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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四 榮辱篇 (제4 영욕편 ; 영예와 치욕)
憍泄者,人之殃也,恭儉者,屛五兵也,雖有戈矛之利,不如恭儉之利也. 故與人善言,煖於布帛,傷人以言,深於矛戟.故薄薄之地, 不得履之,非地不安也,危足無所履者,凡在言也. 巨涂則讓,小涂則殆,雖欲不謹,若云不使?
교만한 것은 사람들의 재앙이 된다. 공경스럽고 검소한 것은 모든 무기를 물리칠 수 있다. 비록 창칼의 날카로움이라 하더라도 공경스럽고 검소한 것의 날카로움은 당해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훌륭한 말을 하는 것은 천이나 비단으로 싸주는 것보다도 따스하고, 사람들을 해치는 말은 창칼보다도 더 깊은 상처를 안겨 준다. 그러므로 광대한 땅을 밟을 곳이 없게 되는 것은 땅이 불안정해서가 아니다. 발길이 위험해 밟을 곳이 없게 되는 것은 모두 자신이 한 말 때문이다. 넓은 길이면 남에게 길을 양보하고, 좁은 길이면 남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니. 삼가지 않으려 해도 않을 수가 있겠는가?
快快而亡者,怒也,察察而殘者,忮也,博而窮者,訾也, 淸之而兪濁者,口也,豢之而兪瘠者,交也,辯而不說者,爭也, 直立而不見之者,勝也,廉而不見貴者,劌也,勇而不見憚者,貪也, 信而不見敬者,好剸行也.此小人之所務,而君子之所不爲也.
유쾌한 듯 제멋대로 행동하다가 망하는 것은 노여움 때문이다. 잘 살펴 알면서도 상처를 받는 것은 남을 시샘하는 마음 때문이다. 널리 알면서도 궁지에 몰리는 것은 남을 욕하기 때문이다. 청렴하려 하면서도 더욱 더러워지는 것은 입으로만 떠들기 때문이다. 잘 먹고 잘 되려 하는데도 더욱 형편없게 되는 것은 사람들과의 사귐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다. 말을 잘하는데도 사람들이 설복당하지 않는 것은 다투기 때문이다. 몸가짐을 곧게 하는데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은 남보다 앞서려 하기 때문이다. 깨끗한데도 사람들이 존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용감한데도 남들이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탐욕스럽기 때문이다. 신의가 있으면서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은 자기 멋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소인들이 힘쓰는 일이어서, 군자라면 하지 않을 것이다.
鬪者,忘其身者也,忘其親者也,忘其君者也. 行其少頃之怒,而喪終身之軀,然且爲之,是忘其身也,室家立殘, 親戚不免乎刑戮,然且爲之,是忘其親也,君上之所惡也, 刑法之所大禁也,然且爲之,是忘其君也. 下忘其身,內忘其親,上忘其君,是刑法之所不舍也,聖王之所不畜也. 乳彘不觸虎,乳狗不遠遊,不忘其親也. 人也,下忘其身,內忘其親,上忘其君,則是人也,而曾狗彘之不若也.
남과 다투는 사람은 그 자신을 잊은 자이고, 그 부모를 잊은 자이며, 그 임금을 잊은 자이다. 잠깐 동안의 노여움을 터뜨리면 한평생의 자신을 잃게 되는데도 그러한 일을 행하는 것은 그 자신을 잊었기 때문이다. 집안이 당장 해를 입고 친척들이 형벌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인데도 그러한 일을 행하는 것은 그의 부모를 잊었기 때문이다. 임금이 싫어하는 일이고 법으로 크게 금하고 있는 일인데도 그러한 일을 행하는 것은 그의 임금을 잊었기 때문이다. 아래로는 그 자신을 잊고, 안으로는 그 부모를 잊고, 위로은 그 임금을 잊었다면, 이런 자는 법이 그대로 버려 두지 않을 것이고, 성왕(聖王)이라 하더라도 그를 보호해 주지 않을 것이다. 돼지 새끼도 호랑이를 건드리지 않고, 강아지도 멀리 혼자 가 놀지 않는데, 그것은 그의 어미를 잊지 않기 때문이다. 아래로 그 자신을 잊고, 안으로 그의 부모를 잊고, 위로는 그의 임금을 잊은 사람은 개돼지만도 못한 자이다.
