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불의 인어
원제 : Million Dollar Mermaid
1952년 미국영화
감독 : 머빈 르로이
출연: 에스터 윌리암스, 빅터 마츄어, 월터 피전
데이비드 브라이언, 도나 코코란(아역), 제시 화이트
하워드 프리맨, 프랭크 퍼거슨, 제임스 벨
'물의 여왕' 에스터 윌리암스는 수영선수 출신으로 미국 대표로 선발되어 올림픽에 나갈 뻔
했지만 2차 대전으로 올림픽이 두 번이나 열리지 않은 탓으로 아쉽게도 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이력이 있었습니다. 대신 프로로 전향, 수중쇼를 하면서 명성을 얻었고, 이후
영화배우로 활약을 하면서 40-50년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여러 편의 영화에서 주인공
역할을 하였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하여 두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딴 자니 와이즈뮬러
와는 대조적인 선수생활을 하였지만 배우로서 탄탄한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두 사람이
동일했습니다.
'백만불의 인어'는 에스터 윌리암스의 영화중에서 국내에 개봉된 작품이며 그녀의
대표작 중 한 편입니다. 국내에 개봉되던 시기에는 한 달 간격으로 그녀의 출연작이
연달아 개봉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고, 1983년 여름 KBS와 MBC에서 한 주 텀으로
각각 에스터 윌리암스가 주연한 '세기의 여왕'과 '백만불의 인어'가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86년 '백만불의 인어'가 교육방송에서 한 번 방영되었고,
그 이후 에스터 윌리암스의 모든 영화들은 더 이상 방영되지 않았고, 비디오나
DVD로도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국내에 몇 편의 영화들이 개봉된
배우들인데 어느 순간부터 방영, 출시는 모두 안되고 흔히 말하는 '한글자막
다운로드'조차도 자료가 없는 배우들이 있는데 그게 '에스터 윌리암스'
'루트 로이베릭' '디아나 더빈(오케스트라의 소녀만 출시되었음)' '헤디 라마(삼손과
데릴라 만 출시)' '미셀 모르강(개봉작은 '전원 교향악'만 출시)' '미레느 드몽조
(13여편 개봉작중 '슬픔이여 안녕'만 출시, 그나마도 조연)' '진저 로저스'
'마리나 블라디' 같은 배우들이 개봉한 대부분의 영화들이 모두 희귀작이 되어
버린 케이스입니다.
'백만불의 인어'는 수영선수 출신 여배우가 연기한 '수영선수 출신 여배우'의
일대기 입니다. 무성영화 시절에 몇 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수중쇼로 유명해진
인물이며 호주에서 수영선수로 활동했던 아네트 켈러만 이라는 실존인물의
일대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시대만 다를 뿐 아네트 켈러만과 에스터 윌리암스는
매우 닮은 점이 있는 인물입니다.
호주의 음악교사의 딸 아네트(에스터 윌리암스)는 아버지(월터 피전)의 뜻에
의해서 어린 시절을 음악수업으로 보내는데 본인은 음악보다 수영에 더 소질이
있었습니다. 소아마비였던 아네트는 놀랍게도 수영으로 장애를 극복했고, 지역
수영대회에 나가서 여러번의 트로피를 받기도 합니다. 집안이 어려워지자 아버지는
런던에 있는 친구에게 가서 음악관련 조수를 하려고 하는데 어렵사리 런던에
도착하자 친구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막막해진 상황에서 아네트는 서커스 쇼
운영자인 제임스(빅터 마츄어)를 만나고 그에게서 강을 헤엄쳐서 관심을 끌어보자는
제안을 받는데 제임스가 제안한 6마일 대신 무려 26마을을 헤엄치는 기록을 세웁니다.
이후 아네트의 유명세를 이용해서 뉴욕에 진출해보려는 제임스의 야심은 뜻대로
풀리지 않지만 대신 최초의 원피스 수영복 논쟁으로 관심을 받고 그로 인해서
성공적인 다이빙 쇼를 하게 됩니다. 아네트에게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고 제임스는 아네트의 앞날을 위해서 떠납니다. 이후 아네트는 드디어
뉴욕까지 진출해서 화려한 수중쇼를 하는 등 승승장구를 하는데.....
