온통 무채색 옷인데 여성복을 좀 더 화려하고 화사하게 바꿔보자고요. 그러다 보니 여기에 어울릴 만한 가방, 모자, 액세서리 등으로 품목이 확대됐어요. 지금은 가방도 원피스 못지않게 인기가 좋아요. 처음 계획은 국내에서 입지를 다진 후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거꾸로 됐어요. 팝업스토어 행사 때면 ‘외국 브랜드냐’고 묻는 분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인데, 외국에서 팔리고 있다’고 설명하죠.”(박민선)
창업부터 해외시장 진출까지, 청년창업 지원 프로그램 도움 받아
이화여대 1년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이 랭앤루를 론칭한 것은 지난 2011년. ‘한 살 위 언니’인 박 대표는 서양화를, 변 대표는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박 대표가 패션디자인을 복수전공해 강의실에서 가끔 얼굴만 마주치던 사이였을 뿐 별다른 친분이 없던 두 사람은 대학원에서 다시 만났다. 졸업 후 각각 패션과 홈데크 패브릭 관련회사에서 2년 남짓 직장생활을 하다 우연히 같은 해에 대학원에 입학한 두 사람은 ‘우리 브랜드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창업자금이 없던 그들은 마침 1기생을 뽑고 있던 강남청년창업센터에 지원해 입주 자격을 얻었다. 1년간의 계약 기간이 끝날 무렵 또다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서울패션창작스튜디오에 방을 얻었다. 두 사람은 “옷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여러 시설과 장비 등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어 패션창작스튜디오에 들어가는 것이 꿈인 신진 디자이너들이 많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며, “여기 입주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실력을 인정받는 분위기인데,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창업자금이 거의 안 들었어요. 강남청년창업센터와 패션창작스튜디오 덕분에 사무실 임대료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세무, 법률, 브랜등, 마케팅 등 사업에 필요한 내용을 교육해주는 프로그램까지 있어 유용했어요. 게다가 서울디자인페어 신진 디자이너전을 비롯해 이번 홍콩패션위크에 나갈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지원 프로그램 덕분이었어요. 신생 브랜드가 이렇게 외국에 알려지고, 국내 백화점에도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은 저희의 힘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죠.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변혜정)
최근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청년창업 프로그램 덕을 톡톡히 보았다는 두 사람은 신인 디자이너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기관들에 고마움을 전했다. 사업 파트너이자 친구로서 서로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애정도 표현했다. 두 사람은 “흔히 동업은 해서는 안 되는 일로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혼자 시작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취향은 같지만 성격이 달라 상호 보완 작용을 해 사업에 필요한 역할 분담이 잘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패션계가 랭앤루를 주목하고 있는 지금, 두 사람은 새로운 꿈을 꾼다. 랭앤루의 디자인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단독 매장을 여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면, 남성복·홈데코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토털 패션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 장기 계획이다. ‘동양적인 감성에 실용적인 소재’로 세계시장을 공략한 것처럼, 패션 트렌드를 읽는 안목이 탁월하고 옷 만드는 것을 무척 즐거워하는 이 재기발랄한 디자이너들의 거침없는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