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국의 해는 1948년이다.’ 이 엄중한 주장을 하려면 그것과 관련된 전문석학들의 엄밀한 연구를 토대로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명 뒤에 숨어서 기독교와, 이승만 대통령이 기독교임을 부각시키는 신파쪼의 자작 소설 같은 내용을 섞어 써서 1948년이 건국 해라고 주장하는 글이 SNS상에 왕왕 떠돌고 있다. 비기독교인들, 기독교를 내심 탐탁치 않게 보는 사람들, 광복을 위해 나라를 위해 성심을 다해 기도드리는 전통의 불교인들, 보수 진보 따위에 마음두지 않는 깨어 있는 중도층 등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과연 그런 식의 주장이 얼마나 효과적일까? 그런 식의 주장은, 기독교인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오히려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1948년이 대한민국 건국의 해라는 주장이 최대한 많은 동의를 얻기 위해, 웃음 살 줄 알면서도, 부득이 소생의 서푼어치 관련공부를 간략하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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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대 전반에 당시 거의 전 국민이 필독서라고 생각했던 전6권(?)의 <광복 20년>을 읽었다.
그래서 우리 광복의 역사와, 광복 후 20년의 역사에 관해 나름의 대략적 그림을 가지게 되었다.
그 그림 위에 50대 중반에 읽은 랏커스대 교수 김정원(존스 홉스킨대 국제정치학 박사, 하버드대 법학박사)이 쓴 <분단 한국사>, 우리가 거의 다 아는 송건호.유인호.김학준 등 석학 12명이 쓴 <해방전후사의 인식>, 서울대 교수 김국태(사회학)가 미국무성 비밀외교문서를 번역한 <해방 3년과 미국 I> 등을 통해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1392년은 이성계가 무력을 배경으로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새롭게 건국한 해임을 먼저 염두에 둠].
1910년은 일제가 무력을 배경으로 조선의 주권(왕권)과 영토를 강탈해 조선이라는 우리의 나라가 실질적으로 없어진 해.
(후일 한일협정에 의해 그 합병조약이 무효가 되었지만 그것은 당시 양국의 공동이익을
고려한 외교적 선언)
1919년은 강탈당해 없어진 우리의 나라를 최대한 빨리 되찾기 위해 남의 나라 영토에 우리가 임시로 정부를 수립한 해.
1945년은 순국선열님들의 희생이, 미국이 일찍부터 내심 계획하고 있던 미국 주도의 새로운 세계경제질서 구상과 합合으로 맞물려 드디어 나라를 되찾게 된 감격스러운 광복의 해.
(그 구상의 구체적 내용에 관해서는 최소한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를 시간 들여 정석으
로 공부해야 함. SNS상에는 그것에 관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꾸며낸 거짓 글이
많음. 그런 엉터리 나부랭이를 휘딱 보고는 자기 마음에 든다고 여기 저기 퍼나르는
사람도 많음.)
1948년은 마침내 우리가, 왕조가 아닌, 새로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정식으로 건국한 감격의 해.
<끝>
기념하지 않으면 결국 기억에서 지워진다.
8월 15일을 광복절로, 7월 17일은 건국절로 기념하자.
광복되었으니 건국이 가능했다.
건국에 이미 광복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광복을 따로 기념할 것 없이 건국만 기념하자는 주장이 있다.
광복이 없었으면 건국도 없었다.
그런데도 왜 그 광복의 날을 구태여 기념하지 말자는 것인지.
왜 꼭 그 광복의 날을 기억에서 지워지도록 하자는 것인지.
기념 일 하루 늘어나는 것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라면 그나마 다행.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