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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문회 주관 제40회 한자능력검정시험 4급 지도후기(指導後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올리는 글입니다.
지난 7월 26일에는 한국어문회 주관 제40회 전국한자능력검정시험 교육급수 시험이 있었었죠.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저의 아들이 이번 시험에서 4급에 지원했었는데 나름대로 지도후기(指導後記)를 올려볼까 합니다. 참고로 저는 제39회 시험에서 대망의 1급을 취득한 바 있습니다.
저의 아들은 일곱살 때인 2007년 7월에 실시한 제33회 한자능력검정시험 8급에 처음 응시한 이후 매회마다 연속 지원, 연속 합격하여 드디어 올해 7월에 교육급수 최고봉인 4급에 지원하게 된 것입니다. 횟수로 본다면 일곱 번째 시험이 되는 셈이지요. 제가 공인급수 2급과 1급에 도전하여 이를 차례로 취득했던 것도 아들에 대한 한자 지도가 계기가 된 것입니다.
저의 아들에 대한 한자 지도는 제가 쭉 맡아왔었는데 시험이 있을 때마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며 발표일 자정에 어문회 홈페이지에서 합격을 확인하는 맛이 쏠쏠하더군요. ^^ 나름 중독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이번 4급 시험의 난이도와 고사장 풍경에 대해 언급해볼까 합니다. 저의 아들이 4급 시험을 본 고사장은 서울 강서구에 소재한 서울경복여자정보산업고입니다. 그런데 이번 회는 응시자가 많이 줄어든 것 같았습니다. 지난 39회 때는 경복여상에서 시험을 본 교육급수 전체응시자가 960명 정도되었는데 이번 회는 680명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전회 대비 30%가 줄어든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전에는 그처럼 북적북적거리던 고사장 밖이 이번에는 다소 한적한 감이 들었습니다. 특히 비가 와서 더욱 그러했지요.
혹시 이명박 정부의 영어몰입교육 방침 등으로 한자시험 지원자가 줄어든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교육급수 지원자는 대부분 초중생이므로 학교 공부의 부담이 커지면 자연 한자급수시험에 대한 지원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클 듯합니다. 이러다 한자능력검정시험의 인기가 시들해지지는 않을지 우려되는군요.
그날 저녁에 4급 문제지를 어문회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서 봤는데 39회에 비해 많이 쉬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39회 4급 시험에는 약자를 정자로 쓰라는 문제가 3개나 나왔는데 이런 유형의 문제는 공인급수에서도 잘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자성어는 뜻풀이가 없이 출제되었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성어도 몇 있었습니다. 그래서 39회 4급 시험의 합격률이 평소보다 낮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전회 시험이 어려우면 다음회 시험을 쉽게 출제하는 모양인지 40회 4급 문제는 39회에 비하면 여러모로 평이했던 것 같습니다. 일반 한자쓰기 문제는 원래 20문항 배정인데 10문항이 출제되었고, 사자성어에는 뜻풀이가 곁들여졌고, 뜻풀이 문제도 訓만 알면 쉽게 쓸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채점 결과 저의 아들은 100점 만점에 무려 98점이 나왔습니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한자쓰기에 혹 실수가 있었을지도 모르므로 실제 점수도 98점일지는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의외로 높게 나왔더군요. 지금까지의 최고 점수는 5급 시험 때 받은 95점이었지요.
틀린 2문제는 모두 장음을 맞추는 문제였는데 나름대로 장음을 맞추는 요령을 가르쳤음에도 시간이 부족해서 대충 찍었다고 합니다. 이번 4급 시험의 장음 문제는 8개 중에서 3개를 맞추는 것이어서 찍기 확률이 다소 높음에도 불구하고 지지리도 운이 안 따라준 듯합니다. 맞춘 1문제는 확실히 아는 것이었거든요.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고 만점을 못받아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솔직히 시험 전에는 우수상을 받을 수 있는 80점만 넘겨도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였기 때문에 아들이 예상 밖의 높은 점수를 받아와서 아빠로서, 또한 지도한 사람으로서 매우 흐뭇하게 생각합니다. ^^
다음은 제가 아들에게 한자를 지도한 방식입니다. 교육급수를 준비하는 자녀를 두었거나 교육급수를 준비하시는 분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⑴ 기출문제를 풀어보게 하고 이를 학습하게 했습니다. 물론 기출문제는 최근의 것에만 한정하지 않고 가능한 과거의 모든 문제를 풀어보게 했습니다. 교육급수는 기출문제의 재출제율이 비교적 높습니다. 하위급수로 내려갈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기출문제를 확실히 익혀둘수록 더 많은 득점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문제를 다 풀면 바로 채점을 합니다. 단 자료실에 올려진 정답지는 간혹 틀린 것도 있으므로 주의 깊은 확인이 요망됩니다. 채점 후엔 당연히 틀린 문제를 공부시켰고요.
