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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이다'’라는 말은, '물건을 잘 매만져 윤기가 나게 하다' 또는 '짐승 따위에게 버릇이 되게 하다'라는 뜻으로 쓰여집니다. 심리학에서 조건반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학자는 '파블로프' (I.P.Pavlov)입니다. 조건반사라는 말은 생후에 습득하는 행동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을 울립니다. 얼마 후에는 음식을 주지 않고 종만 쳐도 개는 침을 흘리며 위액을 분비하게 됩니다. 종소리에 개는 길들여진 것입니다.
농부들이 소를 이용해 농사를 지을 때 소에게 매여진 고삐를 치면서 "이랴∼ 이랴∼ "하면서 앞으로 가도록 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다음부터는 주인이 고삐를 치기만 하여도 소는 조건반사적으로 앞으로 가게 됩니다. 소를 멈추게 할 때는 고삐를 당기면서 "워 워∼"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소의 고삐를 당기기만 해도 소는 조건반사적으로 멈추어 서게 됩니다.
이처럼 짐승들의 행동습관은 길들이기에 따라 바꿀수 있습니다. 그러면 '길들이다'라는 말이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습니까?
조선 현종 때의 대신으로 이조판서와 우의정까지 지낸 정원용(1783∼1873) 은 어려서부터 남다른 재능과 슬기가 있었습니다. 그는 매우 가난하였으나 그의 재능과 슬기로움을 탐낸 한 부잣집에서 그를 사위로 맞아들이려 하였습니다. 정원용은 그 청혼을 받아들여 어린 나이에 약혼을 하고 혼인날을 잡았습니다. 정원용은 설레며 혼인날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런 그에게 걱정되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신부가 아름답고 총명하여 나무랄 데가 없는데, 지나치게 기가 세고 성질이 매우 사납고 독선적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정원용은 이런 소문을 듣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부잣집 딸이 가난한 집에 시집오면 가난한 시댁을 얕잡아 보기 쉬운데 하물며 성격이 그리하다면 이건 살아볼 것도 없이 큰일 낼 여자임에 틀림없었으므로 그의 고민은 며칠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슬기로운 정원용은 몇 날 동안 마음과 힘을 다해 궁리하던 끝에 신부를 길들일 기상천외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한 날에 혼인예식을 성대하게 마쳤습니다. 첫날밤 신방에 들자마자 정원용은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잔뜩 취한 채 코를 골며 잠에 빠졌습니다.
초저녁부터 그것도 신방에 들자마자 술에 만취하여 골아 떨어진 새신랑을 내려다 보고 있던 신부는 분통이 부글부글 치밀어 올랐습니다. 꿈 같은 첫날밤 신부의 족두리도 벗겨 주지 않고 잠에 골아 떨어진 신랑의 얼굴을 내려다 보니 천년 묵은 원수같이 미워서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신부는 일어났다가 앉았다가 방 안을 이리 저리 서성이면서 자기 마음을 다스릴 수 없어 무척 화가 났습니다.
신랑의 옆구리를 죽은 쥐 차듯 차버리려고 몇 번이나 발이 올라 갔으나 그래도 명색이 새신부인데 하는 생각 하나로 겨우 참아 내고 있엇습니다.성질대로 하지 못하여 씩씩거리다가 신부는 새벽녘에야 제풀에 지친 나머지 잠이 들었습니다.
초저녁부터 잠에 골아 떨어졌던 정원용은 신부가 깊은 잠에 빠지자 부스스 일어났습니다. 혼자 화를 풀지 못하여 안달복달 콩 튀듯 팥 튀듯하던 신부의 모습을 그는 자는 척 하면서 모두 지켜보았습니다. 과연 소문대로 신부의 성격이 포악하다는 것을 정원용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한 셈이었습니다.
잠든 신부를 내려다 보니 아름답기가 백조같았습니다. 조금전까지 방방 뛰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습니다.
정원용은 자기가 세웠던 계획을 실천에 옮기려 하니 신부가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더 심사숙고 (深思熟考) 해보니, 이대로 두면 필시 자신은 일평생 남편 구실도, 가장 구실도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신부를 길들이기 위하여 연구해 놓은 것을 실행에 옮기기로 하였습니다.
정원용은 마음속으로 '미안하오 하지만 우리가 무사히 백년해로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는 것 같소. 용서하시오'라고 하면서 화장실에서 받아 온 자기 대변을 자고 있는 신부의 속옷에 교묘하게 잔뜩 발랐습니다. 누가 보아도 새신부가 실수한 것으로 여길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날이 밝자 잠에서 깨어난 신부는 어디선가 지독한 냄새가 나고 있음을 알고 얼굴이 일그러졌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일순간 '아차!' 싶은 느낌이 등골이 오싹하도록 덮쳐 왔습니다. 그 냄새의 출처가 바로 자기 몸에서 나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신부는 화들짝 자기 속옷을 들춰보았습니다. '어머나!' 질겁을 하고 말았습니다. 똥이 묻어도 보통 묻은 게 아니었습니다. 속옷뿐만 아니라 신방의 뽀얀 햇솜 이부자리까지 온통 누렇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첫날밤 새색시가 똥을 싸다니, 이 무슨 만고불후(萬古不朽) 할 부끄러움이요 기막힌 일이란 말인가! 이를 어쩌지? 밤새도록 내성질에 씩씩거리다가 늦게서야 잠든 나머지 긴장이 풀어지면서 실수를 하고 말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은 감쪽같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뒷수습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다급한 생각을 하는 순간 신랑이 부스스 일어나면서, "무슨 일이오?"하고 물었습니다. 신부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할 말을 잃고 있는데 신랑은 짐짓 놀라는 듯, "아니 이게 뭐요? 당신 이불에다가 똥을 쌌구만요, 어하! 이 무슨 변이람?"하고 말했습니다.
