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릿대
포크록 싱어송라이터 강산에는 1994년 ‘넌 할 수 있어’라는 노래를 발표, 데뷔곡 ‘라구요’에 이어 또다시 큰 인기를 얻습니다. 무엇보다 가사에 힘이 있었지요. ‘…세상이 너를 무릎 꿇게 하여도/당당히 네 꿈을 펼쳐 보여 줘/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할 수가 있어/그게 바로 너야…’로 이어지는 노랫말은 힘들고 지친 영혼을 위로하며 도전 정신을 심어줬습니다. 이 노래가 요즘 다시 화제입니다. ‘할 수 있어’라는 노래 제목을 ‘You can do it’이 아닌 ‘Hal su it seo’로 번역하면서 ‘멤버 유지’를 ‘member Yuji’로 옮긴 김건희 여사의 논문을 저격한 것이지요. 석사, 박사 과정의 학생들에게 영어 때문에 좌절하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습니다. 재밌다고요? 그냥 웃지요.
‘할 수 있어’를 ‘Hal su it seo’로 번역할 수 없듯 식물계에서도 종종 유사 종을 구별하지 않고 엉뚱한 이름으로 지칭, 곤혹스러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쑥부쟁이와 벌개미취 구분이 어렵고, 돌쩌귀와 진범도 헷갈리기 쉽습니다. 야생버섯으로는 밀버섯과 삿갓외대버섯, 느타리와 화경버섯의 형태가 비슷해 대형 사고로 이어지곤 하지요. 8∼9월에 우산을 펼치듯 피어나는 구릿대 또한 비슷한 식물 때문에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됩니다. 야생에서 구릿대와 개당귀, 궁궁이(천궁)를 식별하는 건 간단치 않습니다. 꽃, 줄기, 잎을 세심하게 관찰해야 구분할 수 있습니다.
8월 말, 9월 초의 산과 들녘은 구릿대 세상입니다. 대나무처럼 훌쩍 자라 꽃 우산을 펼치는 이 식물은 어린잎과 줄기는 나물로 먹고, 가을에 채취한 뿌리는 백지(白芷), 두약(杜若), 향백지(香白芷)라 하여 약재로 씁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두통을 진정시킨다. 어혈을 풀고 새 피를 만든다. 옴, 버짐 등 피부병을 낫게 하고 새살을 돋게 한다”고 했습니다. 국내 연구진도 최근 구릿대 추출물이 여드름균에 대한 항균과 피부 염증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지’를 ‘retention’ 등으로 번역하지 않고‘Yuji’로 표현한 이유는 뭘까요? 안타까운 건 당사자가 이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 산야초를 공부할 때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은 대상 식물에 대한 정확한 실체 파악입니다. 그 뒤에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요. 긴가민가, 어정쩡한 태도는 자칫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를 배우더라도 제대로 익히고 표현해야 합니다.
강병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