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 제주에서 살기를 청했더니 신께서 어여쁘게 여기사 그리하라 하셨더이다
많이도 아니고 딱 삼일만 살아도 좋겠나이까 했더니 그리하라 하셨더이다
첫 날은 한라산 오르기를 원했더니 칠할은 오르게 하시고 삼할은 그만하라 하셨는데, 삼할을 궁휼히 여기사 백록담에 안개 내려 천지분간 못하게 하셨더이다
둘쨋날은 따라비오름 가길 청했더니 한 놈만 빼고 모두 그리하라 했더이다 그곳서 강아지 이름짓기의 달인을 만나게 했나이다
셋째날 노꼬메오름을 청했더니 누구하나 빠짐없이 허락하면서 안개를 덤으로 주셔 천하절경은 못보게 하셨나이다
제주에 살기를 청하면서 맛있는 밤 먹거리를 간청하였더니
첫 날은 고급회를 주셨는데, 회맛을 더 느끼게 하사 나미의 뱅글뱅글 노래를 한참이나 부르게 하셨고
둘쨋날은 도야지를 주셨는데, 예약 안받는 집답게 최일품을 기록하였나이다
제주살기를 청하면서 점심을 건너띄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 드렸더니
첫날은 요단강 건너라며 음식을 내리지 않고 김밥 라면 비스켓으로 해결하라 하시네
둘쨋날 드디어 화려한 식단을 내려 주셨는데 오름나그네에서의 보말칼은 잊질 못하겠고, 덤으로 김종철과 김영갑을 불러 주셨네
셋쨋날 싱싱한 회 내리시면서 너무 일찍 왔다며 구경 더하고 오라 하셨는데 방어는 이름값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신께서 점지해주신 저녁과 점심은 나무랄데 하나없이 정말 기가 막히었습니다
제주살기를 청하면서 안온하고 평화로운 밤 지새기를 간청했더니
첫날 밤은 어디가지 말고 호텔방서 소곤소곤 하라셔 서생 몇몇 무리지어 정말 소박하게 보내었는데, 너무 야밤을 소박하게 지낸다고 신께서 화를 내시어 호텔에 큰 불을 내렸다 바로 거두시었다
둘쨋밤도 첫밤과 같이 어디가지 아니하고 소곤소곤 몇몇 서생 무리지어 소박하게 보내었다
신께서는 아름다운 제주를 더 느끼시라면서 둘쨋날 오후에 서우봉의 유채와 함덕의 애머랠드 바다를 주시고, 동양 최대라는 약천사와 밤길 동무하라면서 올레8길을 함께 주셨다.
또한 신께서는 남회장님 친구분과 광섭이형 친구분을 주연으로 보내셔 분위기를 달구게 하셨다
무엇보다 신께서는 동양최대의 만물대왕 호프박사를 보내셔 이동노래방 지기에서 쏙쏙 해설사에 무엇보다 아재개그 입담으로 신민을 웃음 그로기 상태로 몰아 넣어셨다
아울러 신께서는 클라우드 박사를 보내셔 마차몰이부터 온갖 업무를 맡기셨는데 전지전능하여 열을 알려주면 백을 감당하였다
이상이 한 장으로 정리한 제주 산행기이다. 이것만 열심히 해도 팔십점은 맞출 수 있다. 백점에 도전하려면 산행기 원전을 공부해야 한다. 시간없어 바쁘신 분들은 한정산이면 된다.
신께 제주살기를 청하면서 가장 부탁드린 것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연맺기였다. 하룻밤 인연에도 족히 오년을 갈 수 있는데 이틀밤이면 십년은 따 놓은 당상 아니겠는가,
앞으로 십년은 우주의 섭리에 적응하는 인연이 작동될 것이다. 꼭 그리될 것이다.
우리 신방과 산악회 두 자리수 참여 위해 신께서 대명을 주셨다. 꼭 그리될 것이다.
첫댓글 호랭이는 내 산행기 가운데 '기생용 하생철' 대목을 빼달라고 간청했는데, 이 글을 읽으니 그 문구를 다시 곱씹게 되네요. 절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