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를 듬뿍 안고있는 올 여름지리산은,
마치 깊은 꿈 속에서의 행복한 여행처럼 신비롭고 평화스러웠다,
나에게 지리산은 그동안 너무도 변화무쌍했었고,
또한 기대 이상의 행복과 함께 고통과 깨달음도 가르쳐주었었기에,
언제나 그렇듯 여름지리산을 대하기 전의 나의 마음은,
혹시 강폭우나 세찬 비바람에 혼이 나지않을까 조바심과 함께 걱정이 되었다.
거기다가 이번엔 과로로인한 비염과 편도선염으로,
푹 쉬어야한다는 의사선생님이 말을 거역하고 떠나는 여행이었다.
여름 지리산!
어느 해인가 여름지리산에서 보았던 수많은 야생화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올해는 꼭 야생화를 빠짐없이 아이폰에 담아 보겠다는 목적또한 있었기에,
몸의 컨디션을 약기운에 의지해서라도,
올 여름지리산과 함께하고픈 욕망을 포기 할 수 없었다.
금요일 낮12시27분행 무궁화2호차에 탑승했으나,
에어컨이 고장나는 바람에 무더위에 시달려야 했다.
25%의 환불을 받고, 부채와 생수 공급을 받으며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날씨는 맑고 무더웠다.
일찌감치 메기메운탕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들었으나,
끈적한 무더위에 시달 렸다.
새벽1시 잠이 막 들려다가 말고 만남 시간이 되었다.
2시경에 간단히 재첩국과 된장국 으로 식사를 하고,
두대의 승합차에 나누어타고 성삼재에 도착했다.
아직까지는 이곳 성상재의 날씨는 맑았다.
선선했으며 등산하기엔 딱 좋은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고 있었다.
노고단까지 가는 길은 아직은 너무 어두워서 해드랜턴으로 의지했다.
비에 젖은 모래를 밟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투명하게 들리는걸 보니,
아마도 엊 그제쯤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았나 싶다.
공기가 너무 상쾌해서 코로 숨을 들이 마시고 입으로 내보내며,
이비인후과에서 해야 할 증기치료를 대신했다.
바위돌길을 걸을때는 경사가 높아서 땀을 쭈~욱 뽑았다.
아직 비가 많이내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출발시간이 작년보다 한 두시간쯤 빨라서인지,
어둠과 안개에 덮힌 노고단은 눈으로는 전혀 볼 수 없었지만,
그동안의 경력으로 노고단임을 짐작했다.
노고단을 지나서 좁은 내리막길을 가는데 주변은 너무 깜깜했지만,
촉촉한 수분과 수풀향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임걸령에 이르러서야 주변이 환해짐을 어렴풋이 느낄 수있었다.
엄청나게 낀 안개 덕분에 마치 잔비가 내리 듯 안개비를 맞으며 걸었다.
촉촉하게 젖은 주황빛깔의 동자꽃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했고,
이름 모를 야생화들은 이미 나와 같이 동행하고 있었다.
가끔씩 나뭇잎위로 불어대는 강한 바람소리를 들으며 걸었으나,
그때마다 나뭇잎에서 머물렀던 물방울들이 떨어져서,
마치 빗방울처럼 느껴졌다.
임걸령을 지나 화개재에 이르러서는,
먼 옛날 사람들이 물물교환을 했던 시간들을 되돌려보며
묘한 향수에 잠깐이나마 빠질 수 있었다.
삼도봉에 이르러서 주변을 살폈으나,
근거리를 제외한 모든 지리산은 온통 안개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정글 속을 탐험하는 기분을 느끼면서 밀림 속을 얼마나 걸었나.....
대나무 잎과 비슷한 조릿대나무를 양옆으로 가르며 연하천으로 가는길은 정말 아름다웠다.
안개비에 젖은 반짝이는 작은 잎파리와 꽃잎들......
안개꽃과 너무도 닮은 힌색의 작은 꽃잎들......
보랏빛깔 종모양 꽃은 모싯대꽃이라 했던가......
