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은 아름다워(467) - 2016 해파랑길 770 걷기축제 이음단 기행록(1)
1. 부산에 집결, 2016 해파랑길 개통기념 컨퍼런스 참석
2016년 5월 6일(금) 오전 7시 반, 2016 해파랑길 770 걷기축제 이음단 일행을 태운 버스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출발하여 부산으로 향하였다. 버스에는 해파랑길 걷기축제 이음단원과 다음날 부산에서 열리는 해파랑길 개통행사에 참가하는 한국체육진흥회원 등 40여명이 탑승하였다. 5일부터 시작되는 4일간의 연휴기간으로 고속도로가 붐빈다. 금강휴게소와 청도새마을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한 일행은 오후 2시 넘어 부산 해운대의 부산관광공사 아르피나호텔에 도착하였다.
오후 2시 반, 아르피나 그랜드볼륨에서 2016 해파랑길 개통기념 컨퍼런스가 시작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한국의 길과 문화’가 주관한 컨퍼런스의 주제는 ‘대한민국 장거리 트레일의 현재와 미래’다. 길을 만든 사람, 걷는 사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즐겁게 걷는 문화를 조명하고 확산시키기 위한 행사에 200여명의 걷기전문가와 동호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아르피나 그랜드볼륨에서 열린 2016 해파랑길 개통기념 컨퍼런스
사회자가 참가자들을 소개하는 순서를 통하여 단편적으로 알았던 한국의 걷기코스와 거리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유익하다. 널리 알려진 제주 올레길이 26코스에 465km, 지리산 둘레길이 22개 코스에 295km인 것을 비롯하여 부산 갈맷길 20구간 263km, 군산구분길 11개코스 180km, 대구올레길 14코스 100km, 원주 걷기 좋은 길 25코스 250km, 강릉 바우길 26코스 390km, 진안 고원길 14코스 270km 등 전국에 286코스 3941km의 아름다운 걷기코스들이 있는 것을 새로 알게 되었다.
걷기동호인들의 모임과 활동도 다양하고 활발하다. 금수강산 길 따라 걷기,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 유유자적, 산들산들 산들 걷기 등의 걷기동호인 모임 72,000여명의 회원이 연 2,000회 이상 걷기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한국의 길과 문화 등 민간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이 걷기문화 확산에 꾸준히 노력한 흔적도 살필 수 있다.
컨퍼런스에서는 국내걷기여행길의 현재와 미래 및 걷기운영사례, 해외걷기의 묘미와 성공사례, 새로 개통되는 해파랑길의 설치과정 등이 논의되었다. 이를 통하여 한국의 걷기에 대한 관심과 운동이 2007년을 기점으로 제주올레, 지리산 둘레 길 설치가 민간주도로 추진되었고 이것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10년 사이에 18,000여km의 걷는 길이 만들어졌음을 살필 수 있다.(영국, 일본 등에서 40년 걸린 기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일본의 구마노고도 등 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걷기명소들의 실상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음도 유익하였다. 국내외에 널리 홍보하기 위한 해파랑길 개통에 앞서 걷기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고 해파랑길의 조성과정을 상세히 알게 딘 것도 큰 수확이고.
네 시간여 진행된 컨퍼런스를 마치고 아르피나호텔 1층 식당에서 이음단원의 공식출범식을 가졌다. 지난 1일, 오리엔테이션과 남산둘레길 걷기행사를 통하여 한 달 동안 770km를 걷는 대장정에 임하는 준비를 한 임원과 대원들의 각오와 자세가 사뭇 진지하고 엄숙하다. 행사를 총괄하는 체육진흥회의 선상규 회장과 집행부의 노고가 컸고 배준태 단장을 비롯한 이음단 지도부의 운영방향이 치밀하여 마음이 놓인다. 나름의 목표와 의미를 지니고 참여하는 대원들의 열성과 사기도 드높고. 행사계획서와 장비지급 등 모든 준비는 끝났으니 이제 힘을 합하여 한 마음으로 열심히 걷자. 생각의 성울 허물고 새로운 만남을 향하여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2016 해파랑길 770 걷기축제 이음단’ 파이팅!
아르피나호텔 1층 식당에서 가진 해파랑길 770 이음단의 공식출범식
2. 해파랑길 개통, 축제무드로 부산구간을 걷다(오륙도해맞이공원 – 송정해면 24,5km)
5월 7일(토), 오전 7시에 숙소(부산 남구 용호동 버킹엄 모텔) 인근의 식당(옛골돼지국밥)에서 아침을 들고 8시 반에 해파랑길 개통행사장인 오륙도해맞이공원으로 향하였다. 부산을 수십 차례 방문하였어도 오륙도를 찾기는 처음, 버스에서 내려 오륙도를 가까이서 살필 수 있는 스카이워크를 돌아보고 주변의 사진도 찍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해맞이공원에 해파랑길의 의미를 정리한 글이 새겨져 있다.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고. 정부가 국민공모를 통해 선정한 것이란다.
