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 ‘비봉이’는 어디에?
남방큰돌고래 비봉이(사진)가 행방불명된 지 석 달째입니다. 비봉이는 다섯 살인 2005년 제주 앞바다에서 잡혔습니다. 오랫동안 돌고래 쇼에 동원됐다가 나이가 들어 제주퍼시픽랜드의 수족관에서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서귀포시 앞바다에 방류됐는데 현재까지 등지느러미에 부착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가 잡히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남방큰돌고래는 연안 1∼2㎞ 반경 안에 바짝 붙어서 삽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제주 연안, 특히 대정읍 인근에서 발견되는데 현재 약 120개체가 서식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안 개발과 서식지 훼손 등으로 현재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됐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수족관에는 비봉이를 포함해 제돌이, 대포, 금등이 등 8마리가 있었습니다. 2010년대에 들어와 ‘돌고래 해방운동’이 일어나면서 ‘불법 포획’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비롯한 5마리를 방류한 적이 있습니다. 2017년에는 대포와 금등이를 풀어주었고요. 그러나 앞서 성공적으로 방류된 5마리와 달리 대포와 금등이는 방류 직후 사라졌습니다. 둘 다 20여 년 갇혀 살았고, 오랜 기간 쇼에 동원됐으며, 방류될 당시 나이가 많았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가 적응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현재 그 둘은 폐사한 걸로 추정됩니다. 비봉이는 마지막까지 국내 수족관에 남아 있던 남방큰돌고래입니다.
비봉이도 갇혀 살았던 기간이 17년으로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나 어린 나이에 잡혀 와 오랜 시간 수족관에서 홀로 살았습니다. 음파로 소통하고 지형지물을 인식하는 것과 같은 야생에서의 기억이 비봉이에게 남아 있을 리 없습니다. 비봉이가 가진 모든 조건은 앞서 방류에 실패한 금등이, 대포와 매우 비슷했습니다.
돌고래는 지능이 매우 높고 사회적 관계를 맺을 줄 아는 동물입니다. 두 마리 이상 함께 방사해야 야생 적응에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혼자 남은 비봉이의 방류를 급하게 강행한 건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퍼시픽랜드를 인수한 대기업은 수족관을 부수고 그 자리에 대규모 리조트 타운을 지으려던 중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환경단체가 정밀한 고민 없이 무리하게 비봉이의 방류에 합의한 건 금등이와 대포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제대로 적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낯선 환경에 홀로 던져진 비봉이가 겪었을 공포와 고통이 어땠을지 미루어 짐작할 뿐입니다. 비봉이가 방류되기까지 이 모든 과정이 정말 비봉이를 위한 일이었는지는 의문입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나라의 도덕적 진보를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에 우리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