凡鬪者,必自以爲是而以人爲非也. 己誠是也,人誠非也,則是己君子而人小人也. 以君子與小人相賊害也,下以忘其身,內以忘其親,上以忘其君, 豈不過甚矣哉!是人也,所謂以狐父之戈钃牛矢也. 將以爲智邪?則愚莫大焉.將以爲利邪? 則害莫大焉. 將以爲榮邪?則辱莫大焉.將以爲安邪?則危莫大焉. 人之有鬪,何哉?我欲屬之狂惑疾病邪,則不可,聖王又誅之. 我欲屬之鳥鼠禽獸邪,則不可,其形體又人,而好惡多同. 人之有鬪,何哉? 我心醜之.
남과 다투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가 옳고 남이 그르다고 여긴다. 자기는 진실로 옳고 남은 진실로 그르다면, 곧 자기는 군자이고 남은 소인인 것이다. 군자가 소인과 서로 해치면서, 아래로는 그 자신을 잊고, 안으로는 그의 부모를 잊고, 위로는 그의 임금을 잊는다면, 어찌 지나치다고 하지 않겠는가? 이런 사람은 이른바 호보(狐父 ; 좋은 창의 생산지)의 창으로 쇠똥을 찌르는 것과 같다. 그는 지혜가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보다 큰 어리석음은 없다. 그는 이익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보다 큰 손해는 없다. 그는 영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보다 큰 치욕은 없다. 그는 편안해지는 일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이보다 큰 위해는 없다. 사람들이 다투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나는 미치고 미혹된 병자에 속하는 자들로 치부해 버리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성왕(聖王)들이 그를 처형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새나 쥐나 짐승에 속하는 자들로 치부해 버리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의 형체가 사람인데다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도 대부분 남들과 같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투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나는 그것을 매우 미워하고 있다.
有狗彘之勇者,有賈盜之勇者,有小人之勇者,有士君子之勇者. 爭飮食,無廉恥,不知是非,不辟死傷,不畏衆彊, 恈恈然唯飮食之見,是狗之勇也. 爲事利,爭貨財,無辭讓,果敢而拫,猛貪而戾, 恈恈然唯利之見,是賈盜之勇也.輕死而暴,是小人之勇也. 義之所在,不傾於權,不顧其利,擧國而與之不爲改視, 重死而持義不橈,是士君子之勇也.
개나 돼지와 같은 용기를 가진 사람이 있고, 장사꾼이나 도적 같은 용기를 지닌 사람이 있으며, 소인의 용기를 지닌 사람이 있고, 선비와 군자로서의 용기를 지닌 사람이 있다. 먹고 마시는 일을 다투고, 염치가 없으며, 옳고 그른 것을 알지 못하고, 죽고 상처받는 일을 피하지 않으며, 인원이 많고 강한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탐욕스럽게 먹고 마시는 것만을 찾는 것은 바로 개나 돼지와 같은 용기이다. 이익을 추구하고 재물을 다투어 사양하는 일이 없으며, 미친 듯이 날뛰고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 도리에 어긋나면서, 오직 탐욕스럽게 이익만을 찾는 것은 바로 장사꾼이나 도둑 같은 용기이다. 죽음을 가벼이 여기며 포악한 것은 소인의 용기이다. 의로움이 있는 곳만을 찾아가고, 권세에 기울이지 않으며, 이익을 돌보지 않고, 온 나라를 그에게 주겠다 하더라도 눈길을 바꾸지 않으며, 죽음을 소중히 여기고 의로움을 지키며 굽히지 않는 것은 바로 선비와 군자로서의 용기이다.
