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하마 궁둥이 같아요!
여동생 부부가 어디를 가야 할 일이 생기고, 마침 어머니도 집을 비워야 해서, 가장 융통성 있는 스케줄을 가진 제가 이틀 동안 조카 건우의 공식적인 보모로 발탁되었습니다. 저는 겨우 다섯 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가 온전한 하나의 인격체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고, 자기 식대로의 방법이 있고,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아주 논리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건우와 저의 말투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감탄사였습니다. 건우는 말할 때마다 "와, 되게, 짱" 등 감탄사와 강조부사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예컨대, “이모, 이 사탕 돼~게 맛있어요!” “이모, 나 이거 대따 재미있어요!”등인데, 말끝마다 느낌표가 따라붙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자연에 대한 건우의 반응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흐드러지게 핀 백일홍 나무를 보더니, “이모, 빵! 하고 폭죽이 터졌나 봐요!”하지를 않나, 하늘을 보고는 “와, 이모, 저거 봐요, 하늘이 되게 크죠?” “와, 저 구름 좀 봐요! 춤추는 하마 궁둥이 같아요!”하고 신기해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모, 이 작은 것이, 작은 점만 한 게 움직여요! 와, 이것도 생명이 있나 봐요! 와!” 다섯 살짜리의 어휘 속에 생명이라는 말이 들어있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나뭇가지마다 빼곡히 핀 꽃도, 큰 하늘도, 뭉게구름도, 햇빛이 반사되는 수면도, 점만 한 작은 생명체도 저에게는 너무나 익숙해서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서 5년이 채 안 된 건우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다 놀랍고 경이로운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본능적으로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고, 동화하고, 감격하고, 환희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그 마음속 어딘가에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탄할 줄 알고, 불쌍한 것을 보고 동정할 줄 아는, 여리고 예쁜 마음이 있다는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고 장영희)
그렇습니다. 누구나 본능적으로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고, 동화하고, 감격하고, 환희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이런 마음은, 불행하게도 살아가면서 삶의 무게에 짓눌려, 우리 맘속 깊숙이 숨어버리기 일쑤라는 겁니다. 그러나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마음속 어딘가에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탄할 줄 알고, 불쌍한 것을 보고 동정할 줄 아는 여리고 예쁜 마음이 있다고 합니다. 그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이끌어 내주는 그 어떤 힘이 있어야 합니다. 조용히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순간, 그 힘이 솟아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