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대 S 클래스는 확실히 진화했고 더 완벽해졌다
‘최고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The best or nothing).’ 메르세데스 벤츠의 이 슬로건은 일견 오만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곱씹어 생각해보면 이들이 자동차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 늘 최고가 되기 위해,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일 테니까.
7세대 S 클래스를 시승했다. 1951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400만대 이상 팔린 S 클래스는 명실상부 최고의 대형 세단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새로운 S 클래스가 전방위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욱 지능적으로 진화했으며 정교하고 수준 높은 주행 경험을 선사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신형 S 클래스에는 새로운 기술이 가득 담겼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기술은 눈매까지 변화시킨 디지털 라이트다. 84개의 LED 멀티빔과 130만개 픽셀의 디지털 라이트 모듈로 이뤄진 디지털 라이트가 기존의 멀티빔 LED 라이트보다 구석구석 촘촘하게 비춰준다. 공사 현장이나 횡단보도 등을 인식해 노면에 해당 아이콘을 띄우는 것도 가능하다.
새로운 S 클래스는 스마트키를 지닌 채로 다가가거나 손잡이 가운데를 만지면 튀어나오는 플러시 도어 핸들을 달았다. 우아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첨단 느낌이 물씬 나는 실내가 운전자를 반긴다. 운전대 너머에 가로로 놓인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은 3D로 주행 정보를 보여준다. 센터페시아 가운데에는 큼직한 12.8인치 OLED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놓였는데 이곳에서 차의 각종 기능을 조작하거나 정보를 보고 실내 온도를 설정할 수 있다. 터치 반응은 빠르고 정확하다. 무엇보다 내비게이션 화면을 큼직하게 띄울 수 있는 게 좋다. 시승차는 신형 E 클래스에 적용된 두 줄로 나뉜 운전대를 달았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버튼도 운전대 위로 올라왔다. 왼쪽 아래에 놓인 버튼을 누르면 크루즈컨트롤이 바로 활성화되는데 앞차와의 간격을 스스로 조절하는 것은 물론 멈췄다 출발하는 것도 매끄럽다.
엔진 라인업은 직렬 6기통 디젤과 V8 휘발유 두 가지다. 이 중 디젤 모델인 S 400 d 4매틱은 벤츠가 새롭게 개량한 OM656 트윈터보 디젤 엔진을 얹었다. 벤츠 역사상 가장 강력한 디젤 엔진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 엔진은 2925cc의 배기량으로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71.4kg·m를 쏟아낸다. 이전 V6 3.0ℓ 디젤 엔진의 최고출력이 258마력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파워업’이다. 이게 가능해진 건 2 스테이지 터보차저 기술 덕분이다. 작은 고압용 터보차저와 큰 저압용 터보차저를 일렬로 달아 저회전 영역에서는 고압용 터보차저가 배기가스의 흡입 효율을 높이고, 고회전 영역에서는 저압용 터보차저가 실린더에 배기가스를 보낸다. 이로써 저회전에서의 터보 지체 현상을 줄이고 각 회전수 영역에서 과급 효과를 높일 수 있다.
OM656 엔진은 힘만 좋아진 게 아니다. 벤츠는 효율을 높이고 배출가스를 낮추기 위해 배기가스 재순환 설계를 새롭게 하고, 실린더 벽을 나노슬라이드로 코팅하고, 캠트로닉 가변형 밸브 리프트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친환경 모델이라 자랑하는 렉서스 LS 500h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km당 5g 적다. 매끈하고 조용한 건 말할 것도 없다. 디젤 엔진이라는 걸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소음과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다. 공회전할 때도 실내는 평온하기 그지없다. 컴포트 모드에선 마냥 매끈하고 우아하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운전대가 조금 묵직해지고 감쇠력이 조여지지만 부드러운 맛은 놓치지 않는다. 단언컨대 최고의 디젤 엔진이라 할 만하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기술은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다. 뒷바퀴가 10°까지 움직이는 덕에 유턴하거나 주차할 때 한결 수월하다. 5세대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는 앞 측면에 레이더 센서를 추가해 차 주변을 빈틈없이 호위한다.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는 이제 자전거도 감지해 스스로 멈출 수 있다. 액티브 차선이탈 방지 어시스트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넘으면 운전대를 움직여 자연스럽게 차선 안으로 밀어준다.
새로운 S 클래스는 이전 모델에 비해 길이가 54mm, 폭이 55mm, 휠베이스가 81mm 늘었다. 롱휠베이스 모델은 휠베이스가 3216mm에 이른다. 늘어난 길이는 고스란히 실내로 이어졌다. 특히 뒷자리가 무척 여유로워졌다. 도어 안쪽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앞자리가 앞으로 물러나면서 등받이가 기울고 발받침이 나와 ‘눕석’이 만들어진다. 말랑한 헤드레스트 쿠션에 머리를 대고 누우면 최고급 리클라이닝 의자가 부럽지 않다. 뒷자리 암레스트를 내리면 태블릿이 나타난다. 덮개를 열면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가 보인다. 뒷자리 승차감은 이보다 안락할 수 없다. 시속 150km를 넘게 달리는데도 불안한 감이 없다. 에어매틱 서스펜션이 노면 충격을 말끔히 제거하는 느낌이다. 저속으로 달릴 땐 안락함이 더욱 커진다. 제대로 회장님 자리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7세대 S 클래스는 확실히 진화했고 더 완벽해졌다. 지금 국내에서 수입 대형 세단 1인자는 단연 S 클래스다. 그런데 이 왕좌가 더 굳건해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