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확행_小確幸]
"할머니 안 나오셨네요?"
글_정태욱(시인. 광교2성당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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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아트홀"로 가기 위해 집 앞의 마을버스를 탔다. 미금역까지 가서 전철을 이용 양재역에 닿으면 되니까 26번이나 26-2을 타면 된다.
걸어서 정류장에 닿자마자 26-2번이 온다. 서울에 비하면 용인은 시골이니 버스 배차 시간도 길기에 이것도 횡재같다.
버스 기사분이 올라는 나를 보더니 인사말을 건넨다.
"오늘은 할머니가 마중 안나오셨네요? ㅎㅎ."
마을버스 타는 사람들은 단골이나 마찬가지로 얼굴을 웬만하면 기억한다. 때로 교통카드를 집에 놓고왔는데 다른 카드나 돈마저 없으면 "그냥 앉으세요. 담에 내시고요."라고 외상도 해주니 용인이 시골은 시골이다.
그런 분위기다보니, 시내 향하기 위해 버스를 타러 항상 둘이 같이 나왔다가는, 같이 타거나 혹은 혼자 타는 이에게 손흔들어주고 헤어지는 걸 보고 기사분들이, 아내 얼굴까지. 기억하고는 아내 안부까지 이렇게 묻는다.
"오늘은 아프다고 쉬신다네요.하하."
이렇게 대꾸하며 웃었는데, "나와 아내가 금슬좋게 보였구나. 그래도 다정하게 살아오고 있는 거구나"라며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할머니가 뭐냐.
내 눈에는 아이 둘 막 낳아 키우는 새댁으로 보이는데 말이야. 아무리 나이들게 어림잡아도 겨우 50대의 미모거늘 왜 할머니라고 부르는지
나는 괜히 서운하다.
그러나 생각커니, 오늘 아침에도 동창 부고를 또 받은 내 나이다. 할머니 소리든 증조할머니 소리든 좋으니, 아내가 건강하게 내 곁에서 더불어 걸어가는 행복이 오늘처럼 地上에서 계속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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