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이란 무엇인가?
인체의 혈액은 몸 구석구석 퍼져있는 혈관을 통해 쉬지 않고 흐른다. 그 혈액을 통해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고 노폐물을 배출시킴으로서 신진대사가 일어나고 생명이 유지된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혈액도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데, 이때 심장수축을 통해 혈액이 흐를 때 필요한 압력이 만들어진다. 혈압은 심장이 수축하는 힘과 혈액의 양과 혈액이 흐르는 혈관의 저항이 상호 작용하여 결정된다. 이 압력이 동맥의 벽에 미치는 것을 ‘동맥혈압’이라고 한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혈압’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혈압은 수시로 변한다. 기분이나 긴장도, 활동 정도에 따라 변할 뿐 아니라 계절에 따라서도 변하고 하루 중의 시간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심지어 심장이 한번 뛰는 짧은 시간에도 혈압은 변한다.
심장이 한번 뛰는 동안 심장이 수축되어 혈액을 뿜어낼 때의 혈압이 가장 높고, 수축될 준비를 하기 위하여 늘어나 혈액을 받아들일 때의 혈압이 가장 낮다. 흔히 심장이 수축될 때의 혈압을 ‘수축기 혈압’ 또는 ‘최고혈압’이라고 하고, 심장이 늘어날 때의 혈압을 ‘이완기 혈압’ 또는 ‘최저혈압’이라고 말한다.
혈압이 너무 높으면 혈액이 흐르는 동맥의 벽 안쪽을 이루는 세포를 상하게 하여 동맥경화가 심해진다. 뿐만 아니라 혈액이 공급되는 신장 등의 기관에 높은 압력이 가해져 이들 기관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심장은 높은 압력을 이겨내고 혈액을 혈관으로 보내기 위하여 일을 너무 많이 하다가 지쳐 결국에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된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이상이면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것을 고혈압의 진단 기준으로 삼는다.(※혈압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mmHg\'란 단위는 원소기호가 Hg인 수은 기둥의 높이를 mm로 나타낸 것과 같은 압력이라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축기 혈압 120mmHg, 이완기 혈압 80mmHg를 정상 혈압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가장 바람직한 혈압일 뿐이며 그보다 조금 높아도 정상이다. 정상혈압은 수축기 혈압130mmHg이하, 이완기 혈압85mmHg이하를 기준으로 한다.
고혈압은 한가지 원인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작용하여 생긴다. 다른병의 증상으로 고혈압이 생긴 경우를 ‘이차성 고혈압’이라고 하는데 이차성 고혈압은 그리 흔하지 않다. 나머지 대부분의 경우는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뜻에서 ‘본태성 고혈압’이라고도 한다.
보통 나이가 많아질수록 혈압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고혈압을 나이가 들면 당연히 생기는 정상적인 현상으로 볼 수는 없다.
뒷목이 뻣벗하거나 어지러우면 혈압이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합병증이 생기기 전까지는 고혈압의 증상을 감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혈압이 높은 사람의 절반정도가 자신이 혈압이 높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지내며, 혈압이 높다는 것을 알더라도 당장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지 않는다.
고혈압을 치료하는 것은 단순히 증상을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랜 기간동안 혈압이 높은 상태가 계속되면 발생하는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부전증과 같은 합병증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일단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이 생기면 치료를 시작해도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에 고혈압의 조기 치료는 무척 중요하다.
고혈압 약은 먹지 않는게 좋다?
잘못된 상식으로 인해 고혈압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 예의 하나가 ‘고혈압의 치료제는 부작용이 심하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속설이다. 물론 약을 먹지 않고도 혈압을 조절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고혈압 약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장기적인 부작용은 없으므로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고혈압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평생 먹어야 하므로 아예 치료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약 복용 후 혈압이 떨어지더라도 약을 중단하면 다시 혈압이 올라간다. 간혹 환자에 따라 약물 치료를 통해 혈압이 떨어지면 체중조절, 식이요법, 운동 등으로 정상적인 혈압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도 잇다. 결로부터 말하자면 고혈압은 치료가 우선이다. 경제적 부담이나 치료제 복용의 어려움은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심한 고혈압 식이요법만으로 해결 안돼
간혹 혈압이 높은 이유를 혈관이 좁아져 혈액이 몸 구석구석까지 도달하는데 장애가 있는 것을 이겨내기 위한 것으로 보고 혈압을 낮추는 것이 오히려 해롭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생각은 일견 그럴 듯해 보이지만 사실이 아니다. 혈압을 낮추어도 몸 구석구석까지 혈액이 도달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몸에 해로운 약을 먹어 혈압을 낮추기보다는 운동, 음식조절, 체중 조절을 통해 혈압을 낮추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는 혈압이 조금 높은 사람에게나 가능한 방법이다. 혈압이 많이 높은 사람은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을 바꾸는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혈압이 높거나, 가족이 모두 혈압이 높거나, 이차성 고혈압이 아닌 본태성 고혈압은 체질적으로 혈압이 높은 것이므로 혈압을 낮추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역시 잘못된 것이다. 가족 대대로 혈압이 높거나 젊을 때부터 혈압이 높은 사람이라도 합병증이 생기기는 마찬가지이므로 치료를 해야 한다.
소금과 고혈압의 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혈압이 정상인 사람이 짜게 먹는다고 해서 혈압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짜게 먹는 사람들일수록 혈압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혈압이 높은 사람이 음식을 싱겁게 먹으면 혈압이 약간 떨어지기도 한다. 또한 짜게 먹는 사람은 약을 먹어도 혈압이 잘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혈압이 높은 사람은 음식을 싱겁게 먹어야 한다는 것은 옳은 말이다.
담배와 술. 고혈압의 상관 관계
고혈압을 치료하는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담배를 끊는 것이다. 담배를 피우면 일시적으로 혈압이 높아지기는 하지만 그것이 고혈압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이와는 대조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고혈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고혈압을 치료할 때 담배를 끊으라고 권하는 것은 담배가 동맥경화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고혈압이 좋지 않은 이유가 바로 동맥경화가 심해져서 나타나는 합병증 때문인데, 동맥경화를 부추기는 직접적인 원인이 담배이다. 그러므로 혈압이 높은 사람은 담배를 피해야 한다. 이밖에 적당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을 통해 동맥경화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고혈압 약을 먹으면서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나는 약을 먹고 있으니까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다. 혈압도 재보지 않고, 비만을 방치하고, 담배를 피우거나 과음을 하며 음식을 짜게 먹는 등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을 일삼는다면 아무리 좋은 약을 먹어도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런 사람 중에는 꾸준히 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정상까지 떨어지지 않는 사람이 많다. 설령 혈압이 정상으로 유지되더라도 다른 위험요소가 그대로 있어 합병증의 위험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