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Holi)는 인도 전역에서 펼쳐지는 힌두교 전통의 봄맞이 축제다. 힌두력으로 12월에 해당하는 팔구나(Phalguna) 달 푸르니마(Purnima)에 열린다.
푸르니마란 보름날을 뜻하는 말이다.
일반 달력으로는 매년 조금씩 날짜가 다르며 대체로 2월 하순에서 3월 무렵에 해당한다.
홀리 축제는 남녀노소, 성별이나 신분과 관계없이 색 가루, 색을 탄 물을 서로 뿌리고 춤추며 즐기는 축제입니다. 색 가루를 서로에게 뿌리면서, 쌓인 나쁜 감정을 씻어내고 악귀를 내쫓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 홀리에 쓰는 색 가루(아비르)
수드라(Sudra) 등 전통적으로 억압받던 낮은 카스트의 사람들과 여성들도 홀리에서는 과감한 행동들이 가능하다. 홀리의 색 던지기 행사는 정오 무렵 끝난다.
사람들은 강가 등에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집에서 청소나 세탁 등을 한다. 저녁에는 친구나 친척을 만나 묵은 감정을 털어버리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 홀리카 다한 홀리 전날 밤에는 홀리카 인형을 태우며 액운을 쫓는다.
홀리 축제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봄의 시작을 맞이하는 것이다. 푸르니만타(Purnimanta)를 사용하는 힌두력에서 홀리가 있는 팔구나 달 푸르니마는 한 해의 마지막 날에 해당한다.
푸르니만타는 한 달을 ‘보름 다음 날에서 보름날까지’로 잡는 방식이다. 즉 홀리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로, 악하고 묵은 것을 쫓고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의식이다.
이 기간에 사람들은 오래된 물건을 태우거나 정리하는 등 새해맞이 준비를 한다. 다른 하나는 인도 전통의 보름달 숭배와 관련된 것이다. 인도에서는 기원전부터 보름달에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기원하는 풍습이 있었다.
홀리는 사랑과 웃음, 기쁨의 축제이기도 하다. 홀리 축제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색 물감과 가루를 뿌린다. 색을 뿌리거나 바르는 것은 사랑을 표현하고, 축복을 기원하는 것이다.
보름날 아침이 되면 계급이나 성별, 빈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거리로 나와 서로에게 색색의 가루를 뿌리기 시작한다. 색 가루가 든 풍선을 던지거나 양동이에 물감을 담아 뿌리는 등 독창적인 방식으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는 다채로운 색으로 화려하게 빛나며, 밴드들은 곡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돋운다. 일부 사람들은 대마초 성분이 포함된 음료인 ‘방(Bhang)’을 마시고 요란스럽게 장난을 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홀리는 ‘사랑의 축제’ 혹은 ‘색의 축제’로 불린다.
◆ 크리슈나와 라다 홀리의 색 뿌리기는 크리슈나와 라다의 설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래와 역사
홀리의 유래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인도의 여러 신화에서 홀리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살펴볼 수 있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 중 하나는 힌두교의 신 ‘크리슈나(Krishna)’와 그의 연인이자 여신인 ‘라다(Radha)’에 대한 것이다. 크리슈나는 검푸른 피부를 가진 잘생긴 인물로 알려졌다. 그의 피부가 검은 것은 어린 시절 독이 들어간 젖을 먹었기 때문이다.
크리슈나는 청년 시절 브른다바나의 고피(Gopi, 소 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목동으로 살았다. 그는 매우 매력적이어서, 숲에서 피리를 불면 여인들이 숲 속으로 달려와 열정적으로 춤을 췄다고 한다.
◆ 서로 색 가루를 뿌리는 크리슈나와 라다를 묘사한 그림
라다 역시 고피로 희고 밝은 피부를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라다를 좋아했던 크리슈나는 어느 날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라다의 피부는 희고 아름다운데 자신의 피부는 왜 검은지’를 물었다.
라다가 자신의 피부색을 싫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어머니 야쇼다(Yashoda)는 크리슈나의 속마음을 알고 밖에 나가서 다른 고피들과 얼굴에 색을 칠하고 놀아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했다.
어머니의 말을 듣고 나온 크리슈나는 고피들과 함께 색색의 물감을 얼굴에 뿌리며 놀았다. 그는 라다의 얼굴에도 물감을 뿌렸으며, 홀리에서 다양한 색의 물감과 가루를 뿌리는 풍습은 이 놀이에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홀리카 전설
또 다른 유명한 전설은 마녀 홀리카(Holika)와 프라흐라드(Prahlad) 왕자의 이야기다. 아주 오래전 히란야카쉬푸(Hiranyakashipu)라는 왕이 있었다.
그는 창조신 브라흐마(Brahma)의 축복을 받아 불사의 능력을 지녔는데, 점점 교만해지더니 나중에는 사람들에게 신 대신 자신을 숭배하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그의 아들인 프라흐라드(Prahlad) 왕자는 명령을 거부하고 비슈누(Visnu) 신을 계속 섬겼다. 화가 난 왕은 왕자를 죽이려 했지만 비슈누 신의 도움으로 왕자는 매번 죽을 위기를 넘겼다.
결국 왕은 자신의 누나이자 마녀인 홀리카에게 왕자를 죽이도록 부탁했다. 홀리카는 왕의 권유를 승낙하고 왕자와 함께 불 속으로 들어갔다.
홀리카에게는 불에 타지 않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불에 들어가자 왕자는 살고 홀리카는 불에 타 사라졌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지역마다 다르게 전해내려온다.
홀리카를 지켜주던 망토가 홀리카를 버리고 왕자를 덮어줬다는 이야기가 있는가하면, 홀리카의 능력은 불에 혼자 들어갈 때만 발휘된다는 설도 있다.
홀리카 이야기는 선이 악을 물리치고 승리하는 대표적 설화다. 인도에서는 홀리 전날 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홀리카 다한(Holika Dahan)’ 행사를 진행한다. 모닥불을 피워 짚으로 만든 홀리카 인형을 태우는 행사다.
이외에도 어린아이들이 괴물 ‘드훈디(Dhundhi)’를 내쫓은 이야기 등 홀리와 관련된 여러 설화가 전해진다.
역사
홀리는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축제 중 하나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기원전 몇백 년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300~200년경 쓴 것으로 추정되는 <푸르바 미망사 수트라(Purvamimamsa-Sutras)>에도 홀리에 대한 기록이 있다. <푸르바 미망사 수트라>는 인도의 정통 학파 중 하나인 미망사 학파(Mimamsa)의 근본 경전이다.
고대부터 시작한 축제인 만큼 홀리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기원전에 홀리는 인도의 보름달 숭배 전통과 연관된 행사였다.
고대 인도에서는 기혼 여성들이 보름달(Raka)을 보며 가정의 행복을 기원했는데 이를 ‘라카 홀라케(Raka Holake)’ 혹은 ‘홀라(Hola)’라 불렀다. 이후 푸르니만타 방식을 사용한 힌두력이 자리 잡으면서 홀리에 새해를 축하하는 의미가 더해졌다.
푸르니만타 방식으로는 팔구나 달의 보름날인 홀리가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라다와 크리슈나의 신화에서 유래한 색 가루 바르는 풍습이 더해지며 축제는 더욱 즐겁고 흥겨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현대 인도에서 홀리는 새해 마지막 날은 아니지만, 봄맞이 축제의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