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거울
원제 : The Black Mirror
1946년 미국영화
감독 : 로버트 시오드맥
제작 : 누낼리 존슨
음악 : 디미트리 티옴킨
출연: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루 에어스, 토마스 미첼
리처드 롱, 찰스 에반스, 게리 오웬
한 남자가 자신의 집에서 시체로 발견됩니다. 그 남자가 살해된 시간에 그 집에서 젊은
여인이 나오는 것을 몇 사람이 목격합니다. 그녀는 어느 호텔의 잡지코너에서 일하고
있는 루스(올리비아 드 하빌랜드)라는 여성입니다. 형사인 스티븐슨(토마스 미첼)은
그녀를 찾아가서 전날의 행방을 캐묻는데 놀랍게도 무려 3명이나 알리바이를 입증해 줄
사람들이 있습니다. 목격자들은 그녀가 틀림없다는데 수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공원을 산책했다는 알리바이가 있습니다. 혼란에 빠진 형사, 이게 어떻게된 것일까요?
이 혼란의 답은 곧 밝혀집니다. 알고보니 루스에게는 일란성 쌍동이 테리가 존재했던
것입니다. 둘은 너무 똑같이 생겼고, 심지어 같은 옷을 입고, 일부러 테리가 루스를
대체하기도 합니다. 두 사람을 분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분명 둘 중 하나는
살인사건의 용의자이고, 또 한 명은 공원을 산책한 알리바이가 있는데, 두 사람은
누가 어디에 있었는지 실토하지 않습니다. 범인은 한 명인데 두 사람을 기소할 수는
없는 일, 뻔히 눈앞에 범인이 있음에도 붙잡지도 기소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너무 쉽게 범인을 찾나 했는데...
용의자는 쌍동이 자매였다.
둘 중 누가 범인인가?
눈앞의 범인이지만 붙잡을 수 없는 상황
마치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있었던 참혹한 사건인 '이태원 살인사건'을 연상하게 합니다.
1946년에 만들어진 영화, 그 이후로 수십년이 지나서 '둘 중 하나는 분명히 범인'
이지만 둘 중 누구인지 알 수 없었던, 그래서 선뜻 범인을 골라내지 못했던 사건,
'검은 거울'은 아예 똑같이 생긴 쌍동이 중 한 명이 범인으로 의심되지만 똑같이
생긴 두 사람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 트릭입니다.
이 이야기와 비슷한 경우가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에서도 인용되었습니다. 쌍동이가 가면을 쓰고 편의점을 습격하여 살인을 했고,
둘 중 하나가 범인인데 누군지 구분할 수 가 없었습니다 공동정범이었지만
임의로 누구 한 명에게 살인죄를 내릴 수 없는 상황.....
'검은 거울'은 헐리웃의 스타급 여배우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와 '살인자'
'진홍의 도덕' 등으로 알려진 로버트 시오드맥 감독의 작품이지만 우리나라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미국내에서도 제대로 개봉되지 않았으며 제작사도
메이저가 아닌 인터내셔널 픽쳐, 그래서 유명감독, 톱 여배우 출연작이지만
생소한 영화입니다. '말타의 매' 이후 1940년대에 전성기를 이룬 '필름느와르'
장르에는 이렇게 꽤 수작이지만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40년대 아날로그 시대에 연출한 '1인 2역 합성'
쌍동이 자매로 1인 2역을 한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가
한 화면에 두 명 등장하는 경우가 꽤 많다.
성녀와 악녀
'검은 거울'은 1946년 영화지만 1인 2역의 설정을 꽤 매끄럽게 해내고
있습니다 다른 1인 2역 영화들과 비교할 때 같은 배우 두 명이 한 화면에
등장하는 경우가 꽤 자주 있습니다. 우리는 두 명의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의
모습을 꽤 자주 보게 됩니다. 감독이 꽤 신경써서 편집한 느낌이 듭니다.
두 명이 모두 정면을 향하고 있는 장면이 많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착한 멜라니 역으로 각인된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커크 더글러스와 함께 '100세 장수 생존 고전배우'인 그녀는 두 번이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명 여배우로 아카데미 상을 탄 두 영화는 '그리워라 내 아들'
'사랑아 나는 통곡한다'라는 제목으로 각각 개봉되었고, 그 외에도 '금발미인'
'영원의 성좌' '캔사스 기병대' '그대는 돌아오리 '등 다수의 작품들이 개봉되었지만
워낙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의 이미지가 강하여 멜라니로 많이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생존해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유일한 출연배우
일 것입니다.
1인 2역인 만큼 '검은 거울'은 철저히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의 영화입니다. 성녀와
악녀 연기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고, 1인 2역이니 만큼 자기 자신과의 정신적
대립과 말다툼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30-50년대의 명 조연배우 토마스 미첼은
형사 역으로 비중있는 조연이고, '조니 벨린다'에서 마음씨 착한 의사를 연기한
루 에어스가 여기서도 정신과 의사 역으로 출연합니다.
거울속 모습까지 한 화면에 3명이 등장하는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구분할 수 없는 범인을 잡기 위해 심리요법, 거짓말 탐지기 등도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고, 막판에 결정적 트릭을 이용해서 범인을 잡고 있습니다. 필름 느와르
장르 치고는 가해자, 혹은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스릴러 형식보다는 어떻게
범인을 꼼짝 못하게 색출해 내는가의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일란성
쌍동이로 똑같은 외모를 지녔지만 마음씨는 너무나 다른 두 남매의 심리상황도
많이 보여주고 있고.
이야기가 좀 단순해서 약간 심심할 수 있는 영화인데, 85분의 짧은 러닝타임이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서울아트시네마 필름 느와르 특별전을
통해서 공개된 작품인데, 맨날 너무 쉽게 구해보는 흔해빠진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는 기존 프로그램과는 좀 다르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 몇 편이 목록에
있는 것이 이번 기획전의 특징입니다. 꽤 수작영화들이 많고 작품성이 높았던
장르인 40-50년대 필름 느와르 영화들인데 '검은 거울' 역시 제법 볼만한 수작입니다.
1940년대 방식으로 만들어낸 1인 2역 연출이 볼만합니다.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절정기 출연작이지만 국내에는 개봉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영화에서 두 가지 상이한
캐릭터를 연기한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의 원숙한 아름다움이 빛났던 영화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고전 서부영화 음악의 장인인 디미트리 티옴킨이 음악을 담당했습니다.
제작은 '이브의 세 얼굴'의 감독으로 알려진 '누낼리 존슨' 배우, 감독, 제작
음악 담당 모두 '메이저급 인물들'로 구성된 '안 알려진 영화' 입니다.
ps2 :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의 1살 아래 여동생 조안 폰테인도 96세까지 살았으니
장수집안 혈통인가 봅니다.
[출처] 검은 거울(The Dark Mirror 46년) 눈앞의 범인이지만.....|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