⑵ 기출문제나 문제집의 문제를 풀어보게 할 때는 실제 시험을 치르듯이 답안지에 작성하게 했습니다. 이것은 특히 저연령인 아이들에게는 실전에서의 실수를 줄이고 시험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답안지는 어문회의 양식과 똑같은 것을 수십장 복사해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시험은 하루 1-2회 보게 했고 시험을 1-2일 앞둔 날에는 틀린 문제를 총복습시켰습니다. 기출문제에서 몇 점 정도 맞추는지 알면 실전에서의 점수대와 합격 가능성 여부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⑶ 기출문제는 클리어 파일에 답안지와 함께 순서대로 끼워놓았습니다. 기출문제를 클리어 파일에 끼워서 사용하면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찾기도 쉽고 틀린 문제를 찾아서 학습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클리어 파일에 끼워놓지 않으면 보관과 정리에 애로점이 있습니다.
⑷ 기출문제를 유형별로 정리했습니다. 즉 한자쓰기, 반대어, 유의어, 사자성어 등으로 말입니다. 특히 제일 어려운 분야인 한자쓰기는 가나다순으로 출제횟수까지 표시하여 정리했습니다. 한자쓰기는 기출 문제만 확실히 익혀도 득점을 많이 높일 수 있습니다.
⑸ 아이가 저연령인 관계로 새로운 급수의 한자를 익힐 때는 한자카드를 많이 이용했습니다. 한자카드는 특히 저연령인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한자를 익히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올해 다섯 살인 저의 아들도 한자카드 덕분에 벌써 7급 배정 한자(총 150자)의 3분의 2 이상을 익혔습니다.
⑹ 독음과 훈음의 테스트는 책받침 등으로 답을 가리고 그것을 말해보게 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틀린 글자는 그 앞에 正자로 틀린 횟수까지 표시했습니다. 즉 한 번 틀리면  ̄, 세 번 틀리면 下 식으로 말입니다. 이것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잘 틀리는 한자를 확실히 익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⑺ 독음과 훈음을 익힐 때는 모양이 비슷한 한자를 함께 익히게 했습니다. 한자에는 모양이 비슷한 글자가 많기 때문에 이를 잘 숙지하지 못하면 많이 헷갈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구별하는 요령을 가르치는 것도 필요합니다.
예컨대 푸를 록(綠)과 인연 연(緣)의 경우 오른쪽 아래가 서로 다른데 '푸를 록'은 '물이 푸르다', '인연 연'은 豕(돼지 돈)자가 집 가(家)와 비슷한 점을 감안하여 '인연이 있으면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다'는 식으로 설명합니다. 배 선(船)과 배 항(航)도 혼동하기 쉬운 글자인데 배 항의 오른쪽 위가 한글 ㅎ자의 윗부분과 비슷하게 생긴 것을 감안하여 이 부분이 있으면 '항', 없으면 '선'이라고 외우게 합니다.
⑻ 독음과 훈음을 익힐 때는 막연하게 외우게 하지 않고 연상법으로 익히게 했습니다. 막연하게 외우면 어려운 한자일수록 쉽게 까먹게 됩니다. 그래서 연상법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매우 필요합니다. 예컨대 장막 장(帳)의 경우 장막은 천막을 뜻하며, 천막은 수건(巾) 등의 천으로 만든다는 것 따위로 말입니다. 저의 아들은 이것을 제대로 설명해 주기 전에는 베풀 장(張)과 장막 장(帳)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었지요.
⑼ 배정한자에 포함된 각 부수의 명칭과 그 의미를 익히는 것도 한자 학습에 큰 도움이 됩니다. 부수 가운데는 독립된 한자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독립적으로 글자를 이루지 못하는 것도 그 훈음을 익혀두면 부수 맞추기는 물론 한자의 훈음 익히기와 한자쓰기에도 도움이 됩니다.
예컨대 나아갈 진(進)자의 부수에 해당하는 글자는 '쉬엄쉬엄갈 착'자이고 그 오른쪽은 '새 추'자인데 '착'자는 동적인 글자에 많이 등장하고 새는 앞으로 날아가지 뒤로 날아가지는 못합니다. 이에 착안해서 '새처럼 앞으로 나아간다'고 해서 '나아갈 진'이라고 외우면 이 글자를 쉽게 읽고 쓸 수 있습니다.