오륙도해맞이공원에서 기념촬영 한 해파랑길 이음단원들
행사장은 많은 시민과 동호인들이 한데 어울려 흥겨운 축제분위기, 식전 공연에 이어 10시부터 부산시장의 인사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축사, 개통과 동시에 해파랑길 770m 걷기에 나서는 ‘2016 해파랑길 770 이음단’에게 깃발을 수여하는 등의 내용으로 개통행사가 진행되었다. 10시 반, 이음단을 선두로 걷기동호인들이 일제히 오륙도해맞이공원을 출발하여 가파르고 좁은 고갯길로 향한다.
오르막과 내라막의 숲길을 따라 동생말을 거쳐 광안리해변으로 이어지는 해파랑 1코스는 천혜의 명승, 맑은 날씨에 바람도 산들 불어 더욱 쾌적한 코스로 바람에 실려오는 바다 냄새가 향긋하고 해녀들의 막사와 해안의 낚시바위도 일품이다. 두 시간여 해안 길을 걸어 광안리에 이르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금강산도 식후경, 광안해변로의 고마대구탕 식당에서 드는 생태 국이 시원하다.
경관이 아름다운 부산바닷길을 걷는 이들
개통행사를 치르느라 늦게 출발하여 오전에 걸은 거리는 8km, 16km 남은 오후 걷기가 짱짱하다. 2시에 광안리를 출발하여 동백섬에 이르니 3시가 지났다. 걷는 구간의 광안리 요트경기장에서는 5일부터 8일까지 국제요트경기가 펼쳐지고 영화의 거리로 지정된 해안에는 해운대, 태극기 휘날리며 등 천만관객을 돌파한 영화의 장면들이 바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동백섬 입구에서 아이스크림으로 땀을 식힌 후 전날 서울에서 응원 차 함께 내려온 체육진흥회원 15명과 이곳에서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동백섬을 돌아 해운대에 이르니 오후 4시, 넓은 해수욕장에서는 제1회 청소년 축제가 열리는 등 해수욕장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이곳에서 잠시 쉰 후 백사장을 따라 미포를 거쳐 달맞이고개로 향하였다. 큰길에서 오솔길로 접어드니 구덕포에 이르는 4km 정도의 숲길이 생각보다 가파르고 힘들다. 아름다운 해안경관이 피로를 씻어줌인가, 초반의 난코스를 즐거운 기분으로 걷는 일행들이 보기 좋다.
목적지인 송정해변에 도착하니 오후 6시 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숙소에 여장을 푼 후 해수욕장 주변의 식당으로 향하였다. 저녁 메뉴는 갈치조림, 이에 덧붙여 부산에서의 해파랑길 개통행사를 주관한 부산관광공사에서 이음단의 노고를 치하하는 뜻을 담아 싱싱한 생선회를 가지고 와 알차고 풍성한 식탁이 되었다.
식사 중 김태형 사무총장이 말한다. 걷는 동안 생일이 있는 일행에게는 케이크로 축하하겠다고. 김월호 이사가 어떻게 알았는지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받는다. 생일 케이크 없어도 의미 있는 행사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니 생일축하노래를 함께 부른다. 해파랑길 걷기축제로 시작된 이음단의 첫날 걷기는 이처럼 자연스런 축하무드로 끝맺음, 내내 그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좋으리라.
* 6년 전(2010년 4월 10일 ~ 24일) 서울에서 고향(전라북도 고창)까지 6.25 때 피란 갔던 길을 가족들과 함께 걸으며 ‘통일과 번영’을 염원하였다. 해파랑길 걷기에 참여하며 나름으로 의미를 부여하였다. ‘행복과 평화를 향한 발걸음’으로. 우리의 발걸음이 그렇게 되기를 염원하며 걸으리라.
3. 송정해안에 대변항 거쳐 임랑해변으로(송정해변 – 임랑해변 30.3km)
5월 8일(일), 새벽에 일어나 이음단 카톡방에 들어가니 명단심 씨가 올린 글이 눈길을 끈다. 루쉰의 글, ‘내가 먼저 걸어가면 길이 된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것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이나 마찬가지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란 게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해파랑길 개통 후 처음 그 길을 이어 걷는 우리에게 적합한 내용을 소개하여 감사하다.
