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외 1편
김소형
어떻게 된 일일까
멀쩡하게 미쳐버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았네
미치지 않은 말들은 죽은 말이란 걸
나는 한참 정신이 밝아져서 미쳤다가
다시 흐릿해졌네, 산것도 죽은 것도 아닌 세계로 돌아왔네
얼마나 정상적인지!
규칙적으로 죽어가는 것들이 부드럽게 흔들리네
내가 본 것은 암흑 속에 묻혀
나는 단정하게 죽어가네
5월 아파트 화단처럼
어제 쇼핑을 했다는 그 여자의 녹색 원피스처럼
아스팔트 중앙선처럼
반듯하게 누워있네
심장을 꺼내놓으면 모두들 무서워해서
바위 뒤에 숨겨놓았지
나는 이제 텅 빈 채로도 말을 잘할 수 있네
날렵하게 떠오를 수도 있네
눈만 살아서 돌아다닐 수도 있네
상냥하고 부드럽게 나는
흐리멍덩해지네
옷깃을 목까지 채우고 고개를 까닥거리며
사람들 속을 유령처럼 지나가지
아- 아- 여보세요 여보세요
공기가 촛불처럼 떨린다면 그건 내 기척이라네
몸의 힘
김소형
생각은 간단하다 몸에 비해선
고등어는 간단하지 않느냐고 넌 물었지만
그건 도마 위의 얘기
생각은 잘라내도 몸은 잘라낼 수 없는 것
생각만 데려가고 싶어도 몸이 따라온다
주인인 척 양보도 없이
고작 한 덩어리인데도 몸처럼
식솔을 많이 거느리는 것도 없어
그럼에도 가장 단순한 충족이 넘친다
생각을 달지 않은 무조건적인 반사
'살아 있다'고 몸이 하는 이야기는
오래고 오랜 습성
몸이 가는 길로
몸이 생각을 끄을고 간다
회오리 같던 생각도 어느새
배춧속처럼 몸에 달라붙어
젖은 옷을 입게 한다
사람을 나는 족속이 아니게 한다
침빗으로 머리를 빗게 만드는
몸의 위력
몸은
미끌어질수록 눈부신 빙판
생각을 인질로 잡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슬한 살 위에서
어름산이가 줄타기를 하고 있다
----애지사화집 박용숙 외 {멸치, 고래를 꿈꾸다}에서
김소형
2021년 애지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yyso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