鯈魾者,浮陽之漁也,胠於沙而思水,則無逮矣. 挂於患而欲謹,則無益矣.自知者不怨人,知命者不怨天, 怨人者窮,怨天者無志.失之己,反之人,豈不迂乎哉?
피라미와 방어는 햇빛이 밝은 쪽으로 떠오르는 물고기인데, 그것이 지나쳐 모래 위까지 올라와 걸린 후에야 다시 물로 돌아가려 하는 것은 이미 늦은 일이다. 환난이 닥친 뒤에야 근신하려 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은 남을 원망하지 않고, 운명을 아는 사람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남을 원망하는 사람은 궁지에 몰리는 자이고, 하늘을 원망하는 사람은 무지한 자이다. 자기가 실패했으면서도 남을 탓하는 것이 어찌 바보 같은 일이 아니겠는가?
榮辱之大分,安危利害之常體,先義而後利者榮,先利而後義者辱, 榮者常通,辱者常窮,通者常制人,窮者常制於人,是榮辱之大分也. 朴慤者常安利,蕩悍者常危害,安利者常樂易,危害者常憂險, 樂易者常壽長,憂險者常夭折,是安危利害之常體也.
영예와 치욕의 원리 및 편안함과 위태로움의 이롭고 해로운 원칙은 다음과 같다. 의로움을 앞세우고 이익을 뒤로 미루는 사람은 영예롭고, 이익을 앞세우고 의로움을 뒤로 미루는 사람은 치욕을 당한다. 영예로운 사람은 언제나 형통하지만 치욕스런 자는 언제나 궁하다. 형통하는 사람은 언제나 남을 제압하지만 궁한 자는 언제나 남에게 제압당한다. 이것이 영예와 치욕의 원리이다. 성격이 성실한 사람은 언제나 편안하고 이롭지만, 방탕하고 사나운 자는 언제나 위태롭고 해를 입는다. 편안하고 이로운 사람은 언제나 즐겁고 평이하지만 위태롭고 해를 입는 자는 언제나 근심스럽고 험난하다. 즐겁고 평이한 사람은 언제나 오래 살지만, 근심스럽고 험난한 자는 언제나 일찍 죽는다. 이것이 편안함과 위태로움의 이롭고 해로운 원칙이다.
夫天生蒸民,有所以取之.志意致修,德行致厚, 智慮致明,是天子之所以取天下也.政令法,擧措時,聽斷公, 上則能順天子之命,下則能保百姓,是諸候之所以取國家也. 志行修,臨官治,上則能順上,下則能保其職,是士大夫之所以取田邑也. 循法則度量刑辟圖籍,不知其義,謹守其數,愼不敢損益也, 父子相傳,以持王公,是故三代雖亡,治法猶存,是官人百吏之所以取祿秩也.
하늘은 만민을 만들고 자기 지위를 취하는 근거를 마련해 놓았다. 뜻을 완전히 수양하고 덕행을 두터이 이루며 지혜와 생각의 총명함을 이루면, 이는 천자가 천하를 취하는 근거가 된다. 정령(政令)이 법도에 들어맞고 거동이 제때에 알맞으며 재판을 공평히 하고 위로는 천자의 명령을 잘 따르며 아래로는 백성들을 잘 보호해 준다면, 이는 제후가 나라를 취하는 근거가 된다. 뜻과 행실을 잘 닦고 맡은 관직을 잘 다스리며 위로는 윗사람의 뜻을 잘 따르고 아래로는 그의 직책을 잘 수행한다면, 이는 사(士)와 대부(大夫)가 밭이나 고을을 취하는 근거가 된다. 법령, 도량형, 협법, 지적도, 호적을 잘 따르고 그 뜻을 모른다 하더라도 그 법칙은 삼가 잘 지키며 멋대로 고쳐 덜고 더 보태지 않고 아버지로부터 아들에게로 전하면서 임금을 잘 도와야 한다. 그 때문에 하(夏) 은(殷) 주(周)의 세 왕조는 비록 망했으나 그들이 다스리던 법은 아직도 남아 있으니, 이는 장관들과 관리들이 봉록을 받는 근거가 된다.
