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선우, 메이저리그는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2003년 몬트리올의 새로운 태양 김선우
결국은 스스로를 이기는 자가 승리할 수 있었다.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유망주로서 뛰어난 자질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망주에게 선발 자리를 의지할 수 없었던 보스턴은 작년 트레이드 데드라인 때 그를 송승준과 묶어 몬트리올의 클리프 플로이드(현 뉴욕 메츠)와 트레이드를 하고 말았다. 트레이드 되기 전부터 다른 팀으로만 가면 충분히 선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졌던 김선우. 그러나 그에게는 그러한 운만은 따라주지 않았다. 김선우의 이적 당시 몬트리올은 이미 선발 5자리가 꽉 차여져 있었고, 그는 다시 기약 없는 마이너리그 행을 통보 받았다.
그리고 그는 그의 힘으로 해냈다. 몬트리올의 트리플 A에서 빼어난 성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일깨워준 그는 빅리그에 올라왔고, 4경기(3선발)에 등판하여 20.1이닝 동안 0점대의 방어율을 기록하는 등 모든 것을 요행없이 그 자신의 능력으로 일궈내는데 성공했다.
여러가지 변수를 감안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김선우가 꿈에 그리던 풀타임 선발 입성이 사실상 현실로 다가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팀의 5선발 요원이었던 일본인 마사토 요시이가 이미 팀을 떠난 상태에서 현지 언론들은 그 자리를 모두 김선우가 차지할 것이라 장담하고 있다. 또한 다른 선수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현재 에이스인 바톨로 콜론을 비롯하여 하비어 바스케스, 토니 아마스 주니어 등 팀 주축 선발진 3인방이 몬트리올의 긴축 정책에 따라 모두 트레이드 시장에 나가있어 김선우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상황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 상태이다.
물론 그 뒤의 몫은 전적으로 김선우의 책임이다. 몬트리올 이적 후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긴 했으나, 그는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물론 3번이나 부상으로 일찌감치 마운드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부상 역시 선수 자신의 책임이다.
얼마 전 몬트리올의 마운드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8위라고 평가했던 ESPN도 김선우에 대해서는 작년만큼 해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인상적인 모습을 남긴 것은 분명하나, 또 하나 분명한 것은 아직까지 그가 검증을 끝내지 못한 선수라는 점이다. 차라리 박찬호와 같이 자신의 위치를 상당부분 잡아놓은 선수는 일정기간 동안 계속 부진하다 하더라도 믿고 맡기는 것이 관례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선수에게 있어서 그런 배려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김선우는 올 시즌이 새로운 도전을 향한 시작인 셈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매년 더 나은 출발을 다짐해왔고, 일단 그 꿈을 어느정도 이루긴 했으나, 아직도 시작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아주 큰 가능성을 보이긴 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그런 식으로 잠시 우리 곁에 나타났다가 곧 기억 저 편으로 멀어지는 선수들도 많다. 김선우도 그렇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배고프고 굶주렸던 시절, 소위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시절을 떠올리며 자만하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면 분명히 그의 미래는 그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그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한 가지의 욕심이 있다면 거기에 도전정신을 더했으면 한다. 지금까지 그에게 끈기와 열정만큼은 더 이상 따라올 선수가 없었다고 할 만큼 대단했다. 그러나 강인한 도전 의식은 부족하지 않았나 한다. 그의 최대 약점이 공격적이지 못한 피칭, 뛰어난 결정구가 없는 구질에 있는 것처럼 그에게는 자신감, 상대를 밀어붙이는 투지, 소위 깡이 부족하다.
탐 글래빈의 교묘한 피칭도 아름답지만, 우리는 언제나 랜디 존슨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피칭에 필요 이상의 감동을 해왔고, 상대 역시 필요 이상의 두려움을 느껴오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