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시 모음> 강소천의 '겨울밤' 외
+ 겨울밤
바람이 솨아솨아솨아 부는 밤
문풍지가 부웅붕 우는 밤
겨울밤 추운 밤
우리는 화롯가에 모여 앉아
감자를 구워먹으며 옛날 얘기를 합니다
언니는 호랑이 이야기
누나는 공주 이야기
나는 오늘밤도 토끼 이야기
감자를 두 번씩이나 구워먹고 나도
우리는 잠이 안 옵니다
겨울밤은 길고 깁니다
우리는 콩을 볶아 먹습니다
강냉이를 튀겨 먹습니다
그래도 겨울밤은 아직도 멀었습니다
(강소천·아동문학가, 1915-1963)
+ 입김
미처
내가 그걸 왜 몰랐을까?
추운 겨울날
몸을 움츠리고 종종걸음 치다가
문득, 너랑 마주쳤을 때
반가운 말보다 먼저
네 입에서 피어나던
하얀 입김!
그래, 네 가슴은 따뜻하구나.
참 따듯하구나.
(신형건·아동문학가, 1965-)
+ 겨울 발소리
사뿐사뿐 발소리
겨울 발소리
하얀 눈이 내려와
쌓이는 소리
잠 안자고 보채는
마른 가지를
하얀 눈이 내려와
달래는 소리
산토끼가 지나간
발자국들을
하얀 눈이 내려와
가리는 소리
사뿐사뿐 발소리
겨울 발소리
하얀 눈이 내려와
쌓이는 소리
(운석중·아동문학가, 1911-2003)
+ 겨울 어린이
세수를 한다.
추운 아침에
뽀드득
뽀드득
얼굴을 씻는다.
뽀드득
뽀드득
얼굴을 씻으면
마음에도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난다.
얼음아 얼어라
찬바람아 불어라
추울수록 굳세지는
겨울 어린이
얼음아 얼어라
찬바람아 불어라
추울수록 늠름하게
자라는 어린이
해님도
뽀드득
뽀드득
얼굴을 씻고
세상을 환하게
비쳐 주신다.
(박목월·시인, 1916-1978)
+ 겨울 물오리
얼음 어는 강물이
춥지도 않니?
동동동 떠다니는
물오리들아.
얼음장 위에서도
맨발로 노는
아장아장 물오리
귀여운 새야.
나도 이젠 찬바람
무섭지 않다.
오리들아, 이 강에서
같이 살자.
(이원수·아동문학가, 1911-1981)
+ 눈
지난밤에 눈이 소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 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윤동주·시인, 1917-1945)
+ 눈
하얗고 부드러운 양털이 날린다
넓고도 눈부시게 푸른 하늘 목장
양떼들이 뛰어놀며 날리는 하얀 솜털
소복소복 쌓이면 뽀드득 뽀드득 발자국 남길 텐데
새하얀 털실로 짠 하얗고 부드러운 엄마의 마음이다
(정민기·아동문학가)
+ 발자국
눈 위를 가면 발자국이 따라와요
내가 길을 잃을까봐 졸졸 따라와요
눈 위를 가면 발자국이 졸졸 따라와요
(작자 미상)
+ 겨울의 익살
아저씨 아저씨
은행원 아저씨
빛나는 저 함박눈
저금하게 해주세요
날 풀리고 사라지면
아저씨가 좋아하는
돈으로 살 수 없죠
돈보다 깨끗하죠
아저씨 아저씨
친절한 아저씨
희고도 참 고운 눈
저축하게 해주세요
여름날에 하루 와서
보랏빛 패랭이꽃
무더기 망초꽃 두고
모두 다 찾아갈게요
(홍우희·아동문학가)
+ 겨울에게
아무리 추워도
너를 미워하지 않을래
낙엽 진 그 자리에
새 봄 새 꽃이 피기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착한 너를
어떻게 내가
미워할 수 있겠니?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첫댓글 겨울을 주제로한 시가 많으네요 감사합니다
그렇지요. 겨울이 그만큼 추억이 많다는 반증이지 않을까 싶네요.