망아지같이 천방지축이던 신부였지만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갈 사람처럼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구고 흐느껴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정원용은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들었으나 점잖게 시침을 뚝 떼고는, "너무 부끄러워 마시오. 혼례를 올리느라 너무 긴장했던 탓일 게요."하면서 신부의 어깨를 다독거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계집종을 불러 똥을 아무도 모르게 치우도록 일었습니다. 그가 여종을 불러 치우게 한 것은 아랫사람들에게도 못된 성깔을 부리지 못하도록 하려는 계산된 생각에서였습니다.
신부는 신랑을 그 날부터 하늘처럼 우러러 보았습니다. 백발이 될 때까지 고분고분하기가 수양버들같았습니다. 정원용 대감 부부는 평생토록 싸움 한 번 하는 일 없이 화목한 부부생활을 유지하면서 자녀를 낳았습니다. 또한 그의 벼슬길도 순조로워 마침내 정승의 자리에까지 올랐습니다.
나이가 팔순에 이른 어느 날 저녁 무렵 백발이 된 아내와 함께 정원용 대감은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저녁 노을빛에 얼굴이 발그레져 있는 아내를 바라보는 정원용 대감은 함께 늙어 오면서 잘 내조해 준 아내가 사랑스럽고 고맙다는 생각이 뭉클하게 들었습니다.
정원용 대감은 깊은 정감에 젖은 마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여보 부인! 그 동안 내가 정승 자리까지 오른 것은 모두 부인의 내조 덕분이오."
"아닙니다. 이 모두가 대감께서 못난 저를 잘 감싸 주신 덕택이니 제가 대감께 오히려 감사하다고 해야지요."
"허 허 허! 아무튼 좋소. 이제 자손도 번창했으며 나의 입신양명(立身揚名)도 이루어졌으니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소. 하지만 내 평생에 단 한 가지 당신을 속인 일이 마음에 늘 걸렸다오."
"저를 속이셨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정원용은 첫날밤 신방의 일이 마음에 늘 걸리던 차에 이 나이에 고백한들 어떠랴 싶어 아내에게 그대로 털어놓았습니다. 남편의 말을 다 듣고 난 부인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습니다.
"아이고 분해라! 그것도 모르고 평생토록 하인들에게조차 할말도 못하고 살았으니..., 아이고 원통하고 분해라 아이고 원통하고 분해라."하고 분해서 땅을 치며 울부짖더니 정원용이 피할 사이도 없이 그에게 달려들어 길게 기른 수염을 힘껏 잡아 뽑아 버렸습니다. 정원용의 잘 기른 수염 한 웅큼이 뽑혀 나갔습니다.
수십 년을 참아 온 못된 성질이 봇물 터진 듯 일순간에 터져 버린 것입니다. 그 옛날 신방에서 혼이 난 것은 신부였으나, 늘그막에 혼이 난 것은 팔순이다 된 정원용 대감이었습니다.
이튿날이었습니다. 수염이 소가 뜯어 먹은 보리밭처럼 엉망이 되었으나 입궐하지 않을 수 없어 얼굴을 감싸 쥐고 입궐하였습니다. 임금이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이상히 여겨 하문(下問)하였습니다.
"경의 얼굴이 왜 그렇게 되었소?" 정원용은 너무나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자초지종을 아뢰었습니다. 그의 말을 다 듣고 난 임금은 껄껄 웃으면서 "그렇다면 대감의 그 수염은 참으로 비싼 값에 팔았소이다. 한 가정의 평화라는 것이 그만큼 소중한 것이 아니겠소?"라고 말했습니다.
정원용은 아내에게 지울 수 없는 약점을 만들어 길들여 보고자 하였으나 결국은 고칠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죄를 그 아들 독생자의 보배로운 피로 덮어 주시고 용서해 주심으로 우리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에 감복하여 우리의 선하지 못한 악한 마음과 습관을 고치도록 해 주셨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신분의 변화까지 선언하셨습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아멘 (고후 5:17)
쇠는 뜨거운 용광로에서 녹아지고 사람은 십자가 사랑에 녹아집니다. 십자가의 능력으로 부활의 권능으로 새 창조가 이루어집니다.
하나님의 손길은 계속됩니다. 하나님 앞에 서는 그 날까지 거룩한 백성이 되도록 성령님께서 살 속 깊이 간섭하시고 격려하여 주시므로 우리를 인도하심으로 성화시켜 나가십니다.
우리들의 살 속 깊이 뼛속 깊이 파고들어 있는 죄성을 짜내고 씻어 내어 하나님의 거룩에 동참하도록 우리를 길들여 가시는 여호와 하나님께 찬양을 드립시다.
마지막으로, 고전15:9.10 말씀으로 우리의 변화가 나의 노력과 나의 훈련으로 된 것이 아니라 주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하였으면 합니다.
"나는 사도 중에 가장 작은 자라 나는 하나님의 교회를 박해하였으므로 사도라 칭함 받기를 감당하지 못할 자니라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