한자는 그 속성상 부수의 의미만 이해해도 훈음을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守자나 富자의 부수가 무엇이냐고 물을 때도 '위의 것'이라고 대답하게 하지 않고 부수의 훈음 그대로 '집 면'이라고 대답하게 했습니다.
⑽ 한자쓰기는 한자의 모양을 모두 기억해야 하는데 복잡한 한자는 각 구성자의 명칭을 그대로 외워버리게 했습니다. 예컨대 예 구(舊)는 '초추구', 빛날 요(曜)는 '일우추', 부(富)자 '면일구전'라고 말입니다. 언뜻 보면 외우기 힘든 것 같지만 글자의 모양을 속으로 그리며 외우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⑾ 한자쓰기 공부를 할 때는 먼저 제시한 단어의 각 훈음을 먼저 말하게 했습니다. 예컨대 '열망'이라는 단어를 익힐 때는 먼저 '무슨 열? 무슨 망?'이냐고 물었습니다. 이것을 정확히 맞추면 이를 써보게 했고 엉뚱한 답을 하면 이를 바로 잡는 설명을 한 다음 써보게 했습니다.
어문회 시험 중 독음과 훈음 다음으로 비중이 높고, 맞추기는 어려운 분야가 한자쓰기인데 한자쓰기가 어려운 것은 한자를 정확히 쓰는 것 자체가 힘들거니와 동음의 여러 한자 중 정확한 글자를 고르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자쓰기를 할 때는 항상 해당 단어의 각 훈음을 먼저 숙지하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것이 크게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한자쓰기의 득점률이 급수가 올라갈수록 높아지다가 4급Ⅱ에서는 95%, 4급에서는 100%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⑿ 역시 중요한 것은 적절한 동기부여와 학습의욕 고취입니다. 한자는 어른도 어려워하는데 어린 학생은 더 말할나위가 없습니다. 그래서 학습에 흥미를 잃으면 한자공부 자체가 고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적절한 동기부여로 열심히 공부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상으로 부족하지만 저의 아들에 대한 한자 지도 후기를 써보았습니다. 그외에도 몇 더 있지만 대충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만 언급해 보았습니다. 부족하나마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4급 문제가 좀 쉬웠긴 하지만 예상 밖의 높은 점수를 받아온 아들 녀석에게 이번 주에 외식이라도 좀 시켜줘야 할 것 같습니다. ^^
다음 도전 급수는 드디어 국가공인급수에 입문하는 3급Ⅱ인데 오는 가을에 3급Ⅱ를 보게 할지는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3급Ⅱ는 4급보다 50문제 더 많은 150문제를 60분 내에 다 풀어야 하는데 아들 녀석은 워낙 글쓰는 속도가 느려서 100문제의 답안작성도 50분 내에 간신히 끝내는 처지인지라 과연 제 시간에 문제를 다 풀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경복여상에서 시험을 보던 아들의 모습입니다. 시험을 치르기 전에 찍은 것입니다. 위 사진은 39회 시험에서 4급Ⅱ를 볼 때, 아래 사진은 이번 40회에서 4급을 볼 때 찍은 것입니다. 40회 때의 사진은 폰카로 찍은 것인데 그날 카메라를 가지고 갔었지만, 아뿔싸! 메모리카드를 빼놓고 나갔더군요. 그래서 아쉽게도 화질이 딸리는 폰카 사진을…. 아래 두 사진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인물이 저의 아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첫댓글 와~ 어린 학생들이 열심히네요~^^
와~대단하십니다....^^*
똘망똘망한 아이의 모습에서 한자에 대한 열망과 부모님의 사랑스런 정성이 어려있군요.. 저희 아들 녀석은 한자공부에 전혀 취미를 못 보여서 아직도 로보트가지고 놀게 하고 있습니다. 좋은 방법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들 축하해 잘 자라주어서 고마워요
정말 대단하네요.. 울 아이는 한자학원에만 보내고 집에서는 지도를 안하는데. . 지도후기 읽고 깊이 반성했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손주녀석을 요렇게 가르쳐봐야겠네유~~~
대단하시군요. 10번의 방법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일 뿐 아니라, 의외로 부작용이 없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이쿠! 이리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 또 감사!! ^^
와~ 잘 읽었습니다 대단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