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의 하루
목필균
범게 사거리 10차선 도로에 서서
노후된 수도관 교체 작업에 동참한지 몇 달째다
생수 한 모금도 필요 없는 인조인간
그늘 한 자락 없는 전봇대에 묶인 채
붉은 LED 봉을 부채꼴로 장착하고
버스도, 자가용도, 이삿짐 트럭도
조심하세요, 조심하세요. 조심하세요
외치며 24시간 서 있다
초과근무수당, 최저임금도, 숙식제공도 없는
후후후……, 사람인둣. 사람 아닌 나
공사가 끝날 때까지
전기에너지가 끊길 때까지
사람 아닌 사람 같은 나
공사 구간이 옮겨지고
묶인 나를 버리고, 나를 잊어버리고
전기를 끊은 채 가버린 사람들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나
버려져도, 잊혀도 슬프지 않은 나
고개가 꺾인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첫댓글 오....마네킹의 자세가 6시 5분이군요...^.^
요즘은 인건비가 비싸고 안전관리에 예전보다
조금 더 신경들을 쓰다보니
마네킹으로 대체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어딘가는 교통경찰 유니폼을 입혀 놓은 곳도 있더군요..
그걸 또 유심히 관심있게 보시고
거기에 생명을 불어 넣는 작업을 동창님은 글로 하셨습니다
비록 공사가 끝나고 방치된 채 서 있는 마네킹인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된 마네킹도 감사해 할 것 같습니다
산책하는 코스 평화공원 대로변에 기우뚱 꺾인 고개로 서 있는 마네킹을 볼 때마다 측은한 생각이 들더군요...
이 시를 보며 예전에 국도 음습한곳에 숨어 속도위반을 찍어내던 '마경장'님이 떠올랐어요.
세월이 많이 지나며 시와 사진으로 보여지는 마네킹 안내원은 소리까지 외친다니 붉은 led봉을 반짝거리며 태양광 집열판까지 장착하고 에너지를 얻는 자급자족 최신형이기에 격세지감을 느낌입니다..
하지만 임무완수하고 쉬는 모습일텐데 머리 꺾인 모습이 어찌그리 측은하고 해학적인지요..ㅋㅋ
사람을 대신해서 위험한 도로변에서 공사 중인 곳을 안내하거나, 과속을 방지해 주는 마네킹..... 작업이 끝나면 마음대로 방치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