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건네준 선물
이떤 가르침을 얻게 하려고
이런 경험을 하게 하셨을까?
내 자신이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다음에서야 비로소 환자와 가족들의
심정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의사의 한마디가 환자의 투병
생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스님~! 스님은 죽음을
모르잖아요. 그런 스님이 지금
제 심정을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환자들이 이런 말을 할 때 예전 같으면
온갖 말로 죽음을 설명했겠지만,
지진을 격은 후로 나는 달라졌다.
''그래요 그럼요 "
그러면서 그저 함께 있어 줄 뿐이다.
''죽음이 이렇게 힘들고 무섭다는
사실을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을까요. 왜 나는 몰랐을까요''
이불을 부여잡고 울부짖는
환자를 다독이며
그 마음 중심으로 슬쩍 들어간다.
능행 죽음이
어떤 의미로 느껴지시는지.?
환자 죽음은 끝이 아닙니까, 끝.
모든 게 끝나는 '끝' 말입니다.
능행 무엇에 대한
끝을 말씀하시는지요?
잠시 침묵 속에 머물던
환자가 고개를 들며 말한다.
환자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내 것, 내가 없어지잖아요.
능행 내 것이 없어지고, 내가
없어지는 것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렇군요. 내 것 중에
진짜 내 것을 함께 찾아볼까요?
환자 내 돈, 내 집, 내 손자,
내 자식, 내 남편, 내 몸까지.
내 것이 다 없어지잖아요.
능행 그렇군요.
모두 다 '내 것' 이로군요.
내 것은 영원해서
사라지지도 변하지도 않아야
내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환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내 말에 퉁명스럽게 대꾸하더니,
환자는 이내 침묵 속에 빠져든 채
혼자서 생각을 정리한다.
이처럼 나는 환자와의 관계에서
환자 스스로 죽음에 대해 숙고
하고 자각할 수 있도록 앞에
있어 주는 거울 같은 존재일 뿐이다.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갈 때마다
의사에게서 들어야 했던 말이
살아날 ''가능성도 백퍼센트,
불가능성도 백퍼센트" 라는 것이었다.
현대의학의 무기력함이 공허한
바람으로 와 닿았지만 괜찮았다.
가벼운 바람만 불어도 곧장 죽음
으로 떨어질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아니, 그 어떤 중력이 작용하지
않아도 내가 죽음으로 곤두박질
치는 것은 시간문제인 듯했다.
고통의 여정은 철저히 혼자의 몫이었고.
삶의 여정 역시 자기만의 몫이었다.
'철저하게 하나로 존재하지만
그런 하나가 전체'
라는 걸 경험하는 순간들이었다.
동료가 괜찮게 되었으니
나는 그저 아무래도 좋았다.
살아지면 살고, 그렇지 못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었다.
물 한 모금조차 목으로
넘기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자,
비로소 우리가 마시는 생수가 얼마나
거칠고 억세고 뻑뻑한지 깨달았다.
밥은 고사하고 아무런 저항 없이
물 한 잔을 흔쾌히
들이킬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고 기적이며
은총임을 성찰할 수 있었다.
그 '물 한 모금' 의 가치를...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물도 마시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느 순간
내 입에서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내가 속았구나! 현상에
속았구나 싶으니 웃음이 터졌다.
이내 울음도 터졌다
'만약 살아난다면 다시는 속지
말아야지' 한참을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리고 울었다
차분히 사십삼 년의 내 삶을
되짚게 하는 값진 여정이었다
온전히 깨어 있지 못했구나.
내가 현상에 속았구나.
그래서 웃었고, 울었다.
그 웃음 속에서 허망하고
부실한 육체의 실상을 보았다
더 살 수 있다면
한시도 허송세월하지 않으리.
순간순간 고결한 삶,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리라.
마음을 다지고 나니
호흡하기도 훨씬 수월해졌다.
죽기로 작정하면 살 길이
열린다더니. 그 말이 딱 맞는가..
예방 차원에서 먹었던 독한 약으로
인해 장기에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부처님의 가피로
내 몸은 시나브로 회복되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내 의식은 성장하고 있었나 보다.
나의 삶에 많은 변화와 전환이 있었다.
투병하면서 병원 지을 땅을
찾아다녔고 모금을 하고 법회를 했다.
호스피스는
온전히 수행으로 전환되었고
다른 이들의 죽음을 대면할
때면 고통스러워하기보다는
평화로움과
희망의 에너지로 다가섰다.
내일을 기약하기보다는 순간
순간에 마음을 다해서 머물렀다.
순간을 천년같이
소중히 여기면서 열심히 살았고.
나는 지금 내 인생에 불어오는
바람을 벗 삼아
파도타기를 즐기면서 여기에 있다.
이제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소멸의
의미보다는 다음 삶으로 이어주는
통로로서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죽음은 하나의 과정이며
터널과 같은 통로라는 것을
확연히 알 것 같다.
우리의 업성이 들고 나는 통로...
쉬어라. 쉬어라. 일체를 놓고 쉬어라.
들끓는 번뇌 속에 자성의
외침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온다
비워라. 비워라. 허공처럼 비워라
들끓는 번뇌 속에 자성의
메아리가 아득하게 들려온다.
결림 없이. 걸림 없이 바람이 되어라
움직이지 않는 산이 되어라.
써도 써도 줄지
않는 자비의 바다가 되어라
자성의 외침소리가 아득히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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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건네준 선물---능행스님
고구마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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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2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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