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조>
창 밖이 어른어른 ㅎ거늘
무명씨
창(窓) 밖이 어른어른 ㅎ거늘 님만 여겨 펄떡 뛰어 뚝 나서 보니
님은 아니 오고 으스름 달빛에 열 구름 날 속였고나
맞초아 밤일세망정 행여 낮이런들 남 우일 뻔 하여라
♣어구풀이
-어른어른 ㅎ거늘 : 어른어른 거리 거늘, 그림자가 희미하게 움직이거늘
-님만여겨 : 임으로만 생각하고
-펄떡 : 힘을 모아 가볍게 뛰는 모양
-뚝 : 버젓이 뜻인 ‘떡’의 사투리
-으스름 : 달빛이 흐린 모양
-열 구름 : 지나가는 구름
-맞초아 : 마침
-밤일세 : 밤이었으니
-낮이런들 : 낮이었더라면
-남 우일 : 남을 웃길
-뻔 하여라 : 뻔하였구나
♣ 해설
-초장 : 창 밖이 어른어른하기에 임이 온 것으로 여겨 펄떡 뛰어 밖으로 나가서 보니
-중장 : 임은 오지 않고 희미한 달빛에 지나가는 구름의 그림자가 날 속였구나
-종장 : 다행히도 밤이었기에망정이지 혹시 낮이었다면 님을 웃길 뻔하였구나
♣감상
이 시조는 선이 굵고 기복이 심하며, 물결이 이는 듯한 그리운 정서를 순박하고 서슴
없는 필치로 표현한 사설시조다. 창 밖에 무슨 그림자만 어른거려도 그것을 임이 온
것으로 착각하고 뛰어 나가는 심정을 나타내어 임을 기다리는 간절한 심정이 나타나 있다.
초장의 ‘펄떡 뛰어 뚝 나서 보니’의 대담한 표현과 종장의 ‘남 우일 뻔하여라’와 같이 순
진한 마음의 표현은 좋은 대조를 이루며 해학성마저 깃들어 있다 하겠다.
♣작가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