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어머니를 추억하게 하는 호랑이무늬 줄콩
2021년 8월 26일 목요일
음력 辛丑年 칠월 열아흐렛날
산골에 살고있는 촌부는 이따금씩 혼자 미소를 짓곤
한다. 산골스러운 정경을 바라보며 정겨움을 느껴서
그러는 것이다. 앞마당 빨랫대에 널려있는 옷가지들,
햇볕 잘드는 장독대 위에 가지를 썰어 말리느라 얹어
놓은 채반, 말린 채소를 넣어놓은 양파망이 올망졸망
걸려있는 좀 엉성한 거치대가 바로 촌부가 바라보며
산골스럽다고 여기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것들이다.
이런 정경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 흐뭇해 하는 것은
도시에서 경험하긴 쉽잖은 것이다. 산골에서나 갖는
자그마한 힐링이라고나 할까?
호랑이무늬 줄콩이 열려 주렁주렁 꽤 많이 달려있다.
이 콩은 포실포실하여 맛도 너무나 좋을 뿐만아니라
다른 콩에 비해 좋은 영양성분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서양에서는 이 콩을
'기적의 콩'이라고 한다는 것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그만큼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말이겠지 싶다. 그저 주워들은 것에 의하면
이 콩은 혈관계통에 좋은 성분이 많아서 혈관청소부
라고 할 만큼 좋은 콩이란다. 그 효능을 열거해보면
혈관청소, 협심증 완화, 고혈압 및 불면증 완화, 신장
건강, 갱년기 장애 증상 완화, 면역력 증강, 항암효과,
피로회복 및 간세포 활성화 도움에 좋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콩이 어떻게 산골에서 기르게 된 걸까?
꽤 오래전부터 해마다 밭가에 자리를 하고 있는데
우리 부부에게는 2017년 여름 작고하신 어머니를
추억하게 하는 콩이라서 잊을 수 없는 그런 콩이다.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머니 살아 생전
어느해 늦가을에 산골 아들네 집에 다니러 오시면서
씨앗을 가지고 오셨고 그 이듬해 봄에 심기 시작한
것이 지금껏 한 해도 그르지 않고 심어 기르고 있다.
콩 씨앗을 넣고 싹이 돋고 덩굴이 뻗아가는 모습도,
그 덩굴에 주렁주렁 열리는 콩을 보면 늘 어머니를
떠올리곤 한다. 비록 세상을 떠나셔서 육신은 지금
우리들 옆에 계시지는 않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지닌
이 콩으로 인해 새삼 어머니를 생각하게 하는 것은
어쩌면 어머니 당신을 기억해 달라는 뜻으로 남겨
주고 가신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콩은 해마다
심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덜익은 풋콩이 더 맛있어
조금 따다보니 어머니 생각이 나서 먼 하늘을 보며
"어무이! 줄콩을 쪼매 땄십니다. 어무이 큰며느리가
참말로 좋아한다 아입니까. 해마다 줄콩 농사 짓게
해줘서 고맙십니데이~"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