곳 곳에 불쑥불쑥 올라온 이름도 모를 화려한 버섯들도 너무 많았다.
나무로된 계단과 잣나무와 다래나무 그리고 엉크러진 머루나무까지 눈에 띄었다.
나의 무지가 너무 한스러울 정도로 많은 야생화들을 대하면서,
당장 집에 돌아가면 야생화에대한 책을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너무 일찍 그리고 속도를 빨리했던지 연하천엔 다른때에 비해서 일찍 도착했다.
아침겸 점심식사를 라면과 불고기로 끝냈고, 여유롭게 커피까지 뜨겁게 마셨다.
물론 감기약도 빠지지않고 먹었다.
가끔씩 빗방울이 오락 가락 했으나 잠시 잠깐이었으며,
소재가 좋아서인지 우비를 입지 않아도 옷은 말랐다 젖었다를 반복했다.
난 반팔티와 반바지를 입었지만 추위와 더위도 느끼지 못했고,
등산하기엔 아주 온도가 적당했다.
벽소령으로 가는길은 너무 힘들었다.
내리막인데다가 온통 비에 씻겨버린 커다랗고 작은 돌멩이와 바위를 짚고 걸어야했기에,
너무 한발짝 한발짝에 신경이 곤두섰다.
그나마 다행은 시간이 너무 여유로워서 간간히 휴식을 취했다.
벽소령에서 선비샘까지 가는 길은 졸음에 시달렸다.
점심때 먹은 약의 효력도 있었겠거니와 연이은 불면으로 정신없이 졸며 걸었다.
평평한 바위와 고목이 얽혀있는 곳에 이르러서는 그대로 누워서 잠시잠깐 눈을 부쳐본다.
선비샘에 이르러서는 물병에 물도 채우고 잠시 휴식을 취했는데,
우두둑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새로샀지만 기회가 없어서 입지못했던 분홍 우비를 입었다.
따뜻하고 좋았다.
지금부터는 간간히 비가 오락가락을 했지만 등산하기에 그리 불편하진않았다.
13시간에 걸쳐서 드디어 세석에 도착했는데,
기상조건 때문인지 사람들이 그리 많치는 않았다.
몇 몇친구들의 생일잔치를 위해서 백무동에서 올라온 친구들이 준비해 온 캐잌으로
축하 노래를 불렀다.
유별난 개들의 습성에 주변 사람들도 부러운듯 ......
태풍 "무이파"의예보가 심상치가 않아서 내일 천왕봉까지의 산행이 걱정이었다.
모든 친구들이 비교적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3시 바람소리는 요란 했으나 다행히도 비는 내리지 않는다.
장터목까지 가는 길 또한 어둠 속을 걸었다.
바위가 너무도 험해서 너무 힘들었다.
천왕봉에 오르자 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
내 몸이 날아가서 옆모서리에 부닺히기를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춥지 않아서 견딜만 했고,
우비를 걸치지 않아도 괜찮을정도의 안개비만을 느꼈다.
바람이 너무 거세게 불어서 사진도 제대로 찍지는 못했고,
일출또한 감상을 못했지만 너무도 기분은 좋았다.
백무동으로 하산하는길은 너무 지루하고 힘들었지만,
태풍이 온다는 소식때문인지, 등산객들이 거의 없어서 한산했다.
겨울에는 볼 수없었던 고사리밭과 대나무 밭은 안개와 잘 어우러져서 보기 좋았다.
계곡마다 힘차게 내리치는 폭포를 보며,
마음 한구석에선 어느새 지리산과의 이별이 아쉬움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번 여름지리산은 안개비와 함께한 산행이었고,
야생화와 함께한 아주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기상예보를 들었다.
지리산은 지금 엄청난 비와 폭풍으로 대피령이 떨어졌다고.....
*사진방에 야생화 올려 놓았으니 감상하기 바람.
첫댓글 애령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일년전 ![구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2.gif)
채랑 로드린이랑 선녀탕이라고 넷이 앉아서 물놀이한 추억이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떨어졌겠구나
함께한 야생화로 감기가 뚝
아쉼!!!!바뿌신가???
