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안 자체가 워낙 기가 쎈 집안입니다.
주지스님이 계시고 무당하시는 고모님과 사주를 보시는 이모까지.. 그냥 팔자가 이런 집안입니다.
늘 새해가 되면 이 각자 신을 모시는 분들이 다 모이셔서 서로의 신들을 자랑하며 정겨운 다툼들을 보자하면 정말 진 풍경이 펼쳐집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일입니다.
그 날 따라 고모가 새해부터 제 얼굴을 뚤어져라 처다보며 인상을 찌푸리셨습니다.
제가 뭘 잘 못했는가 싶어서 고모 옆에 계속 있었는데 제가 이제 막 자기 전에 오셔서 이야기를 꺼내시더라고요.
고모 : 햄뭉이 니, 꿈 꾸면 기억은 하나?
나 : 꿈? 꾸긴 꾸는거 같은데 자다 일나믄 기억 안나지.
실제로 꿈을 잘 기억 못합니다.
정말 충격적인 꿈이 아닌 이상 잘 기억 못하고 잊어버리는 경우도 허다 했습니다.
고모 : 그래? 오야 알긋다.
나 : 와 또... 뭔 말할라카노.. 지금 말해라.
고모 : 쓰읍.. 됐다 고마. 퍼득 자고 내일 고모한테 세뱃돈이나 받아가라.
그 말에 저는 그냥 이불 덮고 빨리 잤습니다.
다음날 새뱃돈 받기 위해 열심히 친척분들에게 인사 올렸고 여럿 흰봉투들을 받았습니다.
그 중 고모 봉투가 유난히 두꺼웠습니다.
돼지꿈이라도 꿔서 이리도 두둑히 챙겨주시는건가 싶었습니다.
고모 봉투를 열어보니 새뱃돈과 부적 몇 장, 편지 한장이 있었습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가족들 다 있는데 또 이런 얘기하믄 싸우고 오히려 일을 그릇칠까봐 이래 편지한다. 햄뭉이 니 이 부적 베개 안쪽에 하나 넣어놔라. 혹여 니가 누버서 잔다 싶은 곳에는 무조건 놨둬라. 고모말 명심해라. 니 명줄 끈길 수도 있데이. 꿈이 기억이 나는거라믄 곧장 고모한테 연락해라."
이런 내용이였습니다.
그 당시 뭔 댕소린가, 시대가 어느시댄데 싶기도 했고 잔소리에 비해 새뱃돈이 많이 부족하여 그냥 무시했습니다.
학기가 들어서고 공부와 운동에 몰두할 때 슬럼프가 찾아왔고 컨디션이나 멘탈이 많이 무너졌었습니다.
스스로 힘든 시기를 보내며 일탈을 기다렸습니다.
"영화관 가고 싶다"
"서점도 가고 싶다"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던 저는 대구 번화가 동성로에 한일극장과 교보문고를 너무 좋아 했었고 힘든 시기 동안 그근처도 가지 못해서 무척 힘들어 했습니다.
그 간절함 때문이였을까요.
정말로 영화관을 가는 꿈을 꾸게 됐습니다.
꿈에서 영화관에는 1/50(오십분에 일)이라는 영화가 상영중이였고 저는 뭐가 됐든 영화관에 빨리 들어가고 싶어 설레이는 맘으로 그 영화를 보러 들어갔습니다.
기대를 너무 했던 탓인지 영화의 내용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신입 배우인지 아님 그냥 엑스트라인지 사람들이 어떻게 죽는지만 보여주는 내용이였습니다.
사람이 전기톱에 잘려나가고 죽으면 숫자가 뜨고 다른 사람이 나와서 차에 치이고 죽으면 숫자가 뜨고를 반복했습니다.
잔인한 영화라면 '쏘우'로 이미 경험을 했던터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슨 영화가 이렇냐 투덜대며 일어날 찰나 영화가 끝이나고 불이 켜졌습니다.
그런데 영화관에 저 혼자 있고 아무도 없는겁니다.
'영화가 이 모양이니 다 나가지'라고 말하며 저 또한 나가려는 순산 갑자기 '스스스스스스스스'하는 점점 커지는 소리와 함께 소름 돋아 잠에서 깼습니다.
이상했지만 꿈이 기억이 나는건 정말 오랜만이였습니다.
그날 친구들과 놀다가 이 꿈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친구 중에 엄청 똑똑한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가 그 꿈 얘기를 듣고는 했던 말이 정말 소름이 끼쳤습니다.
친구 : 야야, 영화가 재미 없어가 사람들이 나간게 아이라, 영화 제목 맹키로 50분에 1로 니가 살아남은거 아니가?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제대로 충격을 먹고 터덜터덜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습니다.
베개에서 바스락거리며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고모가 했던 말이 떠올라 바로 전화를걸었습니다.
고모는 한번 더 꿀 수 있으니 부적 제대로 베고 자라고 했고 조심하라고 말하며 조만간 제 집으로 오신다고 하며 전화를 끈었습니다.
그 날도 꿈을 꾸웠는데 또 같은 영화관에 같은 영화였습니다.
들어가면 죽는다 라는 생각에 나가려고 했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저는 어느센가 영화관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때의 꿈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고모가 불이 타죽는 장면이 영화에서 나왔습니다.
너무 놀라 깨고 바로 고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고모 : 걍 꿈이다 꿈. 사내시끼가...됐고 이따 고모 곧 도착 하니까는 그 때 부적 더 갖다 주꾸마.
이게 마지막 고모의 말이였습니다.
이 날은 "대구 지하철 참사"가 있던 날입니다.
첫댓글 와...짧굵 소름이네요......ㅠㅠ 고모님..ㅠㅠ 혹시나중에 꿈이라고 하면 지컨님이 그냥 넘길수도 있으니까 제목 바꾸는것도 좋을거같아요!!
제가 글쓰는 재주가 없어서 걲은 일을 상세하게 적지 못했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지컨님이 보게 제목 추천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와 진짜 .. 소름이네요
헉... 영화 이야기는 저도 어디서 본 이야기네여
헐 소름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