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切磋琢磨)처럼 여러 의미가 복합된 예는 극히 드물다. 이를 곧이곧대로 직역하면 ‘자르고(切) 쓿고(磋) 쪼고(琢) 갈다(磨)’라는 의미이다. 원래는 옥(玉)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말로서 “옥의 원석을 톱으로 자르고(切), 줄*로 쓿고(磋), 정*으로 쪼고(琢), 숫돌*에 갈아(磨) 빛을 낸다”라는 뜻이다. 아울러 학문(切磋)을 닦고, 수양(琢磨)을 쌓는 것도 마찬가지로 절차탁마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뜻으로도 통용되고 있다.
옥을 가공하는 공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절차탁마를 제대로 꿰뚫을 수 없다. 이런 이유에서 전통적인 옥의 가공공정을 대충 요약해 살피기로 한다. 원석을 보석인 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4단계의 어렵고 정성스런 공정을 거쳐야 한다.
제1공정은 원석을 ‘자르는(切)’ 과정으로 ‘원석에서 옥을 분리할 목적으로 아주 작고 얇디얇은 톱으로 옥의 모양대로 자르는’ 과정이다. 제2공정은 ‘쓿는(磋)’ 과정으로 ‘원하는 모양에 따라 옥을 줄로 쓸어내는’ 과정이다. 제3공정은 ‘쪼는(琢)’는 과정으로 ‘옥을 원하는 모양에 따라 정으로 쪼는’ 과정이다. 끝으로 제4공정은 ‘가는(磨)’ 과정으로 옥을 숫돌에 갈아 빛을 내는 과정이다. 이와 같이 원석은 ‘자르고(切), 쓿고(磋), 쪼고(琢), 갈고(磨)’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보석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이유에서 결국 절차탁마는 옥의 가공공정을 뜻하는 말이다.
원래는 ‘원석을 자르고 쓿고 쪼고 갈아 보석인 옥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뜻했지만 거기에 쏟는 정성이 학문의 정진이나 심신의 수양과 빼닮았다는 이유에서 그들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지칭할 때 절차탁마라고 한다. 한편 그 유래는 시경(詩經) 위풍(衛風)의 기욱편(淇奧篇)을 비롯해서 논어(論語)의 학이편(學而篇) 15장과 대학(大學) 등 여러 출전(出典)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먼저 시경 위풍의 기욱편에 나타난 시구(詩句)이다. 이 시는 군자(君子)를 칭송한 내용으로 학문과 인격을 도야한 결과 겉까지 모두 변한 모습을 푸르른 대나무(綠竹)에 비해 칭송했던 것으로 해당 부분의 원문이다.
/ 빛나는 군자여!(有斐君子 : 유비군자) / 자른 듯하고 쓿은 듯하며(如切如磋 : 여절여차) / 쪼은 듯하고 갈아 놓은 듯하네(如琢如磨 ; 여탁여마) /
한편, 대학에서는 이런 글귀가 나온다.
/ 자른 듯하고 쓿은 듯 함은 학문을 말하는 것이고(如切如磋者 道學也 : 여정여차자 도학야) / 쪼는 듯 갈 듯 함은 스스로를 닦는 일(修養)이다(如琢如磨 自修也 : 여탁여마 자수야) /
라고 하며 여기서 ‘절차(切磋)’는 학문을, ‘탁마(琢磨)’는 수양을 의미하고 있다.
또한 논어 학이편 15장에서도 공자(孔子)와 그의 제자인 자공(子貢 : 자(字)는 양(暘))의 대화에서도 나타난다.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면서도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라는 자공의 물음에 “괜찮을지라도 가난하면서도 이를 한탄하지 않고 부유하면서도 예의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보다 못하지”라고 공자가 답했다. 그러자 자공이 다시 말했다.
/ 시경(詩經)에서 이른(詩云 : 시운) ‘톱으로 자른 듯이, 줄로 쓿듯이(如切如磋 : 여절여차), 정으로 쪼듯이, 숫돌에 갈아 윤을 내듯이(如琢如磨 : 여탁여마)’라고 이른 것은 아마도 이것을 가리킨 것입니까(其斯之謂與 : 기사지위여) /
자공의 위 말을 들은 공자가 “양(暘)아! 비로소 너와 더불어 시경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겠다. 지나간 것을 알려 주었더니 다가올 것을 깨닫는 구나”라고 격려의 말을 했다.
이상의 3가지 예에서 나타난 ‘여시여차여탁여마(如切如磋如琢如磨)’에서 ‘같은 여(如)’자를 모두 빼면 ‘절차탁마’가 된다.
결국 오랜 시간에 걸쳐 원석을 자르고 쓿고 쪼고 가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빛나는 보석인 옥이 탄생하듯 학문을 하거나 수양을 하는 경우도 조금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학문과 수양에 정성을 다해 정진함을 절차탁마라고 한다. 이 성어를 살피다가 불현 듯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한판암 님의 수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