실제로 아네트 켈러만은 최초의 수중쇼를 한 여성이라고 하고 그녀 때문에
수중발레 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겼다고 합니다. 20세기 초 보수적인 시대에
최초로 원피스 수영복을 과감히 입은 여성이라고 하고, 수중 발레쇼 뿐만
아니라 영화출연까지 했으니 수영으로 인해서 꽤 성공적인 인생을 살게 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호추출신 소녀가 영국에서 26마일 수영으로
유명해지고 뉴욕까지 진출했으니 말이죠. 그리고 실제로 제임스 설리반이라는
남자와 결혼해서 평생을 해로했고, 제임스는 아네트를 출연시킨 영화를 한 편
감독하기도 했습니다. 제임스와 아네트는 1912년에 결혼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영화에서는 '해신의 딸(Neptune's Daughter)'이라는 영화에 출연하다가
아네트가 부상을 입고 촬영이 중지된 이후 극적으로 사랑의 결실을 이루는 것으로
나옵니다. 영화가 각색을 한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그 이후 부상을 극복하고
결혼후 영화를 다시 완성하여 개봉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네트 켈러만이 지역 수영대회 우승자면서 수중쇼의 원조이며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한 경력이라면 에스터 윌리암스는 미국 대표급이면서 기록도 세웠고,
수중쇼를 통해서 화려하게 알려진 인물이고, 영화에서는 오랜 기간 톱스타
배우들과 주연급으로 출연했으니 소위 '급수'로 따진다면 에스터 윌리암스가
더 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아네트 켈러만도 에스터 윌리암스 같은
스타가 자기의 자전적 영화에 출연한다는 사실을 흐믓하게 바라보았을 것
같습니다. 아네트 켈러만은 '백만불의 인어'가 발표된 1952년 이후에 무려
23년을 더 살았습니다. 1975년까지 생존했고, 88세까지 살았으니. (연상의
남편은 더 오래 살았습니다.)
그리어 가슨의 명 콤비 배우로 알려진 월터 피전이 아네트의 아버지 역으로
출연하여 중후한 연기를 선보이고, '삼손과 데릴라'로 알려진 빅터 마츄어가
아네트와 사랑에 빠지는 제임스 설리반역으로 출연하여 특유의 능글능글한
기름기낀 연기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의 백미는 그냥 평범한 각색으로 이루어진 스토리보다는 에스터
윌리암스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 수중쇼 장면인데, 칼라영상으로 펼쳐지는
화려한 수중쇼는 지금 봐도 굉장히 멋집니다. 52년 당시에 얼마나 입이 딱
벌어지는 장면이었을지가 상상이 갑니다. 2년만 늦게 나왔더라면 크고 시원한
시네마스코프 화면으로 제작되었을텐데, 아쉽게도 에스터 윌리암스의 대표적
수중쇼가 펼쳐지는 두 편의 영화(세기의 여왕과 백만불의 인어)는 모두
4:3 스탠더드 비율 화면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던 시기의 작품들입니다.
(그냥 칼라라는 것에만 만족해야 할듯), 아무튼 드라마로는 평범했고, 화려한
수중쇼 영상은 매우 빼어났던 영화입니다.
에스터 윌리암스나 디아나 더빈, 그리고 루트 로이베릭, 마리나 블라디처럼 한 때 제법
우리나라에서 인기도 있었고, 개봉작도 여러 편 있지만 잊혀진게 된 여배우들의 영화들도
많이 발굴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무리 인터넷 시대가 되어서 예전에 보기
힘들었던 희귀작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시대지만 아직도 구하기 어렵고 번역이 안된
영화들은 참으로 많습니다.
ps1 : 과거 실제 아네트 켈러만의 사진을 보면 정말 당시 여성의 복장이 얼마나
보수적인었는지가 실감이 갑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제법 노출이 심한
경우도 있었으니 꽤 앞서간 여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ps2 : 아네트 켈러만과 에스터 윌리암스의 실제 비교사진입니다.
왼쪽이 아네트 켈러만, 오른쪽이 에스터 윌리암스
1907년과 1950년대의 시대적 차이가 느껴진다.
ps3 : 아네트 켈러만이 템즈강 26마일을 수영한 것이 영화 오프닝 부분의 화제거리가
되는데 이런 식으로 장거리 수영에 도전한 역사는 많았습니다. '도버해협'같은
경우가 대표적 도전 타겟이 된 지역이었다고 하고 실제로 여성이 그곳을
건넌 경우도 있었다죠. (도버해협은 32km)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고 조오련선수가 현해탄(대한해협)을 수영해서 13시간여만에
건넌적이 있습니다. 당시 컨디션이 매우 좋아서 다 건너고도 힘이 남아
있었습니다. 조오련씨는 세월이 많이 흐른뒤에 다시 연예인들과 함께 릴레이
수영 방식으로 현해탄 수영에 재도전해서 성공하기도 했지요. 아래는
80년 당시 대한해협 수영에 성공한 기사입니다. 물론 바다수영은 물고기의
습격등 위험요소가 많아서 안전장치망을 설치하고 수영을 합니다. 참고로
대한해협의 직선거리는 48km로 도버해협보다 조금 깁니다.
http://blog.naver.com/cine212722/221063269805
ps4 : 영화속 멋진 수중쇼 장면 일부 영상입니다.
[출처] 백만불의 인어(Million Dollar Mermaid 52년) 물의 여왕이 연기한 물의 전설 |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