孝弟原慤,軥錄疾力,以敦比其事業,以不敢怠傲, 是庶人之所以取暖衣飽食,長生久視以免於刑戮也. 飾邪說,文奸言,爲倚事,陶誕突盜,惕悍憍暴, 以偸生反側於亂世之間,是奸人之所以取危辱死刑也. 其慮之不深,其擇之不謹,其定取舍楛僈,是其所以危也.
효도를 다하고 공순하며 근신하고 성실하며 자신을 단속하고 노력하며 자기의 업무를 다스려 처리하고 조금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이는 서민들이 따스한 옷을 입고 배불리 먹으며 장수하고 오래도록 즐기며 처형을 받지 않는 근거가 된다. 사악한 이론을 만들어 내고 간사한 말을 꾸며대며 기괴한 짓을 하고 거짓말과 도둑질을 일삼으며 방탕하고 독살스럽고 교만하고 난폭하며 어지러운 세상을 그때그때 수법을 바꿔가며 구차히 살아간다면, 이는 간사한 자가 위험과 치욕을 당하고 사형을 받는 근거가 된다. 거기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지 않고 하는 일을 신중히 선택하지 않으며 자기가 취하고 버릴 것을 아무렇게나 정한다면, 이는 그가 위태로워지는 근거가 된다.
材性知能,君子小人一也.好榮惡辱,好利惡害, 是君子小人之所同也,若其以求之之道則異矣. 小人也者,疾爲誕而欲人之信己也,疾爲詐而欲人之親己也, 禽獸之行而欲人之善己也.慮之難知也,行之難安也,持之難立也, 成則必不得其好,必遇其所惡焉. 故君子者,信矣,而亦欲人之信己也,忠矣,而亦欲人之親己也, 修正治辨矣,而亦欲人之善己也. 慮之易知也,行之易安也,持之易立也,成則必得其所好,必不遇其所惡焉,
타고난 재능과 성품 및 지능은 군자와 소인이 똑같다. 영예를 좋아하고 지욕을 싫어하며, 이로움을 좋아하고 해로움을 싫어하는 것도 군자와 소인이 다 같다. 그러나 그들이 그것을 추구하는 방법은 다르다. 소인이란 허망한 일에 힘쓰면서도 남들이 자기를 믿어 주기를 바라고, 속이는 일에 힘쓰면서도 남들이 자기와 친해지기를 바라며, 짐승과 같은 행동을 하면서도 남들이 자기를 착하다고 여겨 주기 바란다. 생각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행동은 안정되기 어렵고, 처신은 바로서기 어렵다. 마침내는 그가 좋아하는 것을 반드시 얻지 못하고 그가 싫어하는 것을 반드시 맞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군자는 신의가 있으면서도 남이 자기를 믿어 주기 바라고, 충실하면서도 남이 자기와 친해지기를 바라며, 올바르게 몸을 닦고 분별있게 일을 처리하면서 남들이 자기를 착하다고 여겨주기 바란다. 생각하는 것은 이해하기 쉽고, 행동은 안정되기 쉬우며, 처신은 바로서기 쉽다. 마침내는 그가 좋아하는 것을 반드시 얻게 되고 그가 싫어하는 것은 반드시 만나지 않게 될 것이다.
是故窮則不隱,通則大明,身死而名彌白. 小人莫不延頸擧踵而願曰,知慮材性,固有以賢人矣! 未不知其與己無以異也,則君子注錯之當,而小人注錯之過也. 故熟察小人之知能,足以知其有餘可以爲君子之所爲也. 譬之越人安越,楚人安楚,君子安雅, 是非知能材性然也,是注錯習俗之節異也.
