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33코스
(강원도 동해시, 2021. 11. 18)
해파랑길 33코스(역방향 걷기)는 묵호역에서 묵호항 방향으로 300m 정도 떨어진 좁은 골목길에서 부터 시작한다.
왜 하필이면 묵호항이나 묵호역 같은 눈에 띌만한 큰 장소들이 지근거리에 있는데 주차는 커녕 일시정차 조차도 할 수 없는 이런 곳을 33~34코스의 시작이나 종착지로 정했는지는 이해할 수 없지만 해파랑길 순례자(?)의 입장에서는 출발지든 종착지든 한 코스를 떠나기 위한 준비나 마감을 위한 충분한 공간과 편의시설(화장실이나 식당 등)이 제공된 곳이 바람직 한데 좁은 골목길 입구를 출발지 겸 종착지로 정했다는 것은 분명 주체측(해파랑길 설계자)의 실수로 여겨진다
수도권에서는 한때 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지만 이곳은 따뜻한 햇볕이 내려쬐는 맑은 날씨다. 골목길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묵호항역이 나온다. 역 부지 면적이 매우 넓고 철로도 여러 가닥 있는 걸 보면 이곳 묵호항이 한때는 오징어와 명태로 화물 운송량이 무척 많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조금 더 걸어가면 돌탑 두 개가 있는 작은 공원이 나오고 이어서 하평해변이 나온다. 원래는 이 하평해변을 따라 걸어야 하는데 앞서 가던 회원들이 길이 막혔다며 되돌아 와 자동차도로 옆 우회로를 걷게 되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본래의 길과 마주치니 문제는 없다. 하평해변가에서는 묵호항과 묵호방파제가 아련히 눈에 들어온다.
이후부터는 자동차도로와 접한 숲길을 따라서 걷게 된다. 중간 중간 한섬해변, 감추해변 등이 있지만 구경은 하지 못하고 낙산대체력단련장이란 표석이 있는 작은 공원 입구까지 그렇게 걷다가, 여기서부터 동해역까지는 완전 자동차도로를 걷게 되고, 동해역부터는 철망으로 경계를 친 철로변의 외진 길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넓은 개천이 나오는데 이 개천의 이름은 전천(箭川)이라고 한다.
전천은 삼척의 두타산 무릉계곡의 맑은 물이 일부 식수로 사용되고 나머지 대부분은 이곳 전천을 거쳐 동해로 빠진다고 한다. 9월부터 11월까지는 은어나 연어가 많이 회귀하는 곳인지 금어기(禁漁期) 표시를 해두기도 했다. 개천 주변은 공원처럼 꾸며 마치 한강시민공원의 축소판을 보는 듯했다. 한 가지 흠이라면 바다와 접한 곳에 쌍용양회 공장이 있어서 동해항을 비롯한 주변 바다의 경관을 잘 볼 수 없고 미약하긴 하지만 약간의 시멘트 냄새가 느껴졌다. 그래도 이 공장이 세계 최대의 시멘트 생산 공장이라고 하니 원자재와 완제품의 수출입 물량을 감안하면 당연히 넓은 공장부지와 대형 부두를 끼고 있어야 하는 건 필수로 보인다.
천변길을 따라 동해와 마주치는 곳에는 호해정(湖海亭)이란 작은 정자가 있다. 호해정은 호수와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호혜정을 지나 해안길을 조금 더 걸어면 다시 도로가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암해변에 도착한다. 츨발지에서 추암해변까지는. 대략 14.3km, 3시간 40분(공식거리와 주어진 시간은 13.6km, 5시간) 정도 걸렸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주인공은 뒤에 나타난다"는 오래된 속설이 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트레킹이 끝난 이곳부터다. 이제 추암해변의 조각공원과 출렁다리 그리고 촛대바위를 비롯한 주변 바위들의 절경을 감상할 시간이다. 시간은 보기 나름이겠지만 대략 30분은 기본이고 1시간이 될 수도 있다.
조각공원과 출렁다리 그리고 촛대바위 등 해안절경은 사진으로 대체한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