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매이야기라니 소재도 낯설고, 부산의 끝자락 기장에서 모인다니 오는 길도 낯설었지요. 하지만 부산독서아카데미의 4월 독서토론회 모임은 너무 익숙해져버린 것보단 낯선 것들이 주는 호기심과 설렘이 가득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계절이 거꾸로 돌아가는 듯 기온이 뚝! 떨어진 변덕스런 날씨 탓에 세상모르고 반팔차림으로 온 강모 회원이 거의 동태가 되긴 했지만, 책방 노루귀에서 진행된 독서토론회는 진열된 책들이 뿜어내는 상큼한 기운 속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참매의 세상에 흠뻑 빠진 별세계였습니다.
메이블 이야기, 어떻게 읽으셨나요?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 않았다는 소감들이 많네요.
지나치게 단문(短文)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화법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고, 썩 매끄럽지 않은 것 같은 번역에 원인을 돌리는 분도 있네요.
하지만 기자는 오히려 짧은 문장, 짧은 단락이 매력적이었는데요, 설렁설렁 책장을 넘길 수 없었던 이유는 스토리 중심의 이야기 전개 보다는 섬세한 심리묘사나 내면의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이 책은 저자가 겪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감당할 수 없는 상실의 슬픔과 고통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된 동인이 되고 있는데요,
부모의 죽음을 천붕(天崩)이라고 하지만, 작가가 느끼는 그 엄청난 상실감과 고통은 너무 지나친 감이 있어 선뜻 공감이 가지 않았다는 의견도 꽤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세상으로부터 숨기 위해 참매를 선택한 작가와 화이트 두 사람의 이야기가 가 교묘하게 교차, 대비되면서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주었는데요,
화이트는 고스와 함께 망가진 결말로 실패한 매잡이가 되지만, 저자 헬렌은 결국 매길들이기에 성공하고 상실의 슬픔에서 회복되는 결말을 보여주지요
한국 독자들에게 비춰진 화이트의 모습과 달리 영국에서는 화이트가 상당히 유명한 작가로서의 지위에 있다고 하네요.
선정위원장님께서는, 이 책에서 저자가 화이트와 같은 유명 작가의 자료를 찾아서 그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나 이면의 모습을 중간 중간 이야기의 소재로 등장시키는 기법을 쓰고 있는데, 작가의 입장에서 독자와 수익성 확보라는 안전성을 담보하는 손쉬운 방법이라는 팁을 알려주시네요.
매를 길들인다는 것은 실패할 확률도 높고 인내를 요하며, 매사냥이라는 것은 남성 중심적인 것인데, 저자가 여성으로서 매를 길들이기에 성공하는 모습이 이례적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매샤냥의 역사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왜 매는 가축화되지 못했을까에 대한 의문도 있었는데요. 결국 인간이 길들이기에는 야생성의 정도가 강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 책은 매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지만, 결국 매사냥이라는 것이 토끼나 꿩의 생명을 잔인하게 빼앗는 것이어서 이들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몹시 불편했다는 소감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무심결에 사용하고 있는 시치미 떼다, 매달다, 매만지다, 매끄럽다, 바람맞다,
옹고집 등이 모두 매에서 유래된 단어들이라고 하니 놀랍지요.
토론회를 마치며 귓전에 맴도는 저자의 독백이 있네요..
"손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으라고 있는 것이다. 손은 매의 횃대 노릇만 하게 두어서는 안된다"
혹시 장소가 멀어서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께는 안타까움과 송구한 마음을 전하며 다음달 존 롤스의 ‘정의론’과 함께 만나요.
참석: 강창* 김일* 박영* 박희* 윤봉* 정인* 최나* 하종*
#부산독서 #부산독서모임 #부산독서아카데미 #독서토론회 #메이블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