그러므로 궁하다 하더라도 명망이 숨겨지지 않고, 뜻대로 통할 때에는 크게 밝혀지며, 몸은 죽어도 이름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소인들은 목을 빼고 발뒤꿈치를 들고 우러르면서, 본시 군자란 지혜와 생각과 개성은 남보다 현명한 점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 이가 없다. 그들은 자기네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군자는 일에 대한 조치가 합당했고, 소인은 일에 대한 조치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인의 지능을 잘 살펴보면 군자가 하는 일을 하고도 남음이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비유를 들면 월나라 사람은 월나라에 편히 살고, 초나라 사람은 초나라에 편히 살며, 군자는 중원 땅에 편히 사는 것과 같으니, 이것은 지능 및 재능과 성품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에 대한 조치와 습속에 의해 적합하게도 되고 다르게도 되는 것이다.
仁義德行,常安之術也,然而未必不危也,汚僈突盜,常危之術也, 然而未必不安也.故君子道其常,而小人道其怪.
어짊과 의로움을 지키고 덕을 행하는 것은 언제나 편안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반드시 위험한 일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마음이 바르지 못하고 도둑질을 일삼는 것은 언제나 위험해지는 방법이다. 그러나 반드시 편안한 일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올바른 법도를 따르고, 소인은 괴이한 방법을 따르는 것이다.
凡人有所一同:飢而欲食,寒而欲暖,勞而欲息,好利而惡害, 是人之所生而有也,是無待而然者也,是禹桀之所同也. 目辨白黑美惡,耳辨音聲淸濁,口辨酸鹹甘苦,鼻辨芬芳腥臊, 骨體膚理辨寒暑疾養,是又人之所生而有也, 是無待而然者也,是禹桀之所同也. 可以爲堯禹,可以爲桀跖,可以爲工匠,可以爲農賈,在注錯習俗之所積耳. 爲堯禹則常安榮,爲桀척則常危辱,爲堯禹則常愉佚,爲工匠農賈則常煩勞. 然而人力爲此而寡爲彼,何也?曰,陋也.
모든 사람들은 다 같이 배고프면 먹기글 바라고, 추우면 따뜻하기를 바라고, 피곤하면 쉬기를 바라고, 이익을 좋아하나 해가 되는 것은 싫어한다. 이것들은 사람이 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영향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 아니며, 우(禹) 임금이나 걸왕(桀王)이 모두 같다. 눈은 희고 검은 것과 아름답고 추한 것을 가려내고, 귀는 소리와 가락과 맑은 소리 탁한 소리를 가려내고, 입은 신 것과 짠 것과 단 것과 쓴 것을 가려내고, 코는 향기로운 냄새와 비린내 누린내를 가려내고, 육체와 피부는 추위와 더위와 아픔과 가려움을 가려낸다. 이것들도 사람들이 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것들은 다른 영향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 아니며, 우임금이나 걸왕이 모두 같다. 그러니 누군든 요(堯) 임금과 우임금이 될 수도 있고, 걸왕이나 도척(盜跖)이 될 수도 있으며, 목수와 장인이 될 수도 있고, 농사꾼이나 장사꾼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은 형세와 마음가짐과 행동과 배움과 버릇이 쌓여 그렇게 되는 것이다. 요임과 우임금처럼 되면 언제나 안락하고 영화롭지만, 걸왕이나 도척처럼 되면 언제나 위태롭고 욕을 보게 된다. 요임금과 우임금처럼 되면 언제나 유쾌하고 편안하지만, 목수나 장인이나 농사꾼 장사꾼이 되면 언제나 번거롭고 수고스럽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뒤와 같은 사람이 되기에 힘쓰는 것이 보통이고, 앞과 같은 사람이 되기에 힘쓰는 이들이 적은 것은 어째서인가? 비루하기 때문이다.
