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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암
 
 
 
카페 게시글
나도 사진 작가 스크랩 제주 올레 8코스
하늘바다 추천 0 조회 108 10.10.06 00:13 댓글 7
게시글 본문내용

 

 

제주 올레 8코스

- 대평포구에서 월평포구(17.6Km) -

 

 

 

8월 12일 오후 12시 50분 대평포구에 도착했다. 지난번 9코스를 시작한 곳이다.

대평포구를 품고 있는 '군산'이 안개에 가려 더더욱 신비롭다.

전전날에 걸려온 전화 한 통, 제주에서 본당 사도직을 수행하시는 두 분 수녀님께서 올레를 함께 걷고 싶다고 하신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공손히 인사드리고...

수녀님들의 본당 일 때문에 평소에 출발하던 시간보다 많이 늦었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해녀식당'에서 한치물회를 먹는 느긋함까지 누렸다.

 

 

대평포구, 오후의 햇살이 머리 한가운데 있다.

8월 무더위, 안개 덕에 햇빛은 위세를 꺽었지만 습기는 뺨을 만나 물줄기가 된다.

오후 1시 42분 출발이다.

오늘은 8코스를 거꾸로 걷는다.

 

 

두 분 수녀님의 발걸음이 경쾌하다.

하예포구다.

출발 시간이 늦어진 것에 대해.

불청객이 끼여든 것에 대해 말씀하신다.

 

"아닙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인가 봅니다."

 

 

 안개없는 바다라면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일텐데,

안개없는 바다라면 푸른바다의 위용을 볼 수 있을텐데

안개로 자욱한 오늘 바다는 부드럽다.

안개로 자욱한 오늘 바다는 여인네 품같다.

 

 

 등대는 어떤 모습으로 서 있거나

낭만이 되고 그림이 된다.

하얀 등대가 혼자 바다와 하늘을 마주하기 때문일까?

등대가 외롭게 보이기 때문일까?

 

 

고요한 바다의 넉넉함도 좋지만

거세게 다가와 세상과 부딪치는 바다 또한 매력적이다.

우루룽쿵쿵 하늘의 소리를 닮은 바다의 소리는 온 가슴을 울린다.

 

 

 부서지는 파도의 하얀 분말이 각양각색의 말을 한다.

사람들의 몸짓 하나,

사람들의 표정 하나가 닮고 있는 언어를 이해하려 하기 보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가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세상에 길들여져 파도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한다.

일렁이는 호수에게 말을 걸어 고요케 하셨던 예수님은 파도가 전하는 말을 듣고 계시겠지!

 

 

 갯깍을 향하여 우리는 간다.

"갯깍길은 임시로 폐쇄합니다. 우회하십시오."

표지판은 그렇게 말을 전하지만 파도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한 것처럼..

"그래도 가 봅시다. 갈 수 있는 곳까지 가 봅시다."

수녀님들의 발걸음에 힘이 실린다.

 

 

 8코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던 해병대길,

해녀들만 다니던 거친 길을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평평하게 고른 해병대길

그 길을 두고 돌아갈 수 없었기에 둘러가라는데도 굳이 이 길을 걷고 있다.

저어기 저기가 해병대길일까?

 

 

 갯깍, 저 뒤편은 어떤 모습일까?

저 아래를 돌아가면 무엇을 만날까?

갈 수 없다는 말에 호기심은 더하여지고

갈까 말까를 수없이 되풀이 한다.

미운 일곱살, 수녀님들과 난 미운 일곱살이 된다.

 

 

아~ 이 길이, 이 돌길이 해병대길이구나.

참으로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조화롭게 평안하게 모여들 있다.

 

 

울퉁불퉁 생긴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비워주고 비켜주고 내가 들고 네가 들고...

예쁜 마음이 한마당이다.

 

 

 아쉬워서 아쉬워서...

 

 

 가다가 멈추다가 가다가 다시 돌아서고...

 

 

미운 일곱살, 우리는 홍역을 앓는다.

 

 

천주교 신부 한 명과 수녀 두 명이 가지말라고 가지말라고 당부했던 그 길을 가다

갑자기 떨어지는 돌에 비명횡사 했다는 속보를 남겨서야 라는 공인 정신에

안개 속에, 파도 속에, 자갈 속에

아쉬움을 깊게 깊게 파묻었다.

 

이제 어쩌나~~~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자니 까마득하고...

 

용감한 수녀님 트럭주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트럭 짐칸이라도 좋으니... 저희들..."

 

 

 

산길, 좁은 길,  꼬부랑 길을  넘었다.

이 발은 제 발이구요...

 

 

 제 발 곁의 발은 용감한 수녀님 발입니다.

또 다른 트럭 한 대는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기사님이 운전하시네요!

두 분 수녀님이 저를 가운데 두고 예쁘게 ???

 

 

 아저씨 고맙습니다.

중문단지에 트럭은 서고 우리는 내렸다.

 

 

 

 중문해수욕장, 시원한 비키니 아가씨들은 어디쯤 있을까?

수녀님들께 내 마음 들킬까 조심조심 깜쪽같이...

이런 된장, 날씨 탓이다.

사진을 보십시오. 제가 실망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태풍이 몰아쳐 해안은, 백사장은 온통 파도에 밀려온 해초 천지다.

중장비와 덤프트럭이 동원되어 해변을 치우지만... 언제 다 치울까?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욕심처럼 치울 수나 있을까?

 

 

 보는 것만으로도 아프다.

매일 하루 24시간을 함께 했는데 바람은 그를 두동강내었다.