7시에 전날 저녁식사를 하였던 숙소 인근의 식당(월깍두기)에서 미역국백반으로 아침을 들었다. 어버이날이라고 특별 주문한 메뉴, 식사 후 70대의 노장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준다. 여러 가지로 신경 써준 집행부가 고맙다.
오전 8시, 식당 앞 해안에서 스트레칭을 한 후 둘째 날 해파랑길 걷기에 나섰다. 맑은 날씨에 선선한 기온, 발걸음이 가볍다. 해안을 따라 한 시간 여 걸으니 해동용궁사에 이른다. 휴일이라 찾는 이들이 많다. 어버이날이라고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들도 더러 눈에 띤다. 단체로 사진 찍고 잠시 쉬는 동안 경내에 붙은 춘원 이광수의 글에서 영감을 얻는다. ‘바다도 좋다 하고 靑山도 좋다거늘 바다와 靑山이 한곳에 뫼단말가 하물며 淸風明月 있으니 여기곳 仙境인가 하노라’
해동용궁사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이음단원들
오늘 걷는 해파랑길은 춘원이 읊은 선경(仙境)에 버금가는 지역, 그곳을 지나는 우리도 신선놀음하겠거늘 자나는 주변은 선경에서 현대화의 물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동용궁사에서 대변항에 이르는 해안에 거대한 리조트건설공사가 한창이고 2년 전에 걸었던 한적한 해변도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 자연을 훼손하며 들어서는 현대식 건물들을 마냥 좋아할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역과 다시마, 멸치 등이 풍성한 대변항을 지나 오르는 고갯길이 제법 길다. 고개 아래 마을로 내려오니 11시 조금 넘어 안동국시로 널리 알려진 식당에 이른다. 이곳이 점심장소, 잠시 기다렸다 먹는 국시 맛이 깔끔하다. 앞에 앉은 김성운 이사에게 국시는 밀가리로, 국수는 밀가루로 만든다고 하니 한참 만에 그 뜻을 깨치며 크게 웃는다. 국수가 끝날 즈음 김월호 이사가 멸치 회를 사가지고 등장, 땀 흘려 걷느라 촐촐한지 공기 밥을 추가하여 맛있게 먹는다. 취업난이 심한 때 쉽게 구한 일자리는 자판기에서 커피 뽑아 대령하는 일, 아침에 이어 점심시간까지 일하느라 바쁘다. 때가 되면 그 일도 못할 터,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복무하자.
12시 반에 오후 걷기에 나섰다. 30여분 걸으니 죽성리, 테마 영화의 세트장인 성당 뜰에서 사진을 찍고 걷기에 나서니 GPS가 전에 걷지 않았던 산길(표고 200미터 넘는 대봉산)로 안내한다. 예기치 않은 등산코스에 들어선 셈, 30여분 힘겹게 오르느라 일행 모두 지친 표정이다. 내리막도 쉽지 않은 길, 마니아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아마추어들이 즐기며 걷는 해파랑길로는 난코스로 여겨진다. 일행 중 한 분은 이 길 걸은 후 발목 근육에 무리가 와 후미로 밀려 간신히 목적지에 이르기도.
열심히 걸은 후 마지막 휴식을 즐기는 이음단원들
오후 2시 반에 기장군청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세 시간 넘게 일광, 이동, 부광 해안을 거쳐 임랑 해변의 숙소(얀캬라반팬션)에 이르니 오후 6시로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걸은 거리는 30.3km로 이정표보다 3km 늘어났다. 스트레칭 후 여장을 풀고 인근의 식당(콩나물해장국)에서 저녁을 들고 오니 8시가 가깝다. 전날에 이어 빡빡한 일정, 샤워와 세탁 등 할 일이 남아 있다. 글 쓰거나 영상 편집 등 다른 작업이 추가되면 더 빠듯한 일과, 무리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틀간 ‘최고의 길, 해파랑길! 힘차게 걷자, 걷자, 걷자’고 외치며 열심히 걸은 이음단원 여러분, 푹 쉬고 내일도 힘차게 걸읍시다.
첫댓글 나는 생각했다.
에 286코스 3941km의 아름다운 걷기코스들이 있다는 것을 새로이 알게 되었습니다.
여 동안 해파랑길 770km를 걸으신다니...그 기백과 용기가 부럽기만 합니다.



희망이란 것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이나 마찬가지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란 게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
^^'2016 해파랑길 770 걷기축제 이음단'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명언이라는데 완죤 공감합니다.
교수님 덕분에
한
오늘같은 열정과 기세로는 보름 안팍에 걷기일정을 모두 소화하실 수 있으실듯요^^
끝까지 힘내십시요,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