堯禹者,非生而具者也, 夫起於變故,成乎修爲,待盡而後備者也. 人之生故小人,無師無法,則唯利之見耳. 人之生固小人,又以遇亂世得亂俗,是以小重小也,以亂得亂也. 君子非得勢以臨之,則無由得開內焉.
요임금이나 우임금은 나면서 모든 것이 갖추어 있던 사람은 아니다. 옛 것을 변화시켜 일어서고 수양과 행동을 통해 완성시켜서 완전하게 된 다음에야 모든 것이 갖추어졌던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본래 소인이어서 스승도 없고 법도도 없다면 오직 이익만을 추구하게 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본래 소인인데 또 어지러운 세상을 만나 어지러운 버릇을 갖게 된다. 군자가 권세를 가지고 그들에게 군림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마음을 얼어 바른길로 끌어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今是人之口腹,安知禮義? 安知辭讓?安知廉恥隅積?亦呥呥而噍,鄕鄕而飽已矣. 人無師無法,則其心正其口腹也.今使人生而未嘗睹芻豢稻梁也, 惟菽藿糟糖之爲睹,則以至足爲在此也,俄而粲然有秉芻豢稻梁而至者,則瞲然視之曰,此何怪也!彼臭之而嗛於鼻,嘗之而甘於口,食之而安於體,則莫不棄此而取彼矣.今以夫先王之道,仁義之統,以相群居,以相持養,以相藩飾,以相安固邪?以夫桀跖之道,是其爲相縣也,幾直夫芻豢稻梁之縣糟糖爾哉!然而人力爲此而寡爲彼,何也?曰:陋也.
지금 사람들의 입과 배만을 인정한다면 어떻게 예의를 알고 어떻게 사양을 알며 어떻게 염치와 도리를 알겠는가? 오직 먹기나 하여 불룩하게 배부르면 그만일 것이다. 사람들에게 스승도 없고 법도도 없다면, 곧 그의 마음도 바로 그의 입과 배처럼 될 것이다. 만약 사람이 나서 쇠고기와 돼지고기, 쌀과 기장 같은 것은 보지도 못하고, 오직 콩과 콩잎 또는 술지게미와 겨 같은 것만을 보았다면, 이것들을 가지고 지극히 만족할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눈에 번쩍 띄게 쇠고기와 돼지고기 및 쌀과 기장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 있다면, 눈을 크게 뜨고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무슨 이상한 게 있나?” 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그것을 냄새 맡아보니 코에 전혀 싫지 않고, 그것을 맛보니 입에 달고, 그것을 먹어보니 몸이 안락하게 된다면, 누구나 이 좋은 것을 버리고 먼저의 거친 것들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옛 임금의 도와 어짊과 의로움의 법도를 따라서, 서로가 어울려 살고, 서로가 돕고 아껴주며, 서로가 예절을 따라 어울리고, 서로가 안락하게 지낸다면, 걸왕과 도척의 방법을 따라 사는 것과 차이가 나는 것이 어찌 다만 쇠고기와 돼지고기 및 쌀과 기장이 술지게미나 겨와 차이가 나는 정도에 그치겠는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뒤에 것을 얻기에 힘쓰는 것이 보통이고 앞의 것을 얻기에 힘쓰는 이들이 적은 것은 어째서인가? 비루하기 때문이다.
陋也者,天下之公患也,人之大殃大害也.故曰,仁者好告示人.告之示之,靡之儇之,鉛之重之,則夫塞者俄且通也,陋者俄且知也.是若不行,則湯武在上曷益?桀紂在上曷損?湯武存則天下從而治, 桀紂存則天下從而亂.如是者,豈非人之情固可與如此,可與如彼也哉!