 

아프다, 참 아프다!

 

 

 우리들 입에서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서로 흥을 돋웁니다.

 

"에헤야 가다 못가면

데헤야 쉬었다 가지

호박같이 둥근 세상 둥글둥글 삽시다."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8코스를 걷는 동안 우리에게서 이 흥겨움은 떠나지 않았다.

 

 

 

"배릿내"

냇물이 바다를 만나는 곳

 

손을 잡으면 좋은 곳,

수녀님들 손잡고 건너기는 그렇고...

또 발동하는 부드러운 손... 우리 엄마 손!

 

 

시에스호텔 오르는 길

온갖 풀로 장식을 한 폐가들이 어떤 모습의 관광지로 변할런지 그 때를 기다리고 있다.

 

 

"에헤야 가다 못가면

데헤야 쉬었다 가지

호박같이 둥근 세상 둥글둥글 삽시다."

 

 

 

주상절리, 용암이 흐르다 바다와 만나면서 육각기둥 모양으로 굳어져 생긴 지형을 주상절리라고 한다.

그 뜨겁던 열정을 고스란히 바다에 잠재운다.

만남, 만남은 변화를 의미하는 것일까?

만남은 더 이상 내가 그대로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일까?

만남의 인연은 너와 내가 우리가 되는 변화요 합일일까?

 

 

하느님의 교회를 광포하게 박해하던 엄청난 열정의 바오로가

다마스쿠스 길에서 예수님을 만남으로 인해 더 이상 그는 그대로 있을 수 없었다.

 

 

성춘향과 이도령

이수일과 심순애

로미오와 줄리엣

갑돌이와 갑순이

황진이와 벽계수

심봉사와 뺑덕어멈

 

 만남, 인연이란?

 

 

그 긴 세월을 부딪히고 떠밀리고

붙었다 떨어졌다

후두둑

기쁨이 아픔이 하얀 물거품이 된다.

 

 

 

주상절리, 입장료 2,000원

수녀님들은 제주에 주소지가 있어 공짜

강추!

 

 

그 참!

 

 

 

 "에헤야 가다 못가면

데헤야 쉬었다 가지

호박같이 둥근 세상 둥글둥글 삽시다."

 

 

 

 8코스는 제주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해안길이다.

용암과 바다의 만남이 만들어 낸 장대함에 놀멍 쉬멍 갈 수 밖에 없다.

 

 

 대포포구

하루종일 안개다

안개는 숨겨주고 가려준다.

못난 친구를 신비로운 친구가 되게 한다.

얼마나 우린 내 곁의 사람을 아름다운 사람이게 하는가?

 

 

 선궷내

냇물과 바다가 만나는 곳

바다와 마을을 연결하는 곳

 

 

"에헤야 가다 못가면

데헤야 쉬었다 가지

호박같이 둥근 세상 둥글둥글 삽시다."

 

두 분 수녀님들과 노래도 많이 불렀습니다.

성가, 가곡, 동요, 유행가 

 

 

어둑해지기 시작하는 시간

이게 무슨일이야, 왜 여기에 8코스 시작점이 있는거야?

코스는 월평포구에서 끝나야 하는데 월평마을에서 끝나있었습니다.

그런줄도 모르고 우린 계속

어둔길을 꼬불꼬불 걸었습니다.

 

 

 

대평마을을 지나 대평포구까지 우리의 8코스를 완주했습니다.

이렇게 어두운데도 걸었습니다.

살다보면 밝은 길도 걷고 어두운 길도 걷고

곧은 길도 걷고 꼬불꼬불한 길도 걷고

평탄한 길도 걷고 울퉁불퉁한 길도 걷고

오르막 길도 걷고 내리막 길도 걷습니다.

 

"에헤야 가다 못가면

데헤야 쉬었다 가지

호박같이 둥근 세상 둥글둥글 삽시다."

 

저와 노래를 부르며 그 모든 길을 함께 해주신 두 분 수녀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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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10.06 04:24

    첫댓글 사진도 좋지만, 신부님의 구수한 글 내용도 차~~~~암 좋으네요!!! 잘 보았습니다. 저도 꼭 가보고 싶어요.....신부님이 부럽기도 하고요. -_-

  • 10.10.06 07:41

    해병대길 지나 갯깍 뒷길인가요? 아쉬워하며 돌아오시던 그 절벽과 둥근 돌들이, 우리 동네 바닷가 한 모습과 너무나 닮아 깜짝 놀랐습니다. 간간히 보이는 야자수까지.. 이번에는 안개 낀 우리 동네 어디를 걷는 듯한 착각에 잠시... 오늘 이곳 날씨가 더 헷갈리게 하네요.. 신부님 이야기 들으며 노랫소리 들으며 걷는 듯이 따라 걸었습니다. ^^

  • 10.10.06 08:01

    에헤야 가다 못가면 데헤야 쉬었다 가지 호박같이 둥근 세상 둥굴둥글 삽시다~~ 그랍시다.
    ㅎㅎ 신부님. 함께 올레길을 걸은듯... 고맙습니다.

  • 10.10.06 10:51

    신부님 감사합니다..함께 걸었더니 다리가 아프네요~ ^&^

  • 10.10.06 17:35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신부님의 이야기에 저도 함께 간 올레길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10.10.07 08:33

    아름다운 땅 제주에서 남편의 퇴직후 일년을 보내고픈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딱 일년만이라도 올레길 걸으며 살고 싶은 곳...올래길 소개 감사드립니다..신부님^^

  • 10.10.07 10:07

    올해안에 한번 가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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