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와서 무지하게 놀란 것중의 하나가 여고생의 교복. 한국에 있을 때 만화나 드라마등에서 미니 스커트 풍의 짧은 교복을 많이 봐왔지만, 그건 만화니까, 드라마니까 하고 그냥 넘겼었다. 그런데 일본에 와보니 그런 교복이 진짜였다. 이런... 거기에 그런 교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전철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여고생도 많았다. 지금은 면역이 되어 그다지 놀랍지도 않고 눈길도 안가지만, 초반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었고, 혹 여고생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무지 곤란했던 기억이 있다. 하여튼 나에게 있어서 크나큰 충격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어떤 때는 정말 세일러 문에서나 나오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볼 수도 있었다. 특히 시부야에 가면 자주 볼 수 있었던 그녀들은 화장도 진하게 하고, 눈썹도 붙이고 교복도 정말 화려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어떤 여고생도 스커트 안이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분명히 짧기는 한데, 자전거를 타도 전철에 앉아있어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거의 모든 여고생들이 보여주는 팬티라고 해서 타이트한 사각의 곤색 팬티를 안에 입는다는 얘기를 내가 가르치는 학부 여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난 이런 것도 본 적이 없다. ㅋ
이런 짧은 교복이 언제부터 유행했을까를 인터넷 검색과 아는 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아봤다. 대부분 90년 초반 이후부터 유행했다는 설이 대부분이었고, 그 계기가 된 것이 1990년대 중반의 코갸르(コギャル)붐부터였다고 한다. 우선 갸르(gal)라는 건 쉽게 말해서 젊은 여성(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을 지칭하며, 눈에 띄는 패션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여자애들을 일컫는 말이다.
거기에 코갸르는 여러 설이 있는데 가장 이해하기 쉬운 것이 고교생 갸르라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교복을 입고 화장을 하고 얼굴도 태닝한 그런 여고생들. 이들이 주도를 해나갔고 유행으로 번졌다는 것이 가장 타당할 듯 싶다.
유행은 유행으로 끝나야 하는데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걸로 봐서는 아예 미니 스커트 교복이 정착된 것이 아닐까도 생각되어진다. 일본도 소자녀화로 대학은 물론이고, 초중고도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자신들의 학교에 많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방편으로 예쁜 교복을 선정하는 학교도 있고,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로 교복을 꼽는다고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상위권 대학을 많이 보내는 고교등은 원래 학생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그런거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 여담이지만, 최근에는 예쁜 교복을 입는 학교에 학생들이 빼앗겨 상위권 고교의 편차치(偏差値 : 시험의 백분위 점수라 할 수 있다. 정규분포의 평균을 50으로 놓고, 표준편차 -1일 경우 편차치 60이 되는데 이는 상위 약 16%가 된다. 참고로 동경대의 문과 편차치는 70인데 이는 상위 약 2%다)가 떨어진 학교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무릎위 5센치가 교칙이라 한다. 10년전만 해도 무릎이었다고 하는데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이다. 교칙이 저렇지만 밖에서 보면 거의 무릎위 10센치는 기본인 것 같다. 학교에서도 스커트 길이에 대해서는 그냥 용인하고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우리나라도 보면 여고생들의 교복 길이가 ?아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한국판 꽃보다 남자 이후로 그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유행이 어떻게 바뀌어 갈지는 모르지만 유행이 있을 때 누려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상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