비루하다는 것은 천하의 공통된 환난이다. 그것은 사람들의 큰 재앙이요 폐해이다. 그러므로 어진 사람은 사람들에게 바른길을 일러주고 보여주기를 좋아한다. 일러주고 보여주고 익혀 가게 하고 쌓아 가게 하고 따라가게 하고 거듭하게 하면, 곧 막혔던 자도 갑자기 통달하게 되고, 비루한 자도 갑자기 의젓해지고, 어리석은 자도 갑자기 지혜로워진다. 이러한 일이 행해지지 않는다면, 탕(湯) 임금이나 무왕 같은 분이 임금 자리에 있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으며, 걸왕(桀王)이나 주왕(紂王)이 임금 자리에 있다 해도 무슨 손상이 있겠는가? 그러나 탕 임금이나 무왕 같은 분이 임금 자리에 있으면 그에 따라 천하는 잘 다스려지고, 걸왕이나 주왕이 임금 자리에 있으면 그에 따라 천하는 어지러워진다. 그렇게 되는 것은 어찌 사람들의 성정은 본래 이렇게도 될 수 있고 저렇게도 될 수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人之情,食欲有芻豢,衣欲有文繡,行欲有輿馬, 又欲夫餘財蓄積之富也,然而窮年累年不知足,是人之情也. 今人之生也,方知畜鷄狗猪彘,又畜牛羊,然而食不敢有酒肉,餘刀布, 有囷窌,然而衣不敢有絲帛,約者有筐篋之藏,然而行不敢有輿馬. 是何也?非不欲也,幾不長慮顧後而恐無以繼之故也? 於是又節用御欲,收蓄藏以繼之也,是於己長慮顧後,幾不甚善矣哉.
사람들의 성정은 음식은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으려 하고, 옷은 무늬를 수놓은 비단 옷을 입으려 하고, 길을 가는 데는 수레와 마를 타려 하고, 또 모아놓은 재산과 저축이 풍부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만족할 줄 모르는 것도 바로 사람들의 성정이다. 지금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면, 닭과 개와 돼지를 많이 기르고 또 소와 양까지 기르고 있는데도 식사를 할때는 감히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지 못하고, 돈이 남아나고 창고가 가득 차 있는데도 의복을 감히 비단 옷을 입지 못하며, 귀중한 것들을 상자와 장롱에 쌓아두고 있으면서도 길을 갈 때에는 감히 수레나 말을 타고 다니지 못한다. 그것은 어째서인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앞날을 생각해서 계속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쓰는 것을 절약하고, 욕심을 억누르며 걷어 들이고 모아놓음으로써 자기의 생활을 이어가려 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앞날을 잘 생각하는 것이니 어찌 매우 훌륭한 일이 아니겠는가?
今夫偸生淺知之屬,曾此而不知也,糧食大侈,不顧其後,俄則屈安窮矣,是其所以不免於凍餓,操瓢囊爲溝壑中瘠者也,況夫先王之道,仁義之統,詩書禮樂之分乎!
지금 구차히 살아가고 있는 얕은 지혜를 지닌 무리들은 이런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사치스럽게 먹으며 앞날을 생각하지 않아, 갑자기 쪼들려 궁핍해지는 것이다. 그들이 추위와 굶주림을 면치 못하고 동냥 그릇과 쪽박을 차고 빌어먹다가, 결국 도랑 속에 쳐박힌 시체가 되고 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물며 옛 임금의 도와 어짊과 의로움의 법도와 <시경>과 <서경>과 예의와 음악과 근본에 대해서야 생각할 겨를이나 있겠는가?
彼固天下之大慮也,將爲天下生民之屬長慮顧後而保萬世也,其㳅(류)長矣,其溫厚矣,其功盛姚遠矣,非順孰修爲之君子,莫之能知也. 故曰,短綆不可以汲深井之泉,知不幾者不可與及聖人之言. 夫詩書禮樂之分,固非庸人之所知也. 故曰,一之而可再也,有之而可久也,廣之而可通也,慮之而可安也, 反鉛察之而兪可好也.以治情則利,以爲名則榮,以群則和,以獨則足樂,意者其是邪?
