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열린 2009 하나은행 FA컵 32강전에서 박희도와 양동현의 골을 앞세운 부산아이파크가 울산현대미포조선을 2대1로 꺾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부산은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선발 출장시키면서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미포 역시 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하며 N-리그의 자존심을 세웠다.
전체적인 경기 양상은 대다수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위리그 팀인 미포는 수비에 치중하며 상대의 순간적인 허점을 파고들려 했고 부산은 정상적인 공수 밸런스 속에서 상대를 공략했다.
그러나 전반만큼은 양 팀의 중원싸움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쉽게 어느 한쪽의 우위를 점하기 힘들었다. 미포는 수비 시 최전방 공격수 한명을 제외한 전 선수가 수비에 집중했지만 공수 간격을 좁히면서 부산을 효율적으로 압박해 나갔다. 두터운 수비에 부산은 쉽게 상대진영을 파고들지 못했고 간간히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 수비진을 끌어내려 했다.
치열하게 맞닥뜨렸지만 양 팀은 별 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면서 소강상태를 보이던 전반 39분, 이 경기의 분수령이 되는 장면이 갑작스레 펼쳐졌다. 미포 이동준의 깊은 태클이 부산 홍성요의 몸으로 향하면서 퇴장 명령을 받게 된 것이다. 퇴장은 둘째치더라도 상대 태클에 그라운드로 크게 나뒹굴어진 홍성요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보여 부산은 다음 경기 선수 구성에 차질이 생기게 되었다. 김유진의 부상에 이어 홍성요까지 부상을 입으면서 부산은 중앙 수비진에 큰 구멍이 생겨버렸다.
수적 우위를 점하고 후반전을 나서게 된 부산은 끊임없이 공격을 시도했고 미포는 막아내기 급급했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던 균형은 후반 25분과 26분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박희도와 양동현이 1분 간격으로 골을 터트리면서 순식간에 두 점차로 앞서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집중력을 잃은 쪽은 미포였다. 이후 미포는 후반 34분 김경렬의 만회골로 한 점을 추격했지만 따라잡기에는 힘이 부쳤고 경기는 결국 2대1 부산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부산은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많은 어려움을 느낀 경기였을 것이다. 이날 부산이 힘든 경기를 펼쳤던 이유는 상대가 이렇게 수비적으로 나올 것임이 뻔히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진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기 후 황선홍 감독이 아쉬움을 표한 부분도 바로 이점이었다. 부산의 다음 경기는 17일 정규리그 전북전 홈경기이다. 그때까지 공격진과 수비진이 얼마만큼 회복해서 경기에 임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2009 부산아이파크 명예기자 곽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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