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이면 아빠가 다시 쓰러지신지 일주일이 되는 날입니다.
정확히 일주일전에 전 룰루랄라 지리산행을 마치며 일주일간 긴 휴가를 뭘하면서 보낼까?
제자가 살고있는 싱가폴도 다녀오고,엄마랑 온천에도 다녀오고, 영화한편도 때려주고..간만에 좀 쉬면서 룰루랄라하겠네~~
라는 생각으로 지리산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휴가의 늦잠을 즐기고 저녁뮤지컬 약속도 잡고 그러면서 쉬고 있었습니다.
저녁에 맛난 식사를 하고 뮤지컬을 보려고 좌석에 따~악 앉는 순간 엄마께 전화가 오고서,
아빠가 다시 쓰러지신것 같다, 빨리 집에 와라..
라는 전화를 받고선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아빤 요양원에 계셨는데 그곳에서 쓰러지셨거든요.
암튼 서울로 옮기고(장한평)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 계시는데,
정해진 시간외에는 면회가 되지않아서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서 면회를 갑니다.
요양원에서 서울로 옮길땐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고집하고 찾았는데 결국엔 장한평에 있는 병원으로 갔습니다.
첫날과 둘째날에는 하도 많이 울어서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아빠가 아프신 와중에도 당신이 하고싶으신대로 하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한평에 잠깐 제가7살이 되기전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아빠께서 청량리 미도파백화점에서 미친듯이 즐겁게 일하고 계실때였습니다.
하루하루가 즐거워 보였고,(어린 제 눈에도 그렇게 보였으니깐요)
25년전쯤엔 해외여행도 어려울때인데,
일본을 거의 한달에 한번이상 출장을 다니시고,
아빠가 일본에서 돌아오는날엔,
제가 들어가도 남을만큼의 큰 여행가방에 선물들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오시고...
긴출장에 지쳐 주무시고 계시는 아빠가 깰때까지 조용조용놀다가 일어나시자마자 여행가방 풀러서 선물달라고 조르고...
그렇게 잼나게 열심히 사셨던 장한평이 그리워지셔서,
아빠가 이리로 오고 싶으셨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살던 집 근처병원에 입원하셨으니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그리고는,
당신 큰딸 스케줄에 맞추어 쓰러지신것 같아서 죄송스러웠습니다.
지리산행은 제가 까미노를 다녀오고서 넘 가보고 싶은 곳이였기 때문에 시간을 잡자마자 바로 준비하고 산행을 떠났었지요.
근데 정말 기가막힌 타이밍에 맞추어 큰딸이 집에 돌아온 그담날에 바로 쓰러지시고..
제가 까미노에 있을때 쓰러지셨다면, 저도 힘들었을테고, 남아있는 다른가족들도 힘들었겠지요.
또, 제가 일하고 있는동안에 쓰러지셨다면 아마도 이 더운 여름날 제가 지쳐서 쓰러졌을지도 모르지요.
제 휴가기간에 맞추어 쓰러지셔서 제가 수발을 들을수 있도록 하신듯 하더군요.
비록 아파서 맘대로 하실수 없는 상황에서도,
아빠 당신이 원하시는 데로 하나씩 하시는것 같아서 감사했습니다.
예전에 쓰러지셨을땐,
"하느님, 아빠가 꼭 빨리 나을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기도드렸는데,
이번에 수술받으러 들어가시기 전엔,
"하느님, 제게 이 아빠를 주셔서 감사해요. 아빠와 많은 추억들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잘 견디어 낼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기도드리게 되더라구요.
하느님..
이분이 제 아빠여서 정말 감사해요.
많은것을 경험하게 해주신 아빠께 감사해요.
제가 잘 견디어 낼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멘..
첫댓글 석영이 아빠와 함께 힘든시간을 견디고 있구나!..하느님과 석영을 사람하는 사람들도 함께야.. 힘내!! 내 경험으로 사람이 혼수 상태여도 귀는 들을 수 있다고, 아니 듣는 다고 난 알아..지금 이 글 처럼 아빠 손 꼭 잡아드리고 감사하다고 또 사랑한다고 또박 또박 소리내서 아빠 귀에다 대고 자꾸 자꾸 말씀 드렸으면 좋겠어. 힘내.. 기도할께..
함께 기도하고 있다 석영아..네 말대로 너와 가족이 모두 잘 견디게 해 달라고. 수고한 아버지를 편하게 돌보아 주시라고.. 기도하는 너의 마음 하느님이 다 들어주실거라 믿어. 그러니 힘내..
다들, 감사해요. 병원에 가서 항상 아빠께 하는말은, 아빠 힘내세요~라는 말이랍니다.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머리뼈를 잘라냈는데.. 후~ 힘낼께요~ 홧팅홧팅!!
힘내세요...누나...
우리에겐 생명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지만,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 권리도 있음을 마음에 담고 이 시간들을 잘 견디어 내십시오. 기도합니다.
아이들과 매일 끝기도 중에 함께 할께요. 힘내세요~
리드비나 아버지 힘내세요. 파이팅~ 석영이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