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길을 가면 잘 꾸며지고 잘 정비되어 편리하고 좋다. 많은 차가 다니고 사람이 다닌다. 그러나 큰 변화가 없다. 그것이 그것 같아 보인다. 빨리 가고 편안하게 간다는 측면에서는 더없이 좋다. 그러나 구경하고 생각하는 측면에서는 부족하다. 조금만 옆길로 빠지면 다소 길이 좁거나 아예 샛길도 있다. 미처 느껴보지 못하던 풍경이 새삼스럽게 들어오기도 한다. 계절을 느껴가며 사람 사는 소박한 모습도 보인다. 큰 도로에서 미처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것들을 보고 느낀다. 시간은 다소 걸려도 새로운 맛이 있다. 이처럼 시간이 넉넉하면 여유 있어 즐기면서 갈 수도 있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삶은 반복이고 흉내이고 답습이고 표절일 수 있다. 남이 이미 했거나, 하는 모습 그대로 쉽게 모방하여 따라가기도 하고 때로는 독창적으로 도전하면서 아주 어렵게 꾸려가기도 한다. 현실적인 삶에서는 양쪽이 다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예술이라는 면에서는 남과는 당연히 차별화되어야 한다. 소위 표절이라는 말이 오가면 곤란하다.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며 ‘이것은 곧 누구다.’ 하기를 바란다. 작은 틈새마저 놓치지 않고 눈여겨보며 생각에 생각으로 깊어진다. 그 끝은 한없고 새로움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뚜벅뚜벅 가는 길이다. 어제 온 길 오늘도 가고 같은 듯이 다른 내일을 간다. 남이 이미 간 길이므로 나는 안 가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을 뒤늦게 가면서도 어딘가는 뭔가 다른 것을 찾고 생각하고 느끼면서 차별화한다. 지구상의 현 인구가 11년 만에 10억 명이 늘어 자그마치 80억 명을 넘어섰다. 그토록 많아도 무엇인가는 달라 차별화된다. 그래도 다소 어려울 때도 있지만 나름대로 구분할 수 있다. 일란성쌍둥이라 좀처럼 구분되지 않아 애를 먹이지만, 오래 겪다 보면 차이를 찾을 수 있다. 냇가에 조약돌도 한눈에 보면 똑같아 보여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사람에게도 그 사람만의 개성이 있다. 작품도 남의 것을 베끼지 않는 독창성을 지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