아니아니~날짜가 겹쳐서 못갔쓰~근교산행 갈때나 따라붙을까봐~^^
지리산에 못간 아쉬움을 애령이글에서 느껴보네~~ 말복지나 여유롭게 다녀와야 겠다~~! 다녀온친구들 수고 하셨네.
근교산행함하자~~생업이 우선이지만 바쁨속에서 여유를 기대하이!!!수고!!!
준수야 잘다녀왔구나? 정모 끝나고 근교산에 함가자? 수고하시고~~
아침에 일어나 애령이 글을 읽으니 한편의 수체화를 읽는것 처럼 처음 부터 다시 지리산 산행을 한 기분이 든다....야생화 구경 잘했다.
애령아 천왕봉 못같어도 후기 일어본게 같다온겄 같어.. 고생했다. 사진도 잘 받고..
生生한 산행기 잘 보고가네~
예쁜꽃과 산행기 잘 봤다. 내 삶이 조금 시들해졌다 싶을때 아님 새로운 무장이 필요하다 싶을때 다시금 와서 또 볼께.
고생하셨어요
이번이 마지막일까???생각 했는디..ㅎㅎ애령이 후기 읽고 벌써 겨울 지리가 그리워지는건 왜,일까????
사랑한다 애령아~~~고통을 함께 즐길줄 아는자만이 나눌수있는 사랑이다!!!!
이번에 애령이가 컨디션이 별로였구나 지리산 정기를 받았으니 좋아지겠지,빨리 회복하시게.
매번 마음만은 나도 그곳 지리산에 가 있는데 시간상 가보지도 못하고 늘 아쉬움만 남곤 한단다.애령아~수고 많았다
애령아! 좋은추억 많이 만들었겠구나 상세하게 올린글에 내가마치 지리산에 다녀온듯한 느낌이야 고맙구 담엔 꼭 함께하자^^
안개비에 젖은 야생화... 멋지다. 그 힘든 상황에 야생화 담느라 ...덕분에 즐감했다.
애령이가 후기를 넘 잘 올렸구나 멋지고 대단한 애령이~~~~~~~~~
애령이의 후기보고 지리산에 한번더 갔다 온거같다 ...겨울이 기다려진다
애령아이 친구덕에 난 몇 만냥 벌었네 가지 않고 앉아서 지리산 산천구경 다했으니 ㅋㅋㅋ 많은 친구들 얼굴 보니 넘 반갑네
오는 여름 정모때 보자
애령이의 후기~
34Km의 안개비 지리산종주 한편의 드라마 같~다
조은추억 감사해~
파노라마 같이 질산의 산행을 떠오르게 하는구나! 애령낭자 고생했고 겨울 지리를 꿈꿔보자!
안개비가 가득한 산, 별빛이 유난히 캄캄한 산, 달빛이 차거운 푸른산,푸른 영혼들이 꽃처럼 숨쉬는산, 지리산! 언제 어느때인들 그리운 산이 아니겠는가? 좋은 기억 가득 만든 친구들이 자랑스럽소.....소중한 기억을 빨리 지우시라. 오래가면 그산 그리움으로 병이 든다오.
연하천 오는 길,나무계단 사이에 안개비와 함께 핀 야생화들은 한폭의 수채화였다. 사진 잘 봤고
다음산행 때는 꽃이름 알려주기, ㅎ
아직두 아쉬움가득 ....^^ 애령아 사진 잘보고 간다 빠른회복있길^^
잘읽었다~감동적이다~!
좋은 추억을 만들고 왔구먼....겨울도 좋더라만 여름산행이 더 좋을 듯 싶네. 잘 보고 간다. 애썼다.
민폐가 될까봐....앞만보고 따라가기도 힘들었는데...언제 사진까지 찍어가며 산행했을꼬!!
갈때마다 망설이지만, 다녀온후엔 오래도록 추억을 안고 산다...내년에는 나두 백무동이아닌, 성삼재부터~~
후기를 잘 보았내 ...너무나 생생하게 표현이 되어 있어서 등산을 한 기분속에서 잘 읽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