그러한 것은 진실로 천하를 크게 걱정하고 생각해 마련해 놓은 것이다. 천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뒷날을 생각하고 만세토록 그들을 보호해 주려는 것이다. 그 도는 흐름이 장대하고, 그 쌓인 효과는 두터우며, 그 공적은 성대하고 원대하다. 정통하고 잘 수양된 군자가 아니라면 거기에 대해서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짧은 두레박줄로는 깊은 샘의 물을 길을 수가 없고, 지혜가 모자라는 사람은 성인의 말씀을 제대로 이행할 수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시경>, <서경>과 예의와 음악의 근본에 대해서는 원래 일반 사람들로서는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 근본에 대해 하나를 알았으면 다시 둘을 알도록 힘써야만 하고, 그 근본에 대해 공부하였다면 오래도록 계속해야 하며, 그 근본을 넓혀 널리 통용되게 해야 하고, 그 근본에 대해 생각함으로써 안락해져야 하며, 그 근본을 따라서 되풀이해 살핌으로써 더욱 좋아져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 것을 바탕으로 감정을 다스리면 유익해지고, 그렇게 됨으로써 명성이 드러나면 영화로워지며, 그렇게 됨으로써 사람들과 어울리면 조화를 이루게 되고, 그렇게 됨으로써 홀로 지내게 되더라도 스스로 만족하게 된다. 뜻을 즐기는 사람이란 바로 이런 사람이 아니겠는가?
夫貴爲天子,富有天下,是人情之所同欲也,然則從人之欲,則勢不能容,物不能瞻也.故先王案爲之制禮義以分之,使有貴賤之等,長幼之差,知愚能不能之分,皆使人載其事而各得其宜,然後使穀綠多少厚薄之稱,是夫群居和一之道也.故仁人在上,則農以力盡田,賈以察盡財,百工以巧盡械器.士大夫以上至於公侯莫不以仁厚知能盡官職,夫是之爲至平.故或祿天下而不自以爲多,或監門御旅,抱關擊析,而不自以爲寡.故曰,斬而齊,枉而順,不同而一,夫是之爲人倫.詩曰,受小共大共,爲下國駿蒙,此之爲也.
천자처럼 귀해지고 온 세상을 차지할 만큼 부유해지는 것은 사람들의 성정으로서는 다같이 바라는 바이다. 그러니 사람들의 욕심을 따른다면 곧 형세는 그 욕심을 다 받아들일 수가 없고 물건은 충분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옛 임금은 생각 끝에 이를 위해 예의를 제정하고 분별을 마련해, 귀하고 천한 등급이 있게 하고, 어른과 아이의 차별을 두게 하고, 지혜 있는 이와 어리석은 자와 능력 있고 능력 없는 사람의 분별을 마련하였다. 언제나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일을 맡아 하게 함으로써 각기 그에게 합당한 일을 갖게 하셨다. 그러한 뒤에야 녹으로 받은 곡식이 많고 적고 두텁고 엷은 균형이 있게 되었다. 이것이 곧 여러 사람이 모여 살면서 하나로 조화되는 도(道)이다. 그러므로 어진 사람이 윗자리에 있으면 곧 농군은 힘써 밭을 갈고, 상인은 잘 살펴 재물을 늘리고, 여러 장인은 기술과 기계를 써서 물건을 만든다. 사대부 이상부터 제후들에 이르기까지는 모두가 인후함과 지혜와 능력으로써 그들의 관직을 다한다. 이것을 가리켜 지극한 공평함이라 한다. 그러므로 어떤 이는 온 세상을 녹으로 받아도 스스로 많다고 여기지 않고, 어떤 이는 문지기나 여관 돌보는 사람, 관문지기, 야경꾼이 되어도 스스로 녹이 적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잘라서 가지런히 하고 굽혀 따르게 해, 같지 않으면서도 하나가 된다.” 하였는데, 이것을 일컬어 인륜이라 한다. <시경>에 “작은 홀(笏) 큰 홀 쥔 이들 받아들여 세상 사람들을 크게 돌보아 주었네.”라고 한 것은,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