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 여자기사 조혜연 9단이 <조혜연의 창작사활(Hye Yeon’s CREATIVE LIFE&DEATH)> 3, 4, 5권을 냈다. 2009년 봄과 겨울에 낸 1, 2권의 후속편이다.
<조혜연의 창작사활>은 해설이 한영대역이고, 고급 수준의 수읽기를 경험하고자 하는 애기가를 대상으로 한다. 난이도는 세 개로 나뉜다. 별하나는 (★)는 5~6단, 별두개는 아마7단, 별세개는 ‘프로 수준’이다. 앞서 1권은 초단~아마7단까지를 대상으로 했고 2권에서 난이도를 약간 증가시켰는데 이번에 수준을 더 높였다. 수순을 세밀하게 나누어 놓아 문제당 참고도가 많은 편이지만 눈으로 따라가기에 용이하다.
책을 펴면 조 9단이 어릴 적 쓴 바둑에 관한 동시가 먼저 독자를 맞이한다. 원고지 위에 어린이의 필체가 고스란히 담겼다. 출제도에는 문제 소개 대신 에세이를 넣는 독특한 구성을 취했다. 출제도만 순서대로 읽어나가면 3, 4, 5권 전체가 하나의 에세이로 연결된다.
조 9단은 “창작사활이므로 문제풀이집 성격을 띤다. 그 때문에 딱딱하다는 선입견을 갖는 분이 있을 것이다. 인문학적 상상을 곁들인다면 독자가 에세이를 읽어나가면서 책과 친해지게 될 것이란 점에 착안했다. 한마디로 문제 푸는 재미를 더하고자 한 것”이라고 구성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에세이에는 조 9단이 존경하는 프로기사 문용직 5단과 천재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등장한다. 바둑과 음악, 서로 다른 두 분야 거장들의 고뇌와 정신세계가 오버랩되고 여기에 조 9단 자신이 투영되는 내용이다.
▶ 조혜연 9단.
한편 출판사명이 독특해 눈길을 끈다. ‘창작사활 출판사’다. 책 이름이 출판사명과 같아 신기하다. 연유를 알아보니 조 9단은 이번 책들을 가족출판사를 통해 출간했다고 알려 준다.
“1, 2권을 출간한 출판사 오로미디어가 문을 닫아 더는 책을 찍기 어렵게 됐었다. 원고를 완성하고 나서 7개의 출판사와 접촉해 보았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문제 수준이 높아 독자층이 한정돼 있다며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자비 출판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을 거란 이야기도 들었다. 고급 양장본으로 하겠다면 내주겠다는 곳이 있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질적으로도 우수하고 누구나 살 수 있는 가격으로 공급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민을 하다 어머니께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렸다. 어머니께서는 서둘러 독학으로 출판에 관한 지식을 익혀 출판사를 차리고 쇼핑몰(http://hylifeproblems.com/)도 만들어 주셨다. ‘딸의 창작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념집을 내주는 마음으로 한 것’이라고 하셨다. 어려운 결단을 해준 어머니께 다시 한 번 감사한다.”
조 9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혜연의 창작사활(Hye Yeon’s CREATIVE LIFE&DEATH)> 시리즈를 계속 집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혜연의 창작사활(Hye Yeon’s CREATIVE LIFE&DEATH)> 3, 4, 5권 조혜연 9단 지음/ 각 권 12.000원
▲ 조혜연 9단의 어머니 황연숙 씨가 연 <창작사